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 국민의당 비례 초선 김수민 의원 검찰 고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대법관)는 4·13총선 당시 선거 홍보물 제작업체 등에 일감을 주고 업체들로부터 억대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이었던 20대 총선 최연소 당선자 김수민 의원(30·비례대표)을 8일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과 국민의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선관위는 또 김 의원이 받은 리베이트 일부가 몇몇 국민의당 당직자 개인 계좌로 흘러들어간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선관위는 선거비용 회계보고를 허위로 한 혐의로 당시 회계 책임자였던 박선숙 의원(당시 사무총장)과 왕주현 사무부총장 등도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이 사적으로 사용된 흔적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은 3월 비례대표 후보 명단 발표 직전 김 의원을 홍보위원장에 영입했으며 김 의원 관련 홍보업체에 20억 원가량의 일감을 맡겼다. 김 의원 관련 업체는 인쇄물 제작업체 등 하청업체에 일감을 나눠주고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이날 “처음 듣는 얘기다. 보좌관을 통해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사실과 다르다” 선관위에 정면 반박
한편, 국민의당은 9일 비례대표 김수민 의원의 억대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 중앙선관위의 검찰 고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당 법률위원장인 이용주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김 의원이 S업체로부터 1억1천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혐의에 대해 "브랜드호텔(홍보업체)이 (S업체로부터) 1억여원을 지급받았으나, 이는 정상적인 계약을 하고 계약대가로서 지급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B업체로부터 6천820만원을 제공받았다는 혐의 역시 6천600만원 정도는 확인되는데, 이 역시 실제 리베이트가 아니라 일정한 홍보를 제공하고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선거 홍보대행사인 S업체와 B업체가 브랜드호텔에 PI(Party Identity) 작업 등을 하청을 주고 정상적으로 대가를 지급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브랜드호텔과 홍보 작업을 진행하려던 중 김 대표가 비례대표 후보가 되는 바람에 브랜드호텔과 직접적인 계약을 맺기가 부담스러워 S업체를 중간에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이 창업한 브랜드호텔은 과자 '허니버터칩' 디자인에 참여해 유명세를 탄 홍보 벤처기업이다. 기존에 국민의당은 브랜드호텔이 PI를 만드는 데 참여해왔다고 설명해왔다. 이 의원은 B업체가 체크카드를 발급하는 방식으로 국민의당 선거홍보 관련 팀원에게 6천만원을 추가로 건넸다는 혐의에 대해선 "현재까지로는 김 의원이나 당직자 누구도 체크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한 사실이 없다"면서 "다만 일부 외부 사람이 체크카드를 사용한 점은 있다"고 말했다. 체크카드를 사용한 외부인에 대해서는 S업체의 대표와 친분이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총선 당시 당 인재영입위원장이던 김영환 사무총장이 브랜드호텔을 섭외했다고 설명하면서, "김 사무총장과 친분이 있는 A교수가 '젊은 업체 중 유명하다'며 소개했다"고 말했다. A교수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출국금지조치를 당했다. 이 의원은 "S업체와 브랜드호텔이 애초 일을 시작할 당시엔 계약서가 없는 상태였다"면서 "선거가 끝난 이후 선관위에서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사후에 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은 맞다"고 말했다.
계약서를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통상 선거공보나 디자인 업체 사람들은 제안단계에선 일이 끝까지 갈지 안갈지 모르는 상태로 하다가 정식으로 될 때 즈음에 계약서를 작성하곤 한다"면서 "처음부터 계약서를 쓰는 것은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언론에서 리베이트라든지 공천헌금이라고 언급된 기사에 대해서는 추후 명예훼손 문제로 고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으름짱을 놓았다. 이 사건은 아직 선관위의 판단이 맞는지 국민의당 해명이 맞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선관위의 판단이 맞다면 그동안 ‘새정치’를 표방해 온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는 치명상을 입을 전망이다. 선관위가 고발한 만큼 검찰의 면밀한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
김수민은 누구인가?
20대 총선 과정에서 선거 홍보물 제작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은 디자인전문가 출신의 비례대표 초선이다. 1986년 생(30세)으로 이번 총선의 최연소 당선자인 김 의원은 충북 청주 일신여고를 나와 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과를 졸업했다. '허니버터칩'의 포장지를 디자인한 청년여성 디자인벤처 기업 '브랜드호텔'의 창업가로 유명세를 탔다. 김 의원의 아버지는 새누리당 충북도당 부위원장인 김현배(68) ㈜도시개발 대표이사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에서 비례대표로 14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부녀 국회의원이란 기록도 남겼다.
이번 총선에서 김 의원은 '청년 몫'으로 국민의당 비례대표 7번에 배정돼 국회에 입성했다. 비례대표 후보자 선출 당시 국민의당에서는 당선 안정권에 김 의원이 배정된 것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안철수 대표와의 인연은 특별히 알려진 바가 없다. 김 의원은 4·13총선 당시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을 맡아 선거 홍보 전략을 담당하며 새로운 CI(기업이미지)를 비롯해 로고송을 제작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조사에 따르면 김 의원은 이 과정에서 선거공보 제작업체와 허위 계약서를 작성하고, 자신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1억1,000만원을 제공했다. 또 김 의원은 TV광고 등을 대행하는 업체와도 허위 계약서를 작성한 후 자신의 회사에 6,820만원을 제공하는 한편 국민의당 선거홍보 관련 TF팀의 팀원들에게 6,000만원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김 의원을 8일 오후 검찰에 고발했으며, 검찰은 9일 오전 관련 업체을 압수수색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관위의 검찰 고발 관련된 질문을 받았으나 일체 답변하지 않았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