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20대 국회 개원식 연설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제20대 국회 개원식 연설에서 "앞으로 3당 대표와의 회담을 정례화하고 국정운영의 동반자로서 국회를 존중하며 국민과 함께 선진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정부도 국회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는 국정운영을 펼쳐 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일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20대 국회는 상생과 화합의 전당으로 오로지 국민의 입장에 서서, 나서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앞으로 20대 국회에서는 민생과 직결되는 법안들이 좀 더 일찍 통과되어 국민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20대 국회가 여소야대의 3당 체제로 재편된 만큼 변화된 환경에 맞춰 국회와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전하면서, 국회도 민생법안 처리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이 20대 국회에 바라는 것은 화합과 협치였다"며 "국민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는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이 든다. 정쟁을 거둘 수 있는 정치문화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취임사는 꿈으로 쓰고 퇴임사는 발자취로 쓴다'고 했다"며 "제20대 국회가 국민의 뜻을 잘 헤아려 정부와 함께 힘을 모아 국민 모두에게 사랑받고 존중받는 진정한 민의의 전당으로 자리매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과 관련, "산업 구조조정은 시장원리에 따라 기업과 채권단이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하고, 우리 사회와 경제 전반에 오랫동안 누적돼 곪아있는 환부를 과감하게 도려내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우리 조선산업의 역량과 기술력이 위축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원칙에 입각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며 "기업과 채권단은 '사즉생'의 각오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6월 중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고용유지 지원금 요건을 완화하고 사회보험료 등의 납부를 유예할 예정"이라며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실업자들의 어려움을 완화하고 재취업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노동개혁이 조속히 마무리돼야 한다"며 19대 국회에서 무산된 노동 관련법 처리를 촉구했다. 이어 "신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우리 경제를 선진경제로 도약시키기 위한 핵심열쇠는 규제개혁"이라면서 규제개혁특별법, 규제프리존특별법 등의 국회 통과를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문제에 대해서는 "성급히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서 모처럼 형성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모멘텀을 놓친다면 북한 비핵화의 길은 더욱 멀어질 뿐"이며 "최근 북한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에 직면해 대화 제안 등 국면 전환을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하지만 비핵화 없는 대화 제의는 국면 전환을 위한 기만일 뿐"이라며 "북한이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지속적으로 핵 능력 고도화를 꾀해 왔다는 사실은 이를 잘 입증해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와 별개로 남북 대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을 일축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정부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고, 북한이 변화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지난 3월 핵안보 정상회의, 미·일·중 정상들과의 연쇄 회담, 이란에 이은 아프리카 3개국과 프랑스 방문 등을 통해, 북핵 불용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대 가장 강력한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에 이어 미국·일본·EU 등 주요국들이 독자 대북제재를 연이어 발표하고, 중국과 러시아도 안보리 결의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등 국제 사회는 그 어느 때 보다 단합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제 북핵문제는 국제사회 대(對) 북한의 구도 속에서 다뤄지고 있다"며 "북한 비핵화라는 지난한 과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는 결국 의지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도 정부는 국제사회가 지금처럼 단합된 입장하에 북핵 문제에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모든 외교력을 경주해 나갈 것"이라며 "이번만큼은 반드시 '도발-대화-보상-재도발'이라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박 대통령은 "정부는 확고한 방위능력을 토대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진정한 변화의 길로 나오도록 만들어갈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안보 문제는 결코 타협이 있을 수 없다. 정부는 앞으로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단호히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북핵문제는 결국 북한문제의 해결이라는 큰 틀 속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 나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핵과 인권,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 등의 문제가 종합적으로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문제다.
정부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주민들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이는 남북 주민 전체의 자유와 인권, 번영과 행복이 넘치는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열어 가기 위한 노력과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점에서 지난 제19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북한 인권법이 제정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폐쇄와 고립에서 벗어나 남북이 보다 평화롭고 번영된 삶을 누리는 길을 열어 가는데 제20대 국회가 함께 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엄원지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