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의 힘, SDR 편입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에 편입되면서 세계 최대 무역 대국 중국이 미국(달러), 유럽(유로)과 함께 세계 3대 기축(基軸) 통화국으로 등극했다. SDR은 IMF가 만든 가상 국제 통화이다. 무역 거래나 금융 거래에는 사용되지 않고, IMF와 각국 정부·중앙은행 간 거래에만 사용된다. SDR을 구성하는 화폐에 위안화가 포함된 것은 준(準)기축 통화의 지위를 획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위안화 파워, 어디까지 커지나?
위안화가 기축 통화로 인정받게 됐지만, 과거 일본 사례를 볼 때 경제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위안화 파워' 확대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은 1984년 '엔화 국제화'를 공식 선언하고, 무역 대국으로 성장하면서 쌓은 '엔화 파워'를 세계에서 인정받으려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20년 불황'에 빠지면서 엔화 위상은 떨어졌다. 세계 외환 보유액에서 엔화 비중은 2000년 6.1%까지 올라갔지만 올해 3.8%로 줄었다.
위안화 파워가 어느 정도 속도로, 어느 정도까지 커질지에 대해서는 중국 내에서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제일재경일보는 이날 "각국이 위안화 사용을 늘리면 자연스럽게 달러 의존도를 낮추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위안화가 달러의 패권을 잠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현대금보는 "미국은 18세기 말 이미 세계 제일의 경제 대국이 됐지만, 미 달러가 주요 비축 화폐로 등장한 것은 2차 대전 이후였다"며 "역사의 선례를 볼 때 위안화가 주요 비축 화폐가 되려면 수십 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SDR(Special Drawing Rights·특별인출권) : 국제통화기금(IMF)이 1969년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국 달러의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만든 가상의 통화다. 현재 미국 달러, 유로, 영국 파운드, 일본 엔 등 4개 통화로 구성돼 있으며, 내년 10월 중국 위안화가 추가된다. SDR의 구성 통화가 되면 각국이 외환 보유액으로 보유하게 되고, 무역·금융 거래에도 활용이 늘어난다.
위안화 파워, 국제 금융질서 재편되나?
미국이 주도하는 IMF가 위안화의 SDR 편입을 허용한 것은 중국의 금융 파워가 급격하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1조2119억달러(2014년 IMF 기준)로 18조1247억달러인 미국의 61.8% 수준까지 추격한 상태다. 2010년까지 통계상 미미하던 위안화의 국제 결제 통화 비중도 지난 8월 2.79%까지 상승해 엔화(2.76%)를 제치고 세계 4위가 됐다. 미국은 이런 중국이 신흥국의 맹주로 나서 '미니 IMF'를 만드는 등 기존 경제 질서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을 우려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주도의 기존 질서에 중국을 집어넣어 견제하는 도리밖에 없어 중국에 기축 통화국의 지위를 선물했다는 것이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위안화의 SDR 진입이 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 가까이 유지된 달러 패권 시대의 균열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달러를 뜻하는 뤼비(綠幣·녹색 돈)와 위안화를 의미하는 훙비(紅幣·붉은 돈)가 '화폐 전쟁'에 돌입하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미국이 독주하던 군사·외교뿐 아니라 경제 분야에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의 반대를 뚫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라는 신흥 국제금융기구를 출범시킨 데 이어 위안화의 SDR 편입으로 세계 금융 질서를 또 한 번 흔들게 됐다는 것이다.
세계각국, 위안화 보유 늘릴 것으로 예상
위안화의 위상이 높아지면 세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위안화 보유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 각국이 외환 위기를 대비해서 보유하고 있는 외환 보유액은 11조3000억달러(약 1경3000조원)에 달한다. 이 중 위안화는 1% 남짓인 1000억달러쯤 된다. 앞으로 SDR에서 위안화 비중이 0%에서 10.92%로 늘어나는 것이므로, 산술적으로 따지면 전체 외환 보유액의 10% 정도인 1조달러까지 위안화로 보유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각국이 외환 보유액을 현찰로 들고 있지는 않다. 채권·주식 등 수익이 나는 자산으로 바꿔 갖고 있다. 아직 위안화 채권·주식 시장이 발달하지 않아 당장 큰돈이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국제 무역에서도 위안화를 결제 통화로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세계 1위 무역 규모(4조3063억달러)를 앞세워 금융 강국으로 도약을 추구해 왔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위안화 국제화를 국가 전략으로 삼고 무역 상대국에 위안화 결제를 요청해 2011년 6%에 머물렀던 글로벌 무역 거래 중 위안화 결제 비중을 지난해 22%까지 끌어올렸다. 저우샤오촨 중국인민은행 총재는 최근 인민일보 기고문에서 "오는 2020년까지 무역 결제액의 33% 이상이 위안화로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포츠닷컴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