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집회, 불법 폭력시위 드러나
경찰청은 지난달 14일 서울 도심 민중총궐기 집회 때 불법시위를 벌이거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 등으로 수사 대상이 된 사람이 411명이라고 1일 밝혔다. 구체적으로 구속7명, 구속영장 신청1명, 체포영장 발부3명, 불구속입건73명, 훈방(고교생)1명, 출석요구 326명 등이다. 경찰에 따르면 구속된 7명은 집회 현장에서 검거된 6명과 한 위원장 도피를 도운 이른바 '사수대' 1명이다. 경찰은 또 지난달 28일 조계사에 은신 중인 한 위원장을 만나러 사찰에 들어가려다 이를 제지하는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전 민주노총 간부 채모(55)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채씨는 이날 오후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을 예정이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람은 한 위원장 사수대인 최모씨와 이모씨, 집회 당시 경찰 버스를 부순 혐의를 받는 김모(여)씨 등 3명이다. 불구속 입건된 73명은 집회 현장에서 검거된 44명과 사후 채증자료 판독에서 신원이 확인돼 조사를 받은 29명 등이다. 이들은 모두 구속영장을 신청할 정도로 불법행위 정도가 크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출석요구 대상자에 대해서는 3차까지 소환장을 보냈는데도 불응한 사람 가운데 혐의가 중한 이들을 선별해 이번 주 내로 체포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올해 5월1일 노동절 집회 당시 종로구 안국동사거리 앞에서 사전에 준비한 밧줄 등을 활용해 경찰 기동대 버스를 부순 박모씨와 이모씨 등 민노총 경기본부 소속 국장급 간부 2명에 대해 지난달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지난달 27일 이들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의 민노총 경기본부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바 있다.
조계사 풍경, '한상균 퇴거' 놓고 한밤중 대치
조계사 일부 신도가 은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사찰 밖으로 끌어내려고 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진 30일 조계사는 자정을 넘어서까지 팽팽한 긴장감이 나돌았다. 조계사 신도회의 일부 신도가 30일 오후 2시20분쯤 은신 중인 한상균을 끌어내려고 하면서 한상균의 옷이 찢어지는 등 15~20분 동안 몸싸움이 벌어지는 소동이 발생하면서 긴장감이 한층 고조됐다. 이에 경찰은 조계사 안팎에 6개 기동중대, 100여명의 수사요원, 사복경찰 등 500여명을 투입해 경계태세를 강화했다.
한상균이 조계사로 피신한지 15일째 되는 날인 30일 오후 해가 진 서울 종로구 조계사 경내에는 입구를 비롯해 관음전 주변 등 한 위원장이 탈출시도를 할 만한 웬만한 장소에는 경찰들이 포진돼 있었다. 특히 조계사 밖으로 나가는 차량 트렁크 등을 모두 검색하는 등 철저하게 확인작업을 할 정도로 경비는 삼엄해 이와관계없이 사찰에 불공을 드리러 온 신도들이 매우 큰 불편을 겪었다. 기도하러 온 일부 신도들은 조계사로 피신한 한상균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평신도 A씨는 "조계사 주인은 불자들이다. 스님들이 중재할 필요가 없다"며 "경찰이 경내에 진입해 한 위원장을 체포해도 된다. 경찰은 법당에만 안 들어가면 된다"고 말했다. 평신도 B씨도 "밖에 경찰 병력은 공권력 낭비다. 한상균이 숨어있지만 말고 적법절차를 밟아 자기 소리를 정당하게 내줬으면 한다"며 "정부도 마찬가지로 노동계와 각만 세우지만 말고 조계사의 중재에 응해서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생전에 남긴 말처럼 ‘화합과 통합’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경내를 거닐고 있는 한 스님은 한상균의 거취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줄 수 없다. 이번 일이 잘 해결되길 바란다"며 말을 아꼈다.
밤이 다가 오자 조계사에 그나마 남아있던 일부 신도들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오후 9시쯤 싸늘한 초겨울 바람만이 맴도는 조계사에는 "한상균은 자정까지 퇴거하라"는 조계사 신도측의 촉구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취재진들과 경찰병력만이 추위와 싸우고 있었다. 오후 10시 50분쯤 3층 창문에서만 불빛이 새어 나오는 관음전 앞에는 취재진과 사복경찰 50여명이 여전히 피곤한 '뻗치기' 근무를 하고 있었다. 자정이 되기 전까지 '폭풍전야' 같은 경내는 고요하고 적막했다. 간혹 "불쌍한 중생들..."이라며 길을 지나던 몇몇 시민들이 경찰에 눈길을 보내곤 했다. 조계사 신도측이 요구한 한상균의 퇴거시간인 자정이 지나고 1일 오전 1시 30분쯤 관음전 3층에서 나온 이영주 민노총 사무총장은 취재진들에게 "회의했고, 내일 오전 중에 입장을 발표할 것이다. 오늘 더이상 특별한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 사무총장과 같이 나온 한 스님은 "9명이서 함께 회의했다. 한상균 조계사 퇴거 관련, 일부 신도들이 반대한다는 건 반발이라기보다 의견이 다른 것"이라고 전했다. 이 사무총장 등이 나오면서 관음전 3층 불이 꺼졌고, 대웅전에서 새어나오는 불빛만이 어둠이 깔린 경내를 밝혔다. 급박했던 조계사의 하루가 마감되는 순간이었다.
추운 밤 의경들, 한상균 검거명령에 ‘말없는 고생 보따리’ 경찰, 검거에 온 신경
한편, 조계사에 피신한 한상균 때문에 젊은 의경들, 담당 경찰관들의 고충이 말이 아니다. 밤새도록 이어지는 ‘뻗치기 근무’로 찬기운이 감도는 추운 밤 내내 온 신경을 ‘한상균’ 한사람에게 집중하고 있다. 한 젊은 의경은 “한상균 때문에 때아니게 사찰에 불공 드리러 온 신도들 자동차까지 수색해야 해 미안하기 그지없다”고 했다.
기자가 “춥지 않느냐? 간식 지원은 잘되느냐?”고 했더니 “그런 지원은 잘 됩니다. 어짜피 군 복무로 온 몸 의경이 되었으나 전방에서 경계근무를 서는 대학동기도 있어 이런 추위쯤 아무겄도 아닙니다”라고 했다. 늠름했다. “다치지 않도록 항상 몸조심 해라”는 기자의 말에 “고맙습니다. 충성” 이라고 답했다. 이들을 이끄는 책임자는 “고충은 없다. 다만, 반드시 한상균을 검거해야 함으로 그것이 온 신경 쓰이는 스트레스다. 하지만 반드시 검거하겠다” 라고 대답했다.
황총리 "복면시위, 철저히 추적·엄단“
황교안 국무총리는 1일 "복면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익명성에 숨어서 행하는 불법·폭력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한 채증을 통해 끝까지 추적해서 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극심한 시민 불편을 초래하고 법질서를 어지럽히는 불법시위 사태가 거듭 발생해서는 결코 안 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황 총리는 "국민이 복면 폭력집회시위, 경찰관 공무집행 방해와 폭행, 폴리스라인(집회시 경찰저지선) 침범 등의 후진적 집회시위 행태를 더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관계부처는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완 작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달라"고 지시했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