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UN안보리 대북제재 동참, 강도는 한미일과 온도차
중국도 마침내 대북제재에 동참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중 양국은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관련, 14, 15일 이틀 연속 중국 베이징과 서울에서 외교·국방 당국 간 회동을 통해 새로운 대북 제재에 의견을 모았으나 제재 강도에서 여전히 차이를 드러냈다. 북핵 6자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5일 베이징에서 기자들에게 전날 한·중 수석대표 회동과 관련, “한·중 양국은 유엔 안보리의 새로운 제재 결의를 통해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제4차 핵실험에) 명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리바오둥(李保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유엔 등 국제기구 및 군축 담당)은 황 본부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안보리의 대북 제재 논의에 대해 “현재 중국은 안보리의 대북 결의 초안을 시급성을 갖고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앞으로 안보리 결의를 성안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계속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에서 열린 열린 한·중 국방정책실무회의에 참석한 중국 측 인사는 중국의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참여 의사를 밝혔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대북 제재 결의참여는 당연한 외교행보다. 중국은 과거 핵실험과 마찬가지로 4차 핵실험도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분명히 했다. 문제는 중국이 어느 정도 수위의 대북 제재에 동조할 것이냐다. 중국은 북한의 과거 3차례 핵실험에 따른 대북 결의 채택 당시 제재 강도를 약화하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은 이번에 과거와는 차별화한 강도 높고 포괄적인 제재를 추진 중이다. 반면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안정 유지,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3원칙을 견지하며 ‘적당한 제재’를 이야기하고 있다. 향후 안보리 논의와 개별 협의에서 난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중국이 과거보다 강화한 제재 결의에 찬성은 하겠으나 한·미·일이 요구하는 대북제재 수준에 부응할지는 미지수다. 한 전문가는 “북한의 제4차 핵실험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중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당연히 안보리의 제재 논의와 결의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다만 대북 제재가 북한의 붕괴를 가져와서는 안 되고 대화를 통해 해결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제재와 압박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현재 북한의 제4차 핵실험으로 인한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등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 고조를 우려한다. 특히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여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측이 한·중 소통을 강조하는 것도 사드 배치 등 중국의 안보위협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한·중 수석대표 회동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중국을 향해 ‘어렵고 힘들 때 손을 잡아주는 것이 최상의 파트너’라고 언급한 부분을 거론하며 “질풍경초(疾風勁草), 즉 세찬 바람이 불어야 억센 풀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고 황 본부장이 소개했다. 엄중한 시련에서야 비로소 누가 진정 굳센지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엄혹한 동북아 정세 속에서 한·중 양국의 긴밀한 소통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지만 한반도 사드(THAAD)배치 문제는 대한민국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사드(THAAD)배치로 ‘양수겸장’ 노리는 미국
한편 미국은 중국에 대한 압박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추진 등 두 갈래로 북한 핵 실험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특히 사드의 한반도 배치 카드가 중국을 움직이는 지렛대로 사용되는 ‘양수겸장’의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다만 ‘선 중국 압박, 후 사드 배치’ 등의 순으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이 14일(현지 시간) 말했다. 미 국무부의 토니 블링큰 부장관은 이날 아시아 순방 길에 올랐다. 미 국무부의 ‘넘버 2’인 블링큰 부장관은 일본, 한국을 거쳐 내주에 중국을 방문한다. 그는 한국과 일본에서 한미일 3국 협상안을 조율한 뒤 이를 중국에 제시할 계획이다. 블링큰 부장관은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과 만나 북한 핵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집중 협의한다.
미국은 북한의 제 4차 핵실험을 중국의 대북 정책 실패로 규정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맞서 미국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 핵 문제 해결 과제를 중국에 아웃소싱한 상황에서 미 중 양측 간 골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북핵 대응책을 논의하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화도 받지 않고 있다.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의 중국에 대한 메시지는 한결같다”면서 “중국이 영향력과 역내 지도력을 발휘해 도발 행위를 저지른 북한의 책임을 물으라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국제 사회가 더 강력한 대북 제재를 추진하는데 만장 일치된 입장에 있다고 우리는 믿고 있다”면서 “존 케리 국무장관이 말했듯이 중국이 채택한 과거의 대북 접근 방식이 작동하지 않고 있어 중국이 북한의 책임을 묻는데 더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은 또 박 대통령의 사드 한반도 배치 검토 발언이 나온 이후에 사드 배치 문제를 공론화하고 있다. 공화당 등 정치권이 사드 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미 정부가 조심스럽게 그 필요성을 인정하는 식의 접근 방식을 동원하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군축·핵 비확산 담당 선임국장인 존 울프스탈은 이날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에 “만약 필요성이 있거나 한·미·일 사이에서 그런 요구가 있다면 그런 것들은 핵 억지 및 미군 보호 측면에서 역할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울프스탈 선임국장은 이날 워싱턴 D.C. 소재 미국진보센터(CAP) 주최 토론회에서 사드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이같이 우회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