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드디어 원 구성 합의, 국회의장 더민주 문희상, 정세균 유력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은 전날 법적 기한인 7일보다 늦게 원구성 협상을 완료했다. 이어서 국회 내 상임위원원장 자리를 둘러싼 '원구성 2라운드'가 펼쳐질 전망이다. 8일 여야 3당(黨)에게 각각 배분이 완료된 상임위의 수장을 향한 당내 중진 의원들의 물밑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20대 전반기 원구성의 마침표를 찍을 상임위원장 구성을 놓고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협상 결과 더민주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위원장 자리를 갖는다.
새누리당은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기획재정원회, 정무위원회, 안전행정위원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정보위원회, 국방위원회 등의 상임위원장을 맡게 됐다. 국민의당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등 2개 상임위원장이 배정됐다. 통상 상임위원장은 관례에 따라 3선(選) 의원이 맡아 왔다. 같은 선수라면 나이나 경력을 안배한다. 다만, 당사자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할 때도 있다. 여야 3당은 당내 조율을 토대로 오는 13일 오후 2시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 선출을 모두 완료할 방침이다. 국회의장 몫을 더민주가 가져감에 따라 더민주는 명분을,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들을 새누리가 가져감으로 새누리는 실리를 챙겼고 국민의당은 실속을 차렸다고 평가되고 있다.
구체적 밑그림이 나온 정당별 상임위 배분에 따라 상임위원장 후보군도 보다 뚜렷해졌다. 먼저 새누리당 몫인 법사위원장으론 판사 출신의 여상규 홍일표 의원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당초 검사 출신의 권성동 의원도 후보군에 오르내렸지만 당 사무총장으로 선출되면서 무산된 분위기다. 운영위원장은 그간의 관례에 따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 기재위원장으론 이종구 이혜훈 의원 등이 언급된다. 특히 17∼18대 국회에서 연달아 기재위 활동을 해온 이혜훈 의원은 줄곧 기재위원장 직을 강력하게 희망해왔다. 아울러 정무위원장엔 김용태 이진복 의원, 안행위원장엔 조원진 유재중 이명수 이학재 박순자 의원 등이 거론된다. 또한 미방위원장에 신상진 의원, 국방위원장에 김영우 의원, 정보위원장에 이철우 의원 등이 조심스럽게 언급되고 있다.
더민주 몫인 예결위원장엔 김현미 민병두 안민석 이춘석 의원이 거론된다. 당에서 20대 국회 전반기 핵심 주력 상임위로 생각하는 만큼 위원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수싸움이 예상된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전날 "이번엔 반드시 예결위를 더민주가 확보해서 심도 깊은 예산 심사를 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예결위원장 후보 중 김현미 의원은 19대 국회 기재위에서 활약한 바 있어 기재위원장 후보로도 물망에 올랐었다. 다만 더민주가 기재위를 새누리당에 내주게 되면서 다른 경제 상임위인 예결위원장 후보로 김 의원이 거론된다. 안민석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예결위 야당 간사로 활동했다.
또한 환노위원장엔 홍영표 의원과 유승희 의원이 거론된다. 홍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환노위 야당 간사였다. 국토위원장엔 조정식 의원의 유력설이 흘러나온다. 또 백재현 이찬열 의원도 물망에 오른다. 보건복지위원장은 양승조 의원이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외통위원장엔 19대 국회 외통위 야당 간사였던 심재권 의원과 안규백 의원 등이 후보에 오르내린다. 농해수위원장을 놓곤 인물난을 겪는 가운데, 유일한 호남 3선의 이춘석 의원이 언급되고 있다. 2개의 '알짜 상임위'를 챙긴 국민의당엔 3선 이상의 의원이 많지 않아 자연스럽게 후보군이 정리되는 양상이다. 현재까진 교문위원장 유성엽 의원, 산업위원장 장병완 의원이 유력하다. 다만 국토위원장과 산업위원장에 관심을 보여 온 정동영 의원의 의사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회의장, 더민주내 4파전, 부의장, 새누리, 국민의당 각1명
한편, 여야 3당은 이날 오후 2시에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과 국회부의장을 선출한다. 의장은 더민주, 부의장 2명은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각각 한 명씩 맡게 된다. 더민주에선 의장에 문희상 이석현 정세균(이상 6선) 박병석(5선) 의원이 도전한다. 부의장엔 새누리당에서 5선의 심재철 의원과 4선의 김정훈 의원, 국민의당에선 4선의 박주선 조배숙 의원 등이 각각 나선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8일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장 후보자들의 정견 발표 없이 투표에 들어가 결선투표 없이 최다 득표자를 국회의장 후보로 정하겠다”고 밝혔다. 더민주에선 6선인 문희상·정세균·이석현 의원과 5선인 박병석 의원이 4파전을 벌이고 있다. 출마 의사를 밝혀온 원혜영(5선) 의원은 이날 “대선배가 있는 상황에서 경선을 할 수 없어 출마를 포기하겠다”며 문 의원 지지 의사를 밝혔다.
새누리당에선 심재철(5선) 의원과 김정훈(4선) 의원이, 국민의당에선 박주선·조배숙(이상 4선) 의원이 국회부의장 후보를 놓고 경쟁한다. 익명을 요구한 더민주의 중진 의원은 “총선 결과 친노·친문 의원들이 압도적인 다수가 됐기 때문에 원내대표 선거와 마찬가지로 국회의장 후보도 범친노 측이 누구를 미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범친노로 분류되는 문 의원과 정 의원이 앞서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박 의원과 이 의원도 의원들과의 맨투맨 접촉을 통해 만만찮은 표를 모으고 있다는 평가다. 문 의원은 후보 중 연장자임을 내세우며 ‘의회주의를 지킬 적임자론’을 펴고 있다. 정 의원은 새누리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꺾은 총선 기여도와 출마자 중 국회부의장을 지내지 않은 유일한 후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박 의원은 여권의 충청 인사 중용에 맞서 ‘충청 역할론’을 내세우고 있고, 이 의원은 계파와 무관하며 중도로 확장이 가능한 후보임을 강조하고 있다.
엄원지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