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위장평화공세’로 태도 돌변
북한의 태도가 갑자기 왜 그럴까? 청와대 모형시설을 지어놓고 타격훈련까지 했던 북한이 최근 적극적인 ‘대화 공세’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우리정부는 “진정성이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21일 북한 인민무력부가 군사당국회담을 제안한 지 한 시간 만에 입장 자료를 냈다. “북한과의 대화는 비핵화가 최우선돼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남북 상황이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남측이 아닌 북측이 대화 제의에 나서 그 의도가 주목을 끌고 있다.
북한의 대남 기조는 지난 6~9일 치른 제7차 노동당대회에서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대회 첫날 “북남 군사당국 사이의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면서 ‘깜짝 제안’을 했다. 20일에는 국방위원회가 공개서한을 통해 “긴장 해소”를 위한 대화를 촉구했다. 21일엔 인민무력부가 통지문을 보내 “남북 군사당국 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접촉을 5월 말 또는 6월 초에 갖자”고 제의했다.
하지만 정부의 답변은 모두 ‘노(No)’였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이번에 개정된 당 규약에 핵 보유를 명시했다”며 “핵 보유를 전제로는 어떤 대화도 할 수 없다는 게 우리와 미국의 일치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이는 미국과 조율한 것으로 중국을 향한 간접적인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이었던 정부가 태도를 바꾼 것은 올 들어 북한의 4차 핵실험 과 미사일 발사 , 당대회에서의 핵보유국 주장 때문이었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유화 제스처엔 여러 노림수가 숨겨져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대북제재 완화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춘궁기로 접어들었고 장마당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는 시점에서 대화를 꺼낸 것은 대북제재가 먹히고 있다는 증거”라고 봤다. 최근 러시아, 중국을 비롯해 북한이 믿었던 스위스마저 제재에 나섰기 때문이다.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대북 심리전 중단’을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수석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이 당대회 때 심리전과 삐라 살포 중단을 언급했을 만큼 대북 심리전은 북한엔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총체적으로 전형적인 위장평화공세일 수 있다.
국방부, 북한 통지문에 '답신' 발송…"비핵화 입장표명 요구"
한편, 국방부는 23일 남북 군사당국회담 실무접촉 개최를 촉구한 북한 인민무력부의 전화통지문에 대해 답신을 보냈다고 밝혔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부는 오늘 오전 9시30 분께 서해 지구 군 통신선을 이용해 북한 인민무력부 명의의 대남전통문에 대한 답신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문 대변인은 "전통문을 통해 현재 한반도 긴장 고조 상황은 북측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도발적 행동으로 인한 것이라 강조하고 북핵 문제에 어떠한 언급도 없이 군사회담을 제의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비핵화 의지와 함께 실질적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문 대변인은 "북한과의 대화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최우선되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확고하게 견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인민무력부는 지난 21일 우리 측에 통지문을 보내 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남북 군사당국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접촉을 하자고 제의한 바 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