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X사업 순풍달까? 미 국무부 최대지원으로 기조 바꿔
미국 국무부는 1일, 기술이전 논란을 빚는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에 대해 "가능한한 최대한도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카티나 애덤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연합뉴스의 논평 요청에 "미국은 가장 민감한 국방기술의 이전을 통해 한국의 국방 프로그램과 우선순위를 지속적으로 지지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미국 정부가 KF-X 사업과 관련한 민감기술의 이전을 지원한다는 입장을 공식으로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앞으로 한국 방위사업청과 록히드마틴 간의 협상 추이가 주목된다.
애덤스 대변인은 "미국 정부는 한국이 우려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록히드마틴과 논의 중에 있다"며 "우리는 이런 과정을 통해 KF-X 사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자 록히드마틴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덤스 대변인은 이어 "KF-X와 같은 프로그램은 크고 복잡하다"며 "그 결과, 프로그램이 성숙되고 더욱 정교해지면서 종종 수출면허가 수정되는 반복적인 과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KF-X 사업과 관련해 록히드마틴으로부터 21개 항목의 기술지원을 받는 데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나, 미국 정부 일부 부서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그동안 한국 내에서 알려져 있었다. 이와 관련해 방사청은 진양현 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협상단을 미국에 파견하고 미국의 방산기술통제본부(DTSA)와 록히드마틴 관계자들과 만나 구체적인 기술 항목을 제시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한편, 방위사업청은 한국형전투기(KF-X) 체계개발사업에 필요한 21개 기술을 두고 미국 워싱턴 D.C에서 2일(현지시간)께 록히드마틴과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상에는 외교부도 참여키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2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방사청을 주축으로 한 정부 협상단은 워싱턴에서 미국 록히드마틴사측과 KF-X 사업에 필요한 21개 기술이전을 둔 협상을 벌인다. 이번 협상은 지난 18일부터 서울에서 진행된 록히드마틴과의 1차 협상에 이은 것으로 당시 록히드마틴사측은 우리측에 21개 기술을 이전 시기와 범위 등을 세분화해서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세부기술을 두고 다시 논의하는 과정이 얼마나 더 걸릴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지난 4월 미국이 수출을 거부한 4개 핵심기술 외에 21개 기술이전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던 방사청의 입장과는 분명히 다른 분위기로 전환된 것이다. 이와관련 장명진 방사청장은 지난달 2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미국이 ‘원하는 기술 이전 건을 디테일하게 협의하자’고 해서 나도 당황했다”고 밝혀 사실상 21개 기술이전 협상이 뜻대로 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때문에 이번 워싱턴 협상은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21개 기술을 온전하게 넘겨 받을 수 있도록 미측을 재차 설득해야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에 외교부가 개입키로 한 것 역시 정부의 이같은 절박한 상황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부는 국방부의 요청에 따라 이번 협상에 국장급 관계자를 파견한 상태다. KF-X 사업과 관련 외교부가 미측과의 협상에 직접 참여하기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이번 협상은 기술적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인만큼 외교부측은 미 국무부와 별도의 접촉을 갖고 우회적으로 미국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록히드마틴이 설사 21개 기술 이전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하더라도 기술수출 승인권자인 미 국무부가 이를 거부하면, 협상은 말짱 도루묵이 되기 때문이다. 외교부의 개입은 방사청과 록히드마틴 간 협상과는 다른 차원에서 미 국무부와 직접 접촉하며, 21개 기술이 최대한 이전될 수 있도록 미 정부를 직접 설득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한편 정부 협상단의 이번 워싱턴 방문에선 한미 양국 국방장관이 합의한 방산기술전략과 협력 강화를 위한 '고위급 2+2 협의체' 구성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