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올것이 왔다” 검찰 롯데 전방위 압수수색
"롯데그룹, 올것이 왔는가?" 한 롯데 직원은 말했다. 재계 서열5위 롯데그룹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나선 검찰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이어 본격적인 자료 분석에 들어갔다. 회사 관계자 소환도 병행하면서 초반부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조재빈 부장검사)와 첨단범죄수사1부(손영배 부장검사)는 11일 오후부터 롯데그룹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소환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대상에는 롯데그룹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정책본부와 계열사의 재무담당 실무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전날 오전부터 롯데그룹 본사를 비롯해 호텔롯데와 롯데쇼핑(백화점·마트·시네마사업본부) 등 17곳을 전격 압수수색해 광범위한 자료를 확보했다. 압수물 정리 등을 포함해 이날 오전에야 마무리돼 거의 하루가 꼬박 걸렸다.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에서 나온 압수물은 1t 트럭 2대를 가득 채웠다. 통상 검찰 압수수색 때 사용하는 검찰 로고가 박힌 파란 박스 외에 택배 박스나 일반물품 보관용 박스도 대거 등장할 정도로 압수물 분량이 많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집무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회장실' 종이가 붙은 파란색 검찰 박스는 검찰 관계자들이 타고온 버스에까지 실렸다. 양평동 롯데홈쇼핑과 신동빈 회장의 평창동 자택 등에서도 상당량의 자료가 확보돼 압수물은 1t 트럭 총 7∼8대 분량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롯데그룹 내에서 계열사 간 자산거래를 통한 배임, 비자금 조성을 통한 횡령이 일어난 정황을 포착해 대규모 압수수색으로 자료를 확보했다. 특히 롯데 측이 수사에 대비해 조직적으로 관련 증거를 없애려 했다는 첩보가 입수돼 시간을 더 지체하기 어렵다고 보고 10일 오전 6시부터 전방위 압수수색에 나섰다.
압수수색 증거트럭만 7대
압수물 분량이 많고 다양한 계열사 자료를 분석하는 관계로 조사할 내용이 많아 당장 주말부터 회사 관계자들이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검찰 관계자는 "주말에 롯데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계속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사의 핵심은 롯데가 조성한 비자금 규모와 사용처다. 검찰은 광범위한 금융거래 계좌 추적과 압수자료 분석으로 비자금 조성 경위와 자금 이동 과정을 규명할 방침이다. 조사는 우선 자금 관리를 담당하는 재무 라인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어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이 드러나거나 뭉칫돈이 유·출입된 흔적이 포착된 일부 계열사 및 본부의 임원급을 포함한 책임자들이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검찰은 롯데 계열사 간 부당한 자금거래 규모를 최소 수백억원대로 추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전체 횡령·배임 규모가 수천억원대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는데 검찰 안팎에선 3천억원대 안팎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제 막 수사를 시작한 상태여서 비자금 조성 규모 등을 언급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현재로서는 배임·횡령 규모는 유동적인 상황이며, 압수물 분석과 관계자 조사 등을 통해 사실 관계를 점차 확정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을 포함해 차남 신동빈(61) 회장과 장녀 신영자(74) 이사장 등을 직접 겨냥한 압수수색에 340여명을 투입했고 트럭 7대 분량의 압수물을 확보했다. 1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전날 신 회장 자택과 그룹 정책본부, 계열사 6곳, 임원 주거지 등 모두 17곳을 압수수색하면서 240명에 달하는 인력을 동원했다. 이는 서울중앙지검 전체 수사 인력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검찰은 지난 2일 신 이사장 관련 압수수색을 진행할 때도 100명을 투입했다.
롯데 일가에 대한 압수수색에만 340여명에 달하는 인원이 동원된 것이다. 검찰은 특히 3차장 산하 인지부서 세 곳을 수사에 투입했다. 롯데그룹 비자금 등 의혹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가 맡고 있다. 신 이사장의 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가 전담하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증거도 상당한 분량인 것으로 파악된다. 전날 15시간에 걸쳐 진행한 압수수색에서만 트럭으로 7대 분량의 서류 등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이 이처럼 수사력을 대거 투입한 데는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조직적 증거 은폐 정황도 한몫했다. 실제 검찰은 앞서 진행된 신 이사장 의혹 관련 압수수색 결과 증거 상당 부분이 사라져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 이사장 측에서는 압수수색이 이뤄지기 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B사의 메일 서버를 바꾸고 문서 다수를 파기했다. 또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고 포맷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이렇게 노골적이고 광범위한 자료 파기는 드물다"며 "복구가 어려운 포맷을 해서 조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물품들을 분석한 뒤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다만 신 총괄회장은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이고 신 회장은 해외 출장 중이어서 이들이 소환대상에 포함되더라도 응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엄원지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