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영(7)군 살인계모, 알고보니 게임광
신원영(7)군을 끔찍하게 학대해 숨지게 한 계모가 모바일 게임 아이템을 구입하는데 수천만원을 쓴 것으로 조사되어 주위를 놀라게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평택경찰서는 15일 계모 김모(38)씨의 금융거래 내역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7개월간 한 모바일 게임 아이템 구입에 6천여만원이 사용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게임은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MMORPG)으로, 캐릭터를 골라 공격력이나 방어력을 업그레이드하고, 무기나 방패 등 보호 장비 아이템을 획득해 적을 쳐부수는 게임이다.
경험치를 쌓으면서 아이템을 얻기도 하지만, 일부 유저들은 돈을 내고 고가의 아이템을 구입해 캐릭터를 치장하기도 한다. 김씨는 한겨울에도 원영이에게 겨울옷도 제대로 입히지 않고, 밥도 주지 않았으면서 이 게임 캐릭터를 키우기 위해 아이템을 수시로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남편이 전처와 낳은 자식이지만 아들은 헐벗게 하면서 자신의 게임 캐릭터에는 수천만원을 썼다"며 "도저히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정도"라고 혀를 찼다.
“원영아 어른들이 미안해”
"원영아! 어른들이 미안해. 천국에서는 따뜻하기를 바랄게!" 신원영(7)군의 유골이 안치된 경기도 평택시 청북면 평택시립추모관에서 평택 안중·포승지역 맘카페인 안포맘 회원 10여명은 원영군 사건 현장검증이 열린 14일 이곳에 모여 작은 추모식을 열었다. 안포맘은 앞서 원영이가 계모로부터 '락스학대·찬물세례'를 받다 끝내 숨져 암매장 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12일부터 인터넷 분향소를 운영했다. 이들은 "내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에서라도 원영이가 살아있을 때 받지 못한 따뜻한 말 한마디를 남겨달라"는 글을 남겨 사흘간 모은 엄마 500여명의 댓글을 편지로 묶어 전달했다.
한 회원은 "원영아 네가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단다. 오줌 싸다 흘릴 수도 있지"라며 "너의 나쁜 엄마가 잘못한거야. 널 아프게 한 그 사람들 꼭 죗값 받도록 지켜볼게. 그곳에서는 아프지 마렴"이라고 글을 남겼다. 또다른 회원은 "너는 학대를 당하면서도 아빠를 사랑했을거야. 그것을 알기에 지금도 눈물이 나는구나"라며 "어른들이 잘못했다. 너는 아무 잘못도 없단다. 이 말을 직접해주지 못한게 너무나 안타깝구나"라고 댓글을 달았다. 이들은 "어른들이 미안하다", "천국에서는 따뜻하길 바란다", "다음 생에는 예쁜 꽃으로 태어나라"는 등 저마다 원영이의 안식을 기도하는 추모글을 썼다.
안포맘 류정화 대표는 "회원들이 각자 엄마의 마음을 담은 댓글을 달아 원영이에게 전달했다"며 "하늘나라에서는 따뜻하기를 바란다. 어른으로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홀로 방문해 원영이에게 미안해하며 추모의 메시지를 전하는 시민들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추모관에서는 자전거를 타며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원영이 사진 위로 새하얀 색깔의 핫팩이 눈에 띈다. 누군가 살아 생전 추위에 떨어야 했던 원영이를 위해 붙여 놓은 것이다. 7살 짧은 삶을 마감한 원영이는 만 4살도 안돼 계모를 만난 뒤부터 한겨울에도 얇은 옷을 입은 채 동네를 방황했고 숨지기 전 석달간 그 추운 겨울에 '욕실 감옥'에 갇혀 찬물과 락스세례를 견뎌야 했다.
또다른 추모객은 하루 한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며 하루하루를 버틴 원영이를 위해 초코바와 과자를 가져다 놓기도 했다. 어린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도 놓여있다. 추모관을 방문한 한 시민은 "원영아, 하늘나라에서 따뜻한 사랑 받으렴. 이승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잊고 행복하길 바랄게"라는 메시지를 남겨뒀다. 유족은 "원영이의 유골함을 조금 더 밝은 곳으로 옮겨다 놓을 생각이다. 캄캄한 욕실에서만 지냈으니 이제라도 빛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찰, 법조계, “원영군 친부,계모 살인죄 가능”
한편, '원영이 사건'의 주범 계모와 친부에 대해 경찰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살인죄 적용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학대행위를 방조한 친부에 대해선 살인죄 적용은 가능하되 공범으로 볼 것인지 방조범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일부 엇갈렸다. 경기지방경찰청 소속 변호사 경찰관 백모 경정은 15일 "영하의 날씨에 찬물을 붓고 알몸으로 방치한다면 성인조차 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계모는 학대행위로 인해 아이가 사망할 수 있다는 인식을 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려워 미필적 고의에 의한 부작위 살인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필적 고의란 직접적인 의도는 없었지만 범죄 결과의 발생 가능성을 예상했음에도 범행을 저지른 것을 말한다. 예컨대 건물 아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알고도 옥상에서 벽돌을 던지면 벽돌에 맞아 사람이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인지한 상태에서 "사람이 죽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을 살해할 직접적인 의도는 없었지만, 이를 두고 살인의 미필적 고의라고 말한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작위 또는 부작위에 의한 것으로 나뉘는데, 작위는 벽돌 예시와 같이 '직접적 타격 행위'(원인)가 있는 것을 말하고, 부작위는 간접적인 타격(학대 등)행위 이후 마땅히 해야 할 위험방지 의무를 하지 않은 것을 뜻한다.
백 경정은 "친부도 친권과 양육권자로서 아이를 보호해야 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데도 불구, 학대행위에 대한 치료 의무를 다하지 않은 만큼 살인죄의 공동정범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수사자료를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보도를 전제로 낸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부연했다. 법조계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내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의 변광호 변호사는 "계모 김씨는 원영이에 대한 양육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3개월간 감금하고, 학대해 '사망'이라는 결과에 이르게 했다"며 "자신의 가혹한 학대행위로 인해 아이가 숨질 수 있다는 것을 예견했다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영이 사망원인이 영양실조, 피하출혈, 저체온증 등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있는 만큼, 찬물을 뿌려 알몸으로 방치한 뒤 20여시간 만에 사망했으므로 학대행위와 사망간 인과관계도 형성된다"며 "살인동기 또한 '아이를 양육하고 싶지 않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적용이 충분히 가능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친부에 대해서도 "아내의 학대행위를 알고도 아들에 대한 구호의무 내지 양육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방치 내지 학대를 용인한 측면이 있다"며 "이 또한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소영진 변호사는 "계모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도 7살 어린 아이를 무참히 학대했다"며 "직접적인 타격을 입혀 사망에 이른 것이 아니라고 해도 학대행위 이후 충분히 구호할 수 있는데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부작위 살인으로 볼 수 있겠다"고 전했다.
이어 "친부는 학대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사망에 이르게 한 학대를 묵인 내지 조장해 살인죄 방조 적용이 가능하다"며 "다만 계모와 같이 사망에 이른 학대행위를 주도하지 않은 점으로 볼 때 계모 보단 비교적 형량이 가벼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기 평택경찰서는 16일 사건 송치를 앞두고 계모와 친부에 대한 살인죄 적용을 위한 최종 법률검토 중이다. 전날 현장검증장에서 류정화 평택 안포맘 대표는 "수사기관에서 두 부부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무기한 농성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