김앤장과 옥시- 국회, 국민 우롱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옥시의 실험 보고서 조작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앤장 측은 29일 국회 가습기살균제 청문회에서 "변론 중인 내용은 이 자리에서 밝히기 어렵다"는 답변만 반복하며 국민과 국회를 우롱하다 결국 퇴장 조치를 당했다. 이 자리에서는 증인으로 나온 장지수 김앤장 변호사를 위증, 국회 모욕죄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으며 특위 차원에서 검찰 고발조치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이날 청문회에서 최대 가해자로 꼽히는 옥시의 법률 대리인이자 연구 결과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김앤장 증인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하지만 김앤장 측 장 변호사는 '모르쇠'로 일관했고 이에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은 "변호와 관련한 법률 대리인이라는 이유로 답변하지 않는다면 진실을 밝히는데 협조하지 않고 도리어 왜곡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답변 태도에 대해 엄하게 경고해달라"고 지적했다. 정태옥 새누리당 의원 또한 "(홍 의원의 발언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엄중 경고가 아닌 이 사건에 책임있는 나머지 변호사도 출석해야 한다"며 "올 때까지 이 회의의 정회를 요청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원식 특위 위원장도 "(장 변호사는) 변론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도 대답을 않고 피해만 간다"며 "이것이 김앤장의 일인가.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 변호사는 "직무상의 의무나 답변의 한계에 대해서 양해 말씀 올린다"며 "발생한 상황에 대해 비밀을 지켜야 하는 것이 제 의무라고 이해하고 있다. 의무를 어길 경우 비밀유지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 답했지만 결국 특위로부터 퇴장조치를 당했다.
아울러 옥시도 영국 본사의 사과와 관련해서 즉답을 피해 특위 위원들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아타 샤프달 옥시코리아 대표는 "피해 입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겪은 슬픔에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가능한 많은 지원을 해서 조속히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맹세한다"고 밝혔다. 샤프달 대표는 '가습기살균제와 질병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냐'는 특위 위원들의 거듭된 질문에 "모두 인정한다"고 답했다. 국회 특위의 영국 본사 방문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서는 "무척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본사 방문 관련해서 내렸던 결정은 모두 레킷벤키저 본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국 본사의 사과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다. 샤프달 대표는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RB)가 옥시를 인수하기 전 가습기살균제의 대표적인 독성 물질인 화학물질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등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그는 "(RB가) 옥시를 인수하기 이전인 2000년도에 PHMG로 (가습기살균제 원료가) 변경됐다"며 "이에 당시 옥시 내부의 테스트 여부와 결정을 내릴 때 전후 정황을 모른다. 인수 이전에 일어난 일이라 정확한 답변을 못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글로벌 업체로서 RB가 통일된 '글로벌 안전지침'을 적용하지 않았냐고 책임을 따져 묻는 질문에는 "당시 RB는 글로벌한 소비자 안전지침을 마련하지 못했으며 (글로벌) 소비자 안전지침은 2010년경 마련됐다. 영업하고 있는 국가의 국내 규정을 준수하고 있었다"며 "2000년 당시 PHMG는 한국에서 독성으로 분류돼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를 지켜본 한 시민은 “국회 청문회 뿐만 아니라 글로벌한 책임규명과 이에따른 알림도 필요하다. 국가사회적 자존심이 달린 문제다.”라고 분노했다.
권병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