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노동개혁, 경제활성화법안 처리 국회압박
박근혜 대통령이 정기국회 회기 종료를 이틀 앞둔 7일 노동개혁 및 경제활성화법안 처리 지연에 대한 답답한 심경을 여과 없이 토로하면서 '총선심판론'을 다시 꺼내 들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를 만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기업활력제고법 등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의 국회 내 논의가 실종된 것과 관련, "정치권과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의 삶"이라면서 "그 부분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살리기가 어렵다고 걱정만 하는데 경제활성화법들, 노동개혁법들을 통과시키다 보면 우리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 가능한 것부터 하면 경제가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정말 얼굴을 들 수 있겠느냐"고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경제활성화법안의 정기국회 내 처리 및 노동개혁 법안의 연내 처리, 테러방지법의 조기 처리를 각각 당부했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달 10일 국무회의에서 제기한 총선 심판론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박 대통령은 "(19대 국회 임기만료로 노동·경제법안들이) 자동 폐기된다면 국민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도 앞으로 국민을 위해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심판'이란 말을 직접 사용하진 않았으나 "이번 총선때 정치권은 뭐라고 호소할거냐. 국민 안전을 지키고 경제를 살려 아들딸에게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주겠다는게 (공약의) 주가 되지 않겠는가"라고 언급, 법안처리가 불발되면 국민 선택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총선심판론을 재차 꺼내 든 것은 19대 마지막 정기국회 종료를 앞두고 유권자인 국민 여론의 힘을 빌어서라도 정치권을 압박해나가겠다는 절박한 심경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간 정면 대립으로 당 내홍 사태가 우선 이슈로 부상했고, 여당의 관심도 내년 총선 공천룰 관련 논의로 모아지면서 경제활성화법안 및 노동개혁 관련 법안의 처리 전망은 점점 더 불투명해지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선거도 공천도 중요하나 국회 존재 이유는 국민"이라는 박 대통령의 언급에는 정치권이 총선에 몰두해 경제를 살릴 핵심법안 처리를 방기해선 안된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특히 경제활성화법안 및 노동개혁 법안이 올해를 넘길 경우 내년 4월 총선과 19대 국회 임기 만료 등의 정치 일정과 맞물려 이들 법안이 영구폐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박 대통령이 이들 법안의 조속처리를 촉구하는 배경으로 작동하고 있다.
정기국회 종료 D-2, 장관들 '쟁점법안 처리' 직접 발벗고 나서
19대 마지막 정기국회 종료를 이틀 앞두고 '쟁점법안' 처리에 행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이에 장관들이 직접 나서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정기국회 내 처리를 요청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노동개혁 5대 법안의 처리가 늦어지자 부처 장관들이 손수 나서서 국회를 설득하는 모양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7일 국회로 달려와 서비스산업법과 노동개혁 5대 법안 처리를 요청했다. 장관이 직접 국회로 달려와 해당 법안 처리를 요청한 것은 그만큼 현 상황이 절박하다는 뜻이다.
최 부총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서비스산업법은 18대 국회에서 제안됐다가 폐기됐고, 지금 19대 국회에 재발의돼 7∼8년째 국회에 발목이 잡힌 법이다"고 국회를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이 과정에서 최 부총리는 서비스산업법을 심의하는 기재위 야당 의원인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과 설전(說戰)을 벌이기도 했다. 김 의원은 최 부총리를 향해 "최 부총리 말씀이 마치 새누리당 원내대표 말씀 같다"고 비난하자, 최 부총리는 "7~8년 묵은 법이 어디 있느냐. 어느 정부가 가만히 있겠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장관도 같은날 오전 국회 기자실을 직접 찾아와 노동개혁 5대 법안 처리를 강조했다. 그는 "5대 입법이 연내 통과되지 않으면 내년 총선 등 정치 일정으로 자동 폐기된다"며 "연내 반드시 완료돼야 한다"고 간곡히 호소했다. 세종시에서도 장관의 '쟁점 법안' 처리에 대한 읍소(泣訴)가 이어졌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꼭 통과시켜야 한다"며 "국회에서 하루라도 빨리 법을 통과시키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장관들이 직접 발 벗고 쟁점 법안 처리에 나섰지만 남은 이틀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해당 법안들이 소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쟁점 법안들은 같은 상임위의 다른 법안들과 연계돼 묶여 있다. '서비스산업법-사회적경제기본법', '원샷법-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상생법)'이다. 서비스산업법과 사회적경제기본법이 함께 타결되기 위해서는 여야가 요구하고 있는 수정 사항이 각각 법안에 담겨야 한다. 야당은 서비스산업법이 다른 법안보다 먼저 적용되는 '상위법'이 되기 때문에 의료법에 있는 공공 의료 부분은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여당은 세차례 수정안을 야당에게 제시했지만, 야당은 제3조에 공공 의료에 관한 의료법 조항(제4조, 제15조, 제33조, 제49조')은 서비스산업법을 따르지 않는다고 법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법의 적용 대상인 '서비스업' 분야에 보건과 의료 분야도 제외해야 한다. 반면 여당은 해당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 중이다. 반대로 야당이 요구하는 사회적경제기본법에서 공공기관의 사회적 기업 생산품 구매 조항과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 설치 조항을 법에서 삭제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원샷법과 상생법의 '빅딜'도 해당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합의안이 도출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원샷법의 적용 대상에서 '상호출자제한기업 집단'을 제외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여당은 상생법 자체가 반(反)시장주의 법안이라 받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상생법은 중소기업적합업종 주체를 민간에서 정부로 변경해 대기업에 대한 강제성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국회 산업위 관계자는 “원샷법과 상생법에 대해 심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해당 법안들에 대해 산업위 차원에서 전혀 진척이 없다”고 전했다.
쟁점 법안들이 소관 상임위에서 '빅딜'로 해결되지 못하면 최종 운명은 결국 여야 원내 지도부의 손에서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관계자는 "쟁점 법안들에 대해 상임위에서 빅딜로 합의될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며 "여야 지도부가 해결해 상임위에 지시가 내려오지 않는 한 법안 처리가 어렵다"고 밝혔다. 여야는 일단 오는 9일 정기국회가 끝나고 곧바로 임시국회를 열기로 했다. 쟁점 법안들이 끝내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임시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엄원지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