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무척 뿔나, 정치권 심판운동 돌입
단지 몇몇 재벌 대기업의 몽니나 엄살이 아니다. 재계 전체가 정치권에 대해 뿔이 단단히 났다. 그만큼 경제활성화 내수진작이 급박하다.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서명 운동’을 주도한 경남지역 11개 상공회의소 회장단이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4·13총선에서 표로 정치권을 심판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재계 1위인 삼성그룹 사장단이 주요 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20일 서명운동에 동참한 데 이어 정유업계 임직원들과 여성경제인단체들도 서명에 나서겠다고 이날 밝혔다. 최충경 창원상공회의소 회장(대한상의 부회장·경남스틸 회장)은 이날 “21일 경남도청에서 경남지역 9명의 상공회의소 회장과 2명의 지회장이 공동기자회견을 갖는다”며 “기업인이 서명운동까지 나선 절박한 사정을 정치권이 수용하지 않으면 표로 정치권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라고 밝혔다.
경제,민생 입법촉구 운동에 서명하는 삼성 사장단
이어 “상의는 정치에 관여하지 못하게 되어 있지만 (회원들은) 선거로 국회의원을 심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서명운동에 반응이 없으면 국회 시위는 물론이고 야당 대표의 자택까지 찾아가겠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상의 측은 대한상공회의소법 55조 2항에 상의가 기관 차원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낙선운동을 펼치는 것은 금지하고 있으나 개인의 정치적 의사 표현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라고 밝혔다. 상의 관계자는 “경남지역 상의 회장단이 서명운동을 주도해 전국적으로 확산시킨 것처럼 정치권을 심판하겠다는 이런 움직임이 다른 지역 상의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철강 화학 조선업종이 몰려 있는 경남지역은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어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하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등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의 국회 처리를 앞장서 촉구해 왔다. 이런 가운데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들은 20일 오전 서울 서초사옥에서 수요사장단협의회를 마친 뒤 1층 로비에 설치된 서명운동 부스에서 단체로 서명했다.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 가운데 (경제활성화 관련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우리 혼자 뒤떨어질 것 같아 서명했다”고 말했다. 삼성에 이어 대한석유협회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계 임직원들도 서명에 동참할 것임을 밝혔다. 또 여성벤처협회 여성발명협회 여성경영자총협회 등은 2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에 모여 서명운동에 참여할 예정이다.
어느 경제학 전공교수는 “이번처럼 기업과 경제단체들이 일제히 정치권을 압박하는 서명운동을 벌인 전례가 거의 없었다”며 “경제가 어려울 땐 정부나 국회가 법과 제도로 도와줘야 하는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LG그룹도 서명 동참을 검토하고 있어 서명운동은 재계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부터 서명운동을 진행해온 대한상의가 집계한 결과 사흘 동안 참여 인원은 9만 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들도 이미 19대 국회에 실망을 넘어 분노한지 오래다. 그런데도 야당과 국회는 요지부동이다.
경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