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위원회'는 "䎲志擄 위원회"인가?
보수언론도 아닌 경향신문 논설마저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을 질타하고 나섰다. 이 신문사설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인 노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의원회관 사무실에 신용카드 결제용 단말기를 설치해놓고 자신의 책을 팔았다는 것을 지적했다. 노의원은 지난 10월 말 시집 <하늘 아래 딱 한 송이> 북콘서트를 연 뒤, 11월 초 대한석탄공사·한국광물자원공사 등 산자위 감사를 받는 공공기관에 이 책을 판매했다는 것이다. 상임위원장 지위를 이용해 피감기관에 ‘갑질’을 했다는 논란을 면하기 어렵다. 사업장이 아닌 곳에 카드단말기를 설치한 만큼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소지도 있다.
문제가 불거지자 노 의원 측은 피감기관의 책 구입 대금을 모두 반환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이 해명자료가 또 다른 논란을 일으켰다. 노 의원 측은 “피감기관에 북콘서트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고, 피감기관이 혹시 알더라도 화환조차 못 보내게 했다”면서도 “극히 일부 피감기관에서 ‘관행적 수준’의 도서 구입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피감기관이 관련 상임위 의원의 저서를 사주는 관행이 만연해 있음을 고백한 셈이다. 이번 의혹을 처음 보도한 언론에 의하면, 19대 의원들의 저서 354권을 분석한 결과 40%인 144권은 시중에서 구매가 불가능했다고 한다. 서점에서 살 수도 없는 책들이 도대체 누구의 서가에 꽂히는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문제의 노영민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을지로 위원회’의 중추적 인물이다.
‘을지로 위원회’는 우리사회 '갑·을 관계'의 부당성을 규명하고 약자인 '을'들의 정당한 위치를 지키기 위한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적 서민정책 기구다. 그런 을지로위원회의 중심 인물이 갑질을 한 꼴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갑질 논란'은 최근 고구마 줄기처럼 계속 나왔다. 4선의 신기남 의원은 아들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시험에 탈락하자 교수를 만나 압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으로 논란이 됐다.
앞서 지난 8월엔 윤후덕 의원이 자신의 딸이 2013년 LG디스플레이 경력 변호사 채용에 합격하는 과정에서 회사 측에 전화를 걸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기회 있을 때마다 '서민들을 위한 정당'을 내세웠다. 2013년 5월에는 당내 '을지로 위원회'를 구성해 갑(甲)의 횡포에서 을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의 불공정 관행 개선,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 중·소상인 보호 활동 등을 주요 성과로 홍보하기도 했다. 신기남, 윤후덕 의원, 역시 ‘을지로위원회’의 핵심맴버다.
하지만 이들 의원들이 보여준 행동은 을을 지킨다는 다짐을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고려대 장영수 교수는 "잘못된 행태에 대해 법적 제재 이전에 당내에서 스스로 징계하는 게 중요한데 '운이 나빠서 걸렸다'고 생각하는 온정주의가 퍼져 있는 게 문제"라고 했다. 여당 의원들보다 야당 의원들은 더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기관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갑질'을 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진 여당 의원과 달리 직접 나서야 하는 야당 의원은 상대적으로 '갑질'이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맞추어 이들에 대한 확실한 결단을 하고 처신을 조심해야 한다. 문대표는 이사안에 대해 사실관계는 더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원론적 입장에 그쳐선 안된다. 노영민 의원은 문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핵심 측근이다. 다른 의원들보다 더 철저한 조사와 엄정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신기남, 윤후덕 의원 역시 친문계 의원들이다. 지리멸렬한 새정치연합의 혁신은 기강을 바로 세우는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새정치민주연합의 ‘을지로위원회’를 어떤 언론들은 ‘갑지로위원회’로 부르고 있다. 또 어떤 시민들은 “‘을지로위원회’를 ‘䎲(뭇소리을)志(뜻지)擄(노략질할로) 위원회’”로 부르고 있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