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 총선판세…각자도생, 多與多野 구도
새누리당의 공천결과에 반발한 여당 후보들이 속속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20대 총선 선거구도가 출렁이고 있다. 당초 야권의 분열로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됐던 이번 총선은 공천이라는 최대 변수를 맞으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여권은 여권대로, 야권은 야권대로 분열돼 그야말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물고물리는 오리무중 판세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4자 구도 선거구는 여야의 텃밭인 영호남이 아닌 수도권에서 다수 발생할 것으로 보여 결과는 더욱 예측불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도 수도권은 여야가 500~1000표 차이로 승부가 갈린 만큼 4자 구도로의 변화는 당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서울을 살펴보면 마포갑 선거가 주목된다. 현역인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우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당에서는 이미 홍성문 후보를 배치했다. 새누리당에선 이 지역에 안대희 후보를 단수공천했다. 명망가라는 이름으로 영입한 안 후보의 면을 세워주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지역 전직 의원이었던 강승규 후보가 탈당을 선언, 무소속 출마를 마쳐 여권 표가 분열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용산구는 5자 구도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새누리당이 이 곳을 여성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하면서 이 지역 현역인 진영 의원의 무소속 출마가 예상된다. 진 의원은 이날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했다. 새누리당은 이 지역에 여성 후보를 배치할 예정이며 더민주에선 김교영·안효창·오유방 후보가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당에선 곽태원 후보가 확정됐으며 정의당에서도 정연욱 후보를 내세웠다.
서울 은평을 지역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지역이다.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이 새누리당 공천에 탈락하면서 무소속 출마가 예상되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유재길 후보를 단수 공천했으며 더민주와 국민의당도 각각 강병원·고연호 후보를 내세웠다. 정의당은 비례대표 김제남 의원이 이 지역에서 출마한다. 인천 남동갑에서도 새누리당이 문대성 의원을 단수공천하면서 이윤성 전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현역 의원인 박남춘 의원이 재선을 노리고, 국민의당에선 김명수 후보를 배치했다.
인천 중·동·강화·옹진 지역도 다자간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은 아직 경선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공천에서 탈락한 안상수 의원의 무소속 출마가 확실시된다. 더민주와 국민의당도 경선이 끝나는 대로 후보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며 정의당은 조택상 후보를 공천했다. 인천 부평갑에서도 각 당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 곳의 현역의원인 문병호 의원이 국민의당에서 단수추천됐고 더민주는 이에 맞서 이성만 후보를 전진배치했다. 새누리당에선 정유섭 후보를 단수추천했지만 전직 의원인 조진형 후보가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
경기 성남 분당갑 지역도 여권이 분열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소위 '유승민계'로 불리는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이 사실상 괘씸죄로 공천에서 탈락하고 친박계 권혁세 후보가 공천을 받았다. 더민주에서는 영입인사인 김병관 후보를 이 곳에 전진배치했으며 국민의당에선 염오봉 후보가 나선다. 수도권에 불고 있는 4자 구도는 점차 다른 지역으로도 퍼져나가고 있다. 친이계인 조해진 의원이 공천 탈락에 반발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 무소속 출마가 예상된다. 조 의원은 '비박연대' 가능성도 열어놨다. 이 곳에는 새누리당의 세 후보가 경선을 벌이고 있고 국민의당에서는 우일식 후보를 공천했다. 새누리당 현역 탈락 1호인 김태환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 구미을과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한 강원 속초·고성·양양도 다자간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엄원지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