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검찰출석 조사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면세점 로비 의혹'으로 검찰 출석 조사를 받게 되면서 롯데그룹의 비리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탈 지 주목되고 있다. 신 이사장은 1일 오전 9시 35분께 서울중앙지검 청사 별관에 도착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신 이사장은 이날 검은색 자켓에 스카프를 두르고 흰색 토즈 숄더백을 들고 현장에 나타났다. 신 이사장은 기자들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와의 금품거래 여부 등 여러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검찰에서 모두 다 말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또 심경을 묻는 질문에는 "죄송하다"고 답한 후 조사관들과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신 이사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로, 오너일가 중 처음으로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게 됐다. 검찰은 이날 신 이사장을 조사한 후 추가 조사 및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포함한 신병처리 방향을 검토할 방침이다. 검찰에 따르면 신 이사장은 현재 롯데면세점 매장 입점과 관련해 정 전 대표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이사장은 호텔롯데 이사로 있을 당시 면세점 사업부를 총괄했으며 검찰 수사에 대비해 핵심 증거 인멸을 지시한 의혹도 받고 있다. 여기에 네이처리퍼블릭 외에도 일부 화장품 업체와 요식업체 등으로부터 컨설팅 수수료 명목의 금품을 챙겼다는 의혹까지 추가됐다.
검찰은 현재 신 이사장이 정 전 대표로부터 롯데면세점 내 매장을 내주고 10억원대 자금을 받았다고 파악했다. 또 면세점 로비 의혹 외에도 신 이사장이 그룹 비자금 조성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이번 조사를 통해 밝힐 계획이다. 앞서 검찰은 5월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 수사를 시작한 데 이어 지난달 10일부터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계열사 압수수색을 펼쳐 그룹 차원의 비리 의혹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선 상태다.
우선 신 이사장은 이날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에서 집중 조사를 받을 방침이다. 그러나 조사 내용에서 롯데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연결될 사안이 발견될 시 방위사업부는 롯데수사팀에도 수사 단서를 공유할 예정이다. 이는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이 거액의 횡령·배임 등의 의혹을 받는 상황에서 신 이사장의 연루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신 이사장의 아들과 딸이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로 생긴 부당이득을 함께 챙긴 정황을 포착하는 등 오너일가 주변의 불법적인 자금 흐름과 관련된 정황들을 일부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신 이사장은 호텔롯데가 지난 2013년 8월 롯데부여리조트와 롯데제주리조트를 지나치게 싼 가격에 인수해 계열사 간 부당자산 거래를 했다는 의혹에 휩싸이자 당시 사내이사로서 그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신 이사장이 공식적으로 갖고 있는 롯데그룹 직함이 많고 그룹 비리 의혹 수사 내용과도 일부 관련이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해 질문하고 조사 내용은 특수4부, 첨단범죄수사1부와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비자금 조성의혹, 미래부 고위공직자로 불똥
한편,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미래창조과학부 고위 공직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그동안 감사원 등에서 제기해 왔던 미래부의 ‘롯데 봐주기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확인 작업에 나선 것이다. 롯데 수사와 관련해 정부 부처 공직자가 수사 대상에 오른 건 처음이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는 롯데홈쇼핑 전·현직 대표가 미래부 간부급 공무원 3명에게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과 관련,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2014년 이후 이들의 금융거래 내역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검찰은 롯데홈쇼핑 신헌(62) 전 대표와 강현구(56) 현 대표의 횡령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을 발견하고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4월 롯데홈쇼핑의 케이블 채널 사업권 재승인 심사 당시 미래부 A국장과 B과장, C서기관 등이 롯데 측으로부터 로비를 받은 뒤 대외비 문건을 유출하고 특혜를 줬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감사원은 롯데홈쇼핑 재승인 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다며 지난 3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대해 미래부 측은 “감사원 측이 감사 결과를 검찰에 통보했을 뿐 수사 의뢰를 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검찰은 신 전 대표와 강 대표의 전반적인 자금 흐름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회삿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미래부에 로비를 벌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신 전 대표는 2014년 납품 비리 혐의로 기소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롯데홈쇼핑 전·현직 대표와 미래부 공무원들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롯데홈쇼핑 D대외협력팀장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공무원들의) 혐의를 확정하진 못했으나 추가로 내용을 확인하는 중”이라면서 “그 이후에 (해당 공무원들에 대한) 소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