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4차실험, 위기의 동북아 정세
급변하는 북핵외교 '한미일 vs 북중' 구도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관련해 전략폭격기 B52로 무력시위를 벌였던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전방위 압박에 나서는 등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국정연설을 통해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6자회담 수석 대표들 간의 긴급 연쇄회동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외교부는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를 13일 서울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미국 측 6자회담 수석 대표인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방한한다. 14일에는 황준국 평화교섭본부장이 중국을 방문해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협의할 예정이다. 한·러 6자회담 수석대표 간 협의 일정도 조율 중에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신년 국정 연설문 작성에 깊이 관여하는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은 10일 CNN에 출연 “북한이 기존의 핵 포기 약속으로 되돌아가지 않는다면 ‘왕따’(outcast)로 남을 것”이라며 강한 표현으로 경고했다. 이 같은 그의 발언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 강력한 대북 메시지로 반영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맥도너 비서실장은 “우리가 앞으로 계속해야 할 일은 한국, 일본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와 함께 북한을 깊이 고립시키는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 포기를 약속했던 2005년(6자회담 ‘9·19 공동성명’)으로 돌아가고 기존 약속을 지킬 때까지 북한을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것은 북한이 국제사회에 다시 편입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북한은 계속 ‘왕따’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을 압박하고 중국을 대북 제재에 끌어들이기 위한 미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국무부 2인자인 토니 블링컨 국무부 부장관은 오는 16일 일본 도쿄에서 임성남 외교부 1차관, 사이키 아키타카 외무성 사무차관과 함께 한·미·일 차관협의회를 갖고 북핵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블링컨 부장관은 이번 긴급 회동을 계기로 중국과의 협의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 의회는 초당파적으로 대북 제재 강화 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수순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는 13일 하원 레이번빌딩에서 ‘북한 4차 핵실험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주제로 청문회를 연다. 상·하원 지도부는 이를 계기로 현재 상·하원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들을 상·하 양원협의회의 조정 절차를 통해 합쳐서 처리하거나 ‘선(先)하원, 후(後)상원’ 형식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관련 법안이 적지 않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태도가 변수
중국 측이 대북 공동 행동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결과적으로 '한·미·일 대(對) 북·중' 대립 구도가 다시 부각되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우리정부 당국자는 "중국은 한·미·일이 합심하는 것을 '미국의 아·태 재균형 전략에 따른 중국 견제'로 인식하며 극도로 거부감을 보여왔다"며 "하지만 현재 상황은 중국이 '한·미·일 대 북·중' 구도를 자초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중국은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핵실험을 강행했음에도 "비핵화, 평화와 안정, 대화 중 하나도 빠져서는 안 된다"는 지나간 기존의 원칙만 되풀이하며 국제사회의 제재 동참 요구를 외면했다. 중국은 또 이날까지 박근혜 대통령과 한민구 국방장관의 전화 협의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나경원 위원장과 여야 위원들이 북핵 협의를 위해 주요국 주한(駐韓) 대사를 초청한 간담회 자리에도 미·러 대사만 참석하고 중국 대사는 오지 않았다. 우리 정부 관계자는 "중국은 지금 한국에 한·미·일 3각 공조 외에 다른 선택지를 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개성공단 출입경(出入境) 제한 강화 등 추가적인 대북 조치에 나섰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12일부터 개성공단 체류 인원을 입주 기업의 생산활동에 필요한 최소 수준으로 조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의 안보·경제 위기 국면과 관련, 13일 오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갖는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강력하고 포괄·지속적인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이 '핵·경제 병진(竝進) 노선'을 포기토록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할 예정이다.
압박수위 높이는 미국-B-52 다음은 가공할 스텔스 폭격기
‘폭격기의 제왕’으로 불리는 B-52를 10일 한반도 상공에 전격적으로 출격시킨 한미 군 당국은 11일에도 미군 전략무기를 추가 전개하겠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 그러면서도 어떤 무기를 언제 전개할지는 함구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시간에 기습 전개해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언제 어디서든 북한을 타격할 수 있다는 공포심을 심어줘 추가 도발 의지를 꺾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은 북핵 위협이 고조될 때마다 자국의 핵무기로 보복한다는 ‘핵우산 정책’으로 세계 최강의 폭격기 B-52를 먼저 출격시켜 왔다. 이후 ‘보이지 않는 폭격기’ B-2 스텔스 폭격기와 핵잠수함을 줄줄이 가세시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미군은 북한이 3차 핵실험 한 달여 뒤인 2013년 3월에도 B-52에 이어 B-2 두 대로 폭격 훈련했다. 다음에 한반도에 들어올 전략무기는 B-2일 가능성이 크다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21대밖에 생산하지 않은 전략폭격기 B-2는 B-52, 초음속 폭격기 B-1과 함께 미 공군 폭격기 삼총사로 불린다. 최대 사거리 800km의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JASSM-ER, 공대지 정밀 유도폭탄 JDAM 80발(250kg급 기준) 등 각종 미사일과 폭탄 등 최대 23t의 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 핵미사일도 16발 탑재가 가능하다. 레이더에 거의 잡히지 않는 스텔스 성능을 활용해 유사시 비밀리에 침투해 북한 지휘부 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괌 앤더슨 미 공군기지에 배치된 B-52와 B-2는 4시간이면 한반도까지 올 수 있다”며 “한반도 상공을 스쳐가기만 해도 북한 지휘부는 두려움에 떤다”고 했다.
미국이 대외 수출을 금지할 정도로 현존 세계 최강의 성능을 보유한 전투기 F-22 랩터 투입도 거론된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전투기’인 F-22는 최대 속도 마하 2.5(시속 3060km)로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주일 미군기지에서 한두 시간이면 한반도에 도착한다. 공대지 정밀 유도폭탄 JDAM, SDB 등으로 북한 지휘부 시설을 무차별 공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이 같은 미국의 핵심 전략무기들은 3월 한미 연합 군사연습인 키리졸브가 진행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한반도를 오갈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영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B-52, B-2, 핵잠수함 등 미 핵 전략자산은 그 존재 자체가 위협”이라며 “이 무기들이 김정은 코앞에 있는 이상 북한은 국지 도발을 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만일의 사태까지 고려하는 NSC
한편, 우리정부는 동북아 국제정세가 중국태도의 변수로 급박하게 전개되자 지난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거의 매일 소집되고 있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에서 개성공단 문제도 주요 사안으로 다루고 있는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 회의에서 통일부는 향후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과 공단 내 체류 인원 감축 계획 등을 보고했다. 이날까지 두 차례 취해진 출입 제한 조치도 이 계획에 따른 것이다. 우리정부는 일단 개성공단 폐쇄에 신중한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북의 추가 도발이 현실화하지 않은) 지금 단계에서 폐쇄하는 것은 이르다"고 했다. 다만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현 상황이 엄중한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개성공단의 운명은 전적으로 북측 태도에 달렸다"고 했다.
정부가 개성공단에 대해 폐쇄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은 대규모 인질 사태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우리 군(軍)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트집 잡아 북이 작년 8월 포격 도발과 같은 군사행동에 나설 경우 공단 내 우리 국민의 안전을 100% 장담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북은 2013년 4월 남북 간 군 통신선을 모두 차단하고 개성공단 출입을 봉쇄해 공단 내 우리 국민을 '일시적 인질 상태'로 만든 적이 있다.
이런 우려에 따라 최근 열린 관계 부처 회의에선 개성공단에 대한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도 회람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만반의 대책을 마련해 놓는다는 차원이지 이런 상황이 임박했다는 뜻은 아니다"며 "현재로선 개성공단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통일부는 종합상황실 외에 개성공단 상황실을 따로 만들어 가동에 들어갔으며, 시간대별 체류 인원 등 개성공단 상황을 청와대와 유관 부처들에 전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일의 사태의 경우, 개성공단을 닫으면 우리도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124개 입주 기업의 생산액은 매달 5000만달러(약 600억원)에 육박한다. 총투자액도 5500억원이 넘는다. 정부와 공공 부문에서 투자한 것도 4000억원에 가깝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공단 폐쇄 시 우리 자산은 북이 동결·몰수할 가능성이 크다"며 "2011년 북한의 장물(贓物)로 전락한 금강산 관광의 운명을 뒤따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공단 폐쇄에 따른 피해가 124개 입주 기업에 국한되는 우리와 달리 북한은 정권차원의 고통을 각오해야 한다. 우선 북한은 개성공단을 통해 연간 약 1억달러를 벌어들인다. 공단이 닫히면 노동자 5만4000여 명과 이들이 부양하는 개성과 주변 지역 주민 약 20만명의 생계도 막막해진다. 정부 관계자는 "공단을 통해 개성 시내로 공급되는 수도와 전기마저 끊기는 상황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개성공단 폐쇄가 우리 정부가 가진 최후의 비(非)군사적 제재 조치인 이유다.
현재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공단 폐쇄에 부정적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공단 폐쇄는 남북 관계를 막다른 골목으로 끌고 가는 것"이라며 "문제를 푸는 열쇠 자체를 잃게 된다"고 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도 "우리가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카드인데 너무 일찍 쓰면 북의 추가 도발 시 쓸 카드가 없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개성공단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아지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개성공단을 포함해 대남 사업 전반을 관장해온 김양건 노동당 비서의 최근 갑작스러운 죽음이 공단의 운명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김승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개성공단을 탐탁지 않게 여겨온 북한의 강경군부가 대남사업 주도권을 쥐었다면 미군의 전략자산 한반도 배치, 한·미 연합훈련 등에 반발해 공단 폐쇄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럴 경우, 우리는 개성공단도 각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한편으로는 마지막 대화의 창구이기도 하지만 남의 평화가장 좌파들의 쓰레기 부산물로 전락할 수도 있어 보인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 기업의 사적이익만 따질 때가 아니며 국민들은 입주결정에 대한 책임도 묻고 있다. 동시에 북이 핵개발을 하도록 퍼준 매국노(賣國奴)들에게도 이를 갈고 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