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확성기 방송재개, 일촉즉발의 한반도
우리 군,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
우리정부는 북한의 제4차핵실험(자칭 수소탄 실험)에 대한 응징수단의 하나로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로 하였다. 이날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생일이기도 한 만큼 북한이 추가도발에 나설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휴전선 일대 11개 지역에서 이날 정오부터 전면 재개된다. 대북 확성기는 지난해 8월 북한이 비무장지대(DMZ)에서 목침지뢰 도발을 일으킨 후 4개월여 만에 다시 설치됐다. 이는 북한 수뇌부를 심리적으로 강력하게 압박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북한 권력내부의 부도덕성에 관한 방송 등은 특히 주체사상 교육을 받고 최전방 부대에 입대한 북한군 젊은 병사들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8·25 합의가 이뤄지기 전 서부전선 일대에서 우리 군 확성기를 향해 사격을 가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다만 현재까지 북한 관영 조선중앙TV,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북한 언론들은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또한 첫 수소탄 실험이 성공했다는 보도 외 최신 뉴스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노동신문 역시 김정은 이 지난 3일 수소탄 실험 최종명령서에 서명하는 사진과 함께 첫 수소탄 실험이 성공했다는 7일자 보도 이후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각각 '태양절', '광명성절'로 기념하며 행사를 벌였던 것과 달리 김정은 제1비서 생일에 관한 특별행사 보도는 아직 없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제4차 핵실험 도발을 '비정상적인 사태'라고 규정하고 대북 확성기가 설치된 전방지역에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A급)를 발령했다. 군은 만약 북한이 확성기 방송시설 등을 조준사격 할 경우 강력 대응할 방침으로 만반의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북한군 대응에 따른 '단계적 조치'까지 밝힌만큼 북한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북한군, 최전방 일부부대 병력증강
우리 군이 북한의 제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책으로 8일 정오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로 한 상황에서 북한군도 대남 감시를 강화하고 최전방 일부 부대의 배치를 증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군이 전방지역에 대해 대남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북한군은 현재 동계훈련 중"이라면서 "북한의 핵실험과 맞물려 내부 근무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군은 또한 일부 부대의 인력 배치도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일, '북핵실험' 정보공유 차관보급 화상회의
한편, 한미일 3국은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관련한 대북 정보공유를 위해 8일 오전 차관보급 화상회의(VTC)를 개최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회의에는 우리 측에서 류제승 국방정책실장이, 미측은 데이비드 쉬어 아태안보차관보가, 일본 측에서는 마에다 사토시 방위정책국장이 각각 참여했다. 국방부는 "이 회의에서 한미일은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도발이고, 한반도와 역내 평화 및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점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또 "3국 참가자들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인정하지 않을 것임을 재천명했다"며 "앞으로도 북한 핵위협에 대한 정보공조를 긴밀히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중 외교장관 오후 전화통화…北핵실험 대응책 논의
또다른 한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8일 오후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전화통화를 하기로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관련한 대응책을 논의한다. 한중 외교장관의 통화는 지난 6일 이뤄진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틀만이다. 윤 장관과 왕이 부장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평가 및 분석을 교환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논의가 진행되는 추가 대북제재 등 향후 대응책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장관은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중국 정부가 북한의 핵개발과 추가 핵실험에 결연히 반대해 온 점에 기초하여 앞으로 안보리 차원에서의 조치에 있어 한중 양국이 긴밀히 협조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강력한 대북제재 도출을 위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중국은 향후 대응방향 등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만큼 왕 부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윤 장관은 북한의 핵실험 직후부터 왕이 부장과 전화통화를 추진했지만, 중국 측이 내부 일정 등을 이유로 전화 통화를 미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윤 장관과 왕이 부장이 원래 어제(7일) 오후 1시 통화 예정이었으나 중국 측 사정으로 연기됐고, 이후 상호 일정조정이 되면서 오늘 오후 7시에 통화하기로 됐다"고 설명했다.
한중 외교수장 간 소통이 다소 지연되는 것은 중국이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한 입장을 내부적으로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으로 '망루 외교'를 펼치기도 한 우리 정부가 북한의 핵 실험과 관련한 대북제재 과정에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끌어내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어 양국 외교장관간 전화통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