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안나간다” 불법 무단점거, 조계사 '곤혹'
조계사에 22일째 피신중인 한상균은 조계사 신도회가 제시한 거취 시각인 6일을 넘겼음에도 나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상균의 이같은 결정은 조계사 혹은 신도회와 논의되지 않은 사안이라 향후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당장 조계사 측도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계사 관계자는 한상균의 결정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한다. 신도뿐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이기도 하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앞서 한 위원장은 그를 강제로 끌어내려는 조계사 신도회 측에 "(2차 총궐기 집회가 열리는)5일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향후 계획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며 "따로 관련 회의를 잡은 것은 없지만 조만간 개최해야하지 않겠냐"는 입장을 보였다. 앞서 지난 2일 한상균을 만나 공권력 투입 등 불교계 내부 우려를 전한 이기흥 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은 7일 "이전까지는 한 위원장이 6일까지 나가겠다고 해서 따질게 없는 상태였지만 이제 다시 상황을 봐야하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회장은 "오후에 조계사를 찾아가 관계자들을 만나볼 생각이다"면서 대응책 마련에 나설 뜻을 밝혔다.
조계종은 여전히 한상균과 관련해 공식 입장은 없다는 반응이다. 조계종 관계자는 한상균 조계사 은신 장기화와 관련해 "조계종 내부 회의는 아직 없다"면서 "상황을 보고 소집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앞서 민주노총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개악을 막기 전에는 한 위원장이 조계사에서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상균은 기자회견문에서 "노동개악을 막아야 한다는 2000만 노동자의 소명을 차마 저버릴 수 없었다"며 "평화적인 2차 민중총궐기 이후 거취를 밝히겠다 말씀드렸고 신도회 쪽에서도 대승적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지만 죄송스럽게도 지금 당장 나가지 못하는 처지를 헤아려 달라"고 전했다.
그는 "제가 손을 놓는 것은 싸우는 장수가 백기를 드는 것"이라며 "노동개악 처리를 둘러싼 국회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조계사에 신변을 더 의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깊은 아량으로 품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경찰에는 "노동개악이 중단될 때 화쟁위원회 도법스님과 함께 출두할 것"이라며 "그때까지 절대 다른 곳으로 피신하지 않을 것이다. 공권력 압박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신도들을 위해 조계사 내외 경찰병력을 철수해달라"고 요청했다.
한상균이 이같은 입장을 밝힘에 따라 당장 신도회 반발도 예상된다. 앞서 한상균을 강제로 끌어내려고 했던 조계사 신도회 측과 2차 물리적 충돌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관계자는 "물리력 행사는 서로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본다"며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일단 "한상균은 국회에서 노동개악법이 처리되지 않을 때까지 조계사에 머물예정이다"면서 "만일 국회가 법을 통과시킨다면 16일 총파업을 지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상균의 검거 장기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경찰 쪽도 애가타기는 마찬가지다.
경찰 관계자는 조계사 내 체포조 투입에 대해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조계사에서 (체포)요청을 하지 않는 이상 방법이 없다. 현재로선 조계사 주위에 경찰력을 배치할 수 밖에 없다"며 "다만 신도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균의 이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조계사 신도 김모(73)씨는 "저렇게 버틴다고 해서 달라질게 뭐가 있냐"며 "결과적으로 봤을 때 경찰들만 고생시키는 일이 될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김모(74·여)씨 역시 "일단 잘잘못을 가리는게 우선이다. 경찰에 나오는게 먼저해야할 일"이라며 "신도회가 나서서라도 빨리 내보내야 한다"고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