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통합,연대, 물건너가, 4-13총선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에 거론됐던 야권통합에 이어 당 차원의 연대도 15일 공식적으로 무산됐다. 더민주가 전날 연대검토 선거구에도 자당 후보를 공천함에 따라 이어 국민의당에서 당 차원의 연대를 주장하며 당무를 거부했던 천정배 공동대표도 이날 당차원의 수도권 연대 불가를 받아들이고 당무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결국 4·13 총선은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치르게 되었다. 야권통합 카드가 무산된 이후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공식적으로 당대당 연대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해 왔지만 야권 내에서는 여야 일대일 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해 연대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꾸준히 있어왔다.그러나 이는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안철수 국민의당에서 천 공동대표와 김한길 의원이 야권 분열로 인해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주면 안된다는 명분을 내걸고 통합과 연대 필요성을 거론하며 안철수 공동대표를 설득하기 시작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천 대표와 김 의원은 안 대표를 비롯한 당내 의원들의 총의가 통합 불가론으로 모아지자 이번에는 연대 카드를 들고나와 안 대표를 압박했다. 김 의원이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직까지 사퇴했지만 안 대표는 결심을 바꾸지 않았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남았던 천 대표도 이날 당무복귀를 선언하며 사실상 안 대표의 뜻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국민의당은 당대당 연대 불가로 당론이 정리됐다.
결과적으로 김한길 의원의 명분이 겉으로는 야권통합을 걸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신의 형편없는 지지율 하락으로 인해 의원직을 유지하려는 속셈으로 비추어졌기 때문에 진정성을 의심받았고 이에 호응하면 안철수 의원의 정치생명이 끝난다는 개인적 사욕들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도 겉으로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야권 통합 제안 이후 통합 이외 대안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지만 내부적으로는 통합이 안되면 연대라도 하자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더민주가 지난 11일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한길 박지원 의원 등 국민의당 의원들이 출마한 일부 지역에 대한 발표를 보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당시 김성수 대변인은 "앞으로 통합과 연대를 염두에 두고 보류한 지역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 더민주의 기류도 바뀌었고, 더민주는 전날 연대검토 지역에 대해 후보 공천방식을 발표하며 연대의 문을 닫아 버렸다.
더민주 관계자는 "천 대표가 주말에 이미 당대당 연대가 어렵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안다"며 "김종인 대표가 국민의당 출마지역에 대해 보류한 공천심사 결과를 14일 발표토록 지시한 것도 이런 기류를 파악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번 총선은 야권이 최근 전국 단위 선거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들었던 야권 연대가 불발된 상태에서 여야 각 정당이 진검승부를 벌이는 다자구도로 치러지게 되었는데 안철수 의원의 뜻대로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당대당 연대가 아닌 지역구별로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연대는 남아있다. 김종인 대표와 안철수 대표도 후보자 간 합의에 의한 단일화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지역구별 연대는 전적으로 개별 후보들의 선택과 합의에 맡겨져 있고 당대당 연대처럼 강제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아주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장 수도권 박빙 지역의 경우 야권은 단일화 성사 여부가 당락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선거전에 비상이 걸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특히 수도권 의원들이 많이 포진한 더민주의 위기감이 더 커보인다.
더민주의 한 수도권 의원은 "답답하다"면서도 "연대에 관한 과거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창조적으로 적용해 일대일 구도로 정리하는 지혜와 의지,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민주의 또다른 의원은 "당대당이 어렵다면 시도당별로 연대를 허용하는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후보등록 마감까지 열흘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성사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호남 지역구인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은 "각 당이 후보들을 결정하는 단계에 들어간 상황에서 당대당 연대는 어렵지 않나"며 "후보별 단일화를 허용해서 가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야권의 선거결과 점점 주목되고 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