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 문제많다
국회가 내년 예산을 처리하면서 당초 정부안에 포함됐던 중요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한 반면 ,여야를 불문하고 의원들의 지역구 사업예산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국가적 이익보다 정파나 자기지역의 이익만 앞세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역구 주민들도 국민이고 지역구 의원 입장에서는 지역예산도 중요하지만 국회의원은 원칙상 국가이익을 먼저 생각해야할 의무가 있다. 또 불요불급한 사업을 예산안에 끼워넣은 정부도 정치권이 이런 부분에서 예산을 깎아 지역구 사업 재원으로 돌림으로써 나라 가계부를 누더기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3일 국회와 정부 부처에 따르면 여야 정치권은 정부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국채 이자 비용 1조7000억 원, 민자도로사업 토지보상비 2000억 원, 국방 분야 공공요금 500억 원, 재해 관련 예비비 2000억 원 등 총 3조8281억 원을 삭감했다. 특히 국방분야와 재해관련 예비비를 삭감했다는 것은 세월호 사태가 언제 일어났는지, 목함지뢰 사태, 북핵안보 문제는 싹 잊어버렸는지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에 치명적이다.
국회는 내년에 추진되는 서울∼문산 민자고속도로 사업비 중 국가가 부담하기로 돼 있는 토지보상비를 2000억 원 깎았다. 단일사업 중 삭감 폭이 가장 컸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토지 보상은 2018년까지만 하면 돼 보상비가 줄어도 사업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애초에 사업비를 넉넉히 반영해 정치권이 다른 재원으로 돌릴 수 있게 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이어 국회는 정부안에 연 3.5%로 설정된 국채 이자율을 연 2.8%로 0.7%포인트 내리는 방식으로 1조7000억 원의 재원을 마련했다. 지급해야 할 국채 이자율을 내리면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예상 이자가 줄어든다. 하지만 향후 미국이 금리를 올려 국채 이자 비용이 예상보다 늘어나면 재정 운용에 큰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여야는 이런 삭감 과정을 거쳐 마련한 자금 중 3조5000억 원을 지역구 사업 등에 투입했다. 모 언론이 집계한 결과 정부 원안에 없었지만 국회 심사 과정에서 끼어든 지역구 예산은 220여 건이나 됐다. 국회는 경북 김천시∼경남 진주시∼거제시를 잇는 남부내륙철도(총연장 170.9km) 건설 예산으로 30억 원을 반영했다. 지난해 1월부터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인 사업으로 건설 계획이 확정되기도 전에 설계비부터 넣은 것이다. 지역예산도 중요하지만 국가이익을 도외시한채 타당성 검토도 없이 무리하게 끼어드는 선심성 지역예산 문제가 많다. 이를 국민을 위해 방지하려면 국회의원의 양식을 믿는 순진함보다 아예 입법 선진국들처럼 예산이 제대로 잘 쓰이는지, 새는 것은 없는 지, 국민의 혈세인 국가예산을 예산 입안자, 정책결정자가 책임질 수 있는 ‘예산법률주의’ 도입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