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어민들, 중국어선들에 두 번 운다
불법조업 중국어선들, 어장 싹쓸이에 모자라 쓰레기, 폐유까지 무단투기
인천 연평도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어선에서 흘러나온 쓰레기들이 연평도 해안가를 뒤덮고 있다. 꽃게 등 수산자원을 빼앗는 것도 모자라 우리 어장환경을 파괴하는 중국 어선이 연평 주민들을 두 번 울리고 있는 것이다. 인천 옹진군 연평도 북측 긴작시해변에는 중국 선원들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각종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다. 연평면사무소가 해안 청소작업을 벌여 한데 모아둔 10여개의 마대자루 안에도 중국어가 적힌 생수통과 음료수병, 라면봉지, 어획물 상자들이 가득했다. 생산년도가 대부분 지난해인 것으로 보아 최근 1년 사이 바다 위를 떠돌다 이곳 해변으로 떠내려온 것으로 보였다.
긴작시해변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NLL 너머 해상에 정박해 있는 중국어선 수십 척이 육안으로도 쉽게 관측된다. 중국 선원들이 배에서 버린 쓰레기들이 이곳으로 떠내려 왔다고 짐작할 수 있는 이유다. 국적불명의 밧줄·스티로폼 등도 해안가에 있었지만, 긴작시해변 북측은 국내 어선은 진입할 수 없는 조업통제 구역이기 때문에 중국어선에서 버린 쓰레기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 이곳 어민들의 설명이다. 옹진군은 이처럼 해안으로 떠내려오는 중국어선발 쓰레기를 치우는 데만 급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쓰레기를 따로 분류해 처리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 수량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어선이 바다아래 버린 폐어구와 몰래 방류하는 엔진오일도 연평어장 파괴의 또 다른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폐어구에 어린 물고기나 꽃게들이 걸려드는 이른바 '고스트피싱' 때문에 어족자원이 말라가는 것이다. 옹진군 관계자는 "중국에 쓰레기비용을 청구할 수도 없고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는 쓰레기는 더 많을 텐데 너무 억울하다"며 "중국어선으로 우리 어장이 황폐화되는 등 피해를 입고 있는데 쓰레기까지 떠내려오니까 화가 난다"고 했다. 한편 인천시가 지난해 수거한 해양쓰레기의 양은 5천774t에 달하며,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3천420t의 쓰레기가 서해 5도를 비롯한 옹진군 섬에서 수거됐다.
한편,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이 횡행하는 가운데 연평도 부근 올해 상반기 꽃게 어획량이 최근 5년간 가장 형편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옹진군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연평어장(801㎢) 꽃게 어획량은 5만1천600kg으로 작년 동기 14만9천995kg의 약 30%에 불과하다. 2014년 같은 기간 33만1천496kg과 비교하면 15.5% 수준이다. 연평도 상반기 꽃게 어획량은 2012년 100만8천924kg으로 풍어를 이뤘다가 2013년 26만287kg으로 뚝 떨어졌다. 2014년 상반기는 71만6천876kg, 2015년 상반기는 43만5천524kg을 기록했다.
6월 한 달간 조업이 남아 있지만 올해는 2013년보다도 어획량이 더 적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어민들은 "평소엔 45∼50㎏ 상자로 하루 20∼30개를 잡았지만 요즘 4∼5개에 그친다. 매년 어획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어선 기름값도 건지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된다면 어업을 그만둬야 할 지도 모르겠다"며 한탄하고 있다.
서해수산연구소는 꽃게 어획량 감소 원인을 과도한 어획과 환경변화에 따른 개체 수 감소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은 꽃게 개체 수 감소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봄어기(4∼6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우리 해군 레이더망에 포착되는 중국어선(10∼60t급)은 2013년 1만5천560척(하루 평균 172척),2014년 1만9천150척(하루 평균 212척),2015년에는 2만9천640척(하루 평균 329척)으로 매년 증가했다. 이달에도 매일 300척이 넘는 중국어선이 불법조업을 하고 있다.
중국어선 해경 태우고 북으로 달아나다 나포
한편, 12일 불법조업 중국어선을 우리 어민이 직접 나포한 사건이 벌어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연평도 해상에서 또 중국어선 1척이 해경에 나포됐다. 이 중국어선은 나포 작전을 위해 승선한 해경 단속요원들을 그대로 태운 채 북쪽으로 달아나려까지 했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는 배타적경제수역에서의 외국인어업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50t급 중국어선 1척을 나포했다고 12일 밝혔다. 나포된 중국어선은 11일 오후 4시 40분께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남서방 50km 해상에서 서해 NLL을 8.6km가량 침범한 뒤 해경의 정선 명령을 거부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국어선은 우리 해역을 침범해 꽃게와 잡어 등 어획물 45kg을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선원들은 해경 해상특수기동대원 14명이 어선에 오르자 조타실 철문을 봉쇄하고 서해 NLL 북쪽 해상으로 1㎞가량 도주했다. 해경은 중국어선 엔진의 공기 흡입구를 그물에 달린 부이로 막아 운항을 강제로 중단한 뒤 조타실 철문을 절단기로 개방해 선원들을 붙잡았다.
인천해경 관계자는 "보통 중국선원들은 조타실 문을 먼저 잠그고 북쪽으로 뱃머리를 돌린다"며 "해경 대원이 어선에 탄 상태로 NLL을 넘으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인천해경은 어선에 타고 있던 중국인 선원 7명을 인천으로 압송해 처벌할 방침이다. 해경은 올해 서해 NLL 인근 해역에서 불법조업 중국어선 26척을 나포하고 2천340척을 퇴거 조치했다. 인천해경 관계자는 "연평도 해상에는 해경 특공대와 해상특수기동대 인원 24명이 배치돼 있다"며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막기 위해 지속해서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인민해방군의 인해전술처럼 떼거지로 몰려드는 불법 중국 어선들 단속도 속수무책이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엄원지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