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이중성과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 이유
<기자수첩>
안철수 의원은 탈당 이틀 뒤 새정치연합을 향해 “물이 천천히 뜨거워지면 죽는 냄비 속 개구리 같다” “평생 야당 하기로 작정한 정당”이라고 질타했다. 문재인 대표에 대해서도 “생각이 다른 사람을 ‘새누리당’이라고 배척하는 사람”이라고 맹비난하고 “집권할 수도 없지만, 집권해서도 안 된다”며 날을 세웠다. 놀라운 것은 그런 안철수 의원이 “(탈당 회견을 위해) 긴 복도를 걸어가는 순간까지도 (문 대표의) 전화를 기다렸다”는 그의 언급이다. ‘최후통첩’ ‘혈혈단신’ 운운하며 새로운 항해를 결단했다는 사람이 뒤로는 손을 잡아주기를 기다렸다니 말이 되는가? 그말을 믿을 국민이 어디 있는가? 차라리 좀 솔직해지자,,,
탈당을 하고 싶어도 이런 지도자를 믿고서 제1야당이라는 큰 집을 버리고 한 배를 타는 데 정치생명을 걸 정치인이 몇이나 될 것인가? 문병호 황주홍 유성엽 3명의 의원이 새정치연합 탈당을 선언했지만 정작 3년전 인의원의 유일한 측근이었던 송호창 의원은 “야권에는 통합이 필요하다”며 합류하지 않았다. 새정치연합 공천탈락 대상 의원 일부가 탈당 대열에 합류한다 한들 안의원의 그동안 정치행태는 늘 “김빠진 맥주”이며 이는 맛나는 파괴력을 상실한다.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 신당 지지율은 16.7%로 3등이다. 안 의원이 2013년 신당 창당을 추진할 때 신당 지지율 30% 안팎을 기록하며 민주당 지지율의 3배 이상을 보였던 것과 전혀 다르다. ‘안철수 현상’의 신기루가 그의 정치행태로 다 벗겨져 버렸기 때문이다.
안철수의 혁신과 새 정치는 여전히 3년 반 전 정치에 뛰어들 때 제시했던 ‘평화 위에 세우는 공정한 복지국가’(‘안철수의 생각’·2012년) 수준의 모호한 담론만 맴돌고 있다. 안의원이 말한 끓는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안 의원은 대내외적 파고 속 고사 위기의 한국 경제를 살릴 구조개혁 방안, 노동문제, 국가정체성 문제, 현실적 대북전략 같은 무겁고 중대한 국정 현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힌 적이 거의 없다. 내놓아도 왜그렇게 하나같이 표절 신경숙 문제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날까? 문재인과 친노계들의 패권주의와 독단을 싫어하는 여야당 지지국민들도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입법마비 사태’는 어쩌면 안의원의 계산된 사욕에 의한 탈당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 안의원은 언제 그리도 국회의장과 친했는지 “대통령이 삼권분립에 무지하다”(대통령이 그럴 리가 있는가?)며 차세대 지도자로써 문제를 풀기는 커녕 대통령과 국회의장간의 알력을 더 부채질만 하고 있다. 문재인 체제의 새정치연합을 ‘패권주의’라고 공격하고 “이토록 무책임한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이라며 정권을 비판한다 해서 자신만이 중도의 가치를 대변하나?
정당이란 합치된 노력으로 국가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모두가 동의하는 특정의 원칙과 정치철학, 목표에 근거해서 뭉친 사람들의 집합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현실을 구체적으로 진단하고 미래를 헤쳐 나가는 나침반, 지도 같은 이념·정책도 없이 말의 성찬으로 사람을 모아 봐야 새로운 패거리에 불과한 것 아닌가? 이것이 무슨 새정치인가? 그런데 안의원은 포부하나는 남산보다 크다. 자신이 한국정치를 싹 바꾸겠다? 제1야당의 당수, 아니 더 나아가서 미래의 대통령?
좋다 백번양보해서 故김영삼 전대통령처럼 남의 머리를 빌린다고 해보자 그러나 김전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자신의 정치신념에 목숨을 내놓았던 분이다. 감히 양심적으로 비교할 수 있나? 안철수 의원도 가끔은 옳은 말을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안의원은 “자신의 옳고 정당한 말이 왜 전혀 힘이 없는지”를 항상 생각해야 할 것이다. ‘김빠진 맥주’같은 말, ‘힘없는 말’은 아무나 하는 말이지 정작 정당의 지도자나 큰 정치지도자가 하는 말이 아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