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수소탄 실험, 대한민국 안보비상
북한 조선중앙TV는 6일 12시30분(평양시간 낮 12시) 수소탄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이전과 달리 이번 핵실험 사실을 미국과 중국에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기상청은 "지진의 파형, 진폭으로 볼 때 인공지진이 확실해 보인다"며 "핵실험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정밀 분석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이번 수소탄 핵실험 발표는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양강도 백암군 인근에서 지진이 감지된 지 3시간 만에 나왔다.
수소폭탄의 위력은?
원자폭탄이 ‘핵분열’ 반응을 이용하는 것이라면 수소폭탄은 ‘핵융합’ 반응을 이용하는 것이다. 수소폭탄은 기술적으로 원자폭탄을 개발한 지 3~4년쯤 지나면 제조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원자폭탄 개발 7년만에, 구소련은 6년만에, 중국은 3년만에 각각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 북한의 1차 핵실험은 2006년에 있었다. 수소폭탄의 원료는 중(重)수소(일반 수소보다 질량이 두 배 무거운 수소)와 삼중(三重)수소(일반 수소보다 질량이 세 배 무거운 수소)다. 여기에 1억도가 넘는 고온·고압을 가하면 핵융합이 일어나면서 엄청난 폭발력이 생긴다. 핵융합을 위한 고온·고압을 만들려면 원자폭탄을 기폭(起爆) 장치로 써야한다. 원자폭탄 개발국이라야 수소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 김정은이 작년 12월 “수소폭탄 폭음을 울릴 수 있는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했을 때 미국·러시아 등은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었다. 그러나 북한이 원자폭탄의 위력을 증강시킨 ‘증폭(增幅) 핵분열탄’을 개발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증폭 핵분열탄은 플루토늄이나 우라늄으로 둘러싸인 원자폭탄의 중심부에 삼중수소와 중수소를 넣어 폭발력을 높인 핵무기다.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의 중간단계다. 소형화가 쉬워져 미사일 탄두(彈頭)로 쓰기가 좋다. 현재 북한이 보유한 원자폭탄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졌던 것과 비슷한 10~20㏏(킬로톤·1킬로톤은 TNT폭약 1000t 위력) 수준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증폭 핵분열탄은 원자폭탄보다 몇 배가 강해 보통 40~150㏏ 이상의 위력을, 수소폭탄은 원자폭탄보다 수십~수백 배 강한 1Mt(메가톤·1메가톤은 TNT폭약 100만t 위력) 이상의 위력을 갖는다.
대한민국 정부, 안보 비상
청와대, NSC긴급소집
정부는 6일 북한의 첫 수소탄실험 강행에 초비상이 걸렸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하게 소집했고, 외교부는 중국·미국과의 협의에 들어갔다. 국방부도 위기조치반을 긴급하게 가동하고 전군에 비상경계태세를 내렸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의 수소탄실험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오전 11시쯤 춘추관 기자실로 내려왔다. 정 대변인은 “북한에서 발생한 인공지진으로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낮 12시 NSC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NSC 상황실에서는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와 미국지질조사국(USGS), 중국 지진센터 등이 6일 오전 10시 30분 북한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발표함에 따라 사실 여부 파악에 들어갔다.
청와대 모든 수석실에서도 관련 정보를 파악하는 한편, 박근혜 대통령에게 즉각적인 보고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도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북한의 수소탄실험 강행을 보고받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여러 경로를 통해 종합적으로 즉각적인 상황 파악에 들어갔다”며 “현재로서는 수소탄실험이 확실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날 낮12시 30분 북한 당국의 중대발표를 지켜봤다. 수석들은 외부 약속을 일제히 취소하고 비상근무 상태에 들어갔다.
국방부, 위기조치반 소집 전군 비상경계
국방부도 신속하게 움직였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 11시 10분 위기조치반을 소집했으며 전군에 비상경계태세를 내렸다. 지휘관들에게는 현장 근무 명령이 떨어져 각종 행사 참석을 위해서 외부에 있던 일부 군 지휘관들도 부대로 복귀했다. 휴전선 지역의 경계근무 태세도 전면 강화됐다. 국방부는 육해공에서 북한군의 이상 동향 상태를 점검했지만 핵실험 이후 북한군의 특이한 이동상황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 요청
외교부도 미국·중국과의 대화채널을 가동해 북한 수소탄실험에 대한 대응에 들어갔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 미국과 중국의 당국자들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조만간 미국과 중국의 공식적 입장이 발표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그동안 북한 당국의 수소탄실험에 대해서 상당한 우려를 표명해 왔다. 하지만 이날 북한의 수소탄실험은 중국 정부에도 사전 예고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져 중국 외교부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각실국장을 소집해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외교부는 유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등 국제기구와도 연락을 취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으며 주요 회원국들과도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재외공관의 근무태세를 강화하고 재외국민 보호 강화 등의 조치에 들어갔다. 북핵 문제를 담당하는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는 비상체제로 전환했다.
통일부, 개성공단 등 북측지역 한국인 신변안전 비상
통일부는 “개성공단 등 북측 지역에 있는 한국인 신변안전을 확보하는 대책을 마련해 긴급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성공단에는 1171명이 체류 중이다. 정부는 그동안 김정은의 정치적 결단에 따라 언제든 수소탄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을 진단해왔다. 3차례의 핵실험을 통한 핵 능력의 고도화 평가도 잇따랐다. 국방부 직할부대인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국군화방사)가 3일 발간한 자료집 ‘2015년 후반기 합동 화생방 기술정보’를 통해 수소폭탄 전 단계인 핵융합 무기 실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날 수소탄실험에 이어 추가 핵실험 가능성도 전망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2일 발간한 ‘2015~2016 안보정세 평가 및 전망’이란 책자를 통해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터널 공사 등의 활동을 하는 것은 제수소탄실험 뿐아니라 제5차, 제6차 추가 핵실험의 의지가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UN 안보리, 트리거조항 회의 소집, 미 백악관 “북수소탄 실험 UN안보리 위반” 규탄
유엔도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회원국들에 통보했다. 북한의 대량파괴무기(WMD) 개발 관련 도발 시에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트리거 조항에 따라 회의가 자동소집된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5일(현지시간) 북한이 수소탄 핵실험을 했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현재로서는 수소탄 실험을 했다는 북한의 발표를 확인할 수 없지만, 우리는 어떤 유엔 안보리 위반도 규탄하며 북한이 국제적 의무와 약속을 지킬 것을 다시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북한은 2006년 핵실험을 처음으로 실시한 이후 지금까지 두 차례 더 실시했다"며 "그러나 우리는 지속적으로 우리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강조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한국을 포함한 역내 우리의 동맹을 지속적으로 보호하고 지킬 것이며, 어떤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해서도 적절히 대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