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BMW 내려앉고 제네시스 뜬다
폭스바겐 휘발유차 9만8천대도 배출가스 조작 의혹
배기가스 검출 결과 조작 스캔들에 관련된 폭스바겐의 휘발유 차량 수가 9만8000대에 이른다고 알렉산더 도브린트 독일 교통장관이 4일 밝혔다.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검출 결과 조작은 애초 디젤 엔진 차량들만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고 질소산화물 배출이 주 우려 대상이었다. 그러나 폭스바겐은 3일 자체 조사 결과 80만 대의 차량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연료 소모량이 지나치게 낮게 표시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불일치를 나타냈다고 밝혔었다.
도브린트 장관은 폭스바겐에 모든 차량에 대해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연료 소모량을 처음부터 전면 재조사하도록 지시했다. 그는 또 배기가스 결과 조작에 따른 문제를 처리할 고객서비스센터를 설립할 것을 폭스바겐에 지시하고 배기가스 배출량이 늘어남에 따라 추가 부담해야 할 자동차세를 차량 소유주에게 떠넘기는 일이 없도록 할 것 역시 지시했다.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건이 독일 제품과 산업의 명성을 손상시키는 것을 막으려는 독일 정부로부터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를 통해 비슷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라는 압력을 점점 더 많이 받고 있다.
무디스, 폭스바겐 신용등급 하향조정
한편,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4일(현지시간)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에 휘말린 폭스바겐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무디스는 이날 폭스바겐의 신용등급을 A3로 한단계 낮춘다고 발표했다. 무디스는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이 확산되면서 회사 평판과 수익이 위기에 놓였다고 이유를 밝혔다. 무디스는 "배출가스 스캔들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폭스바겐 내부 조사에서 80만여대의 차량의 이산화탄소 수치 불일치가 발견됨에 따라 폭스바겐의 평판과 향후 매출, 재정에 리스크가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리콜 BMW 520d 주행중 엔진룸 화재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리콜 조치를 받은 BMW5 시리즈 차량이 운행 중 엔진룸에 불이 나 전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가 난 차량 소유주는 판매 대리점 앞에서 항의 시위를 했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3일 오후 5시 50분쯤 자유로 방화대교 부근에서 김모(31) 씨의 BMW 520d 승용차에서 불이 나 차량이 모두 탔다.김 씨는 불이 나자 갓길에 차를 세우고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김씨는 최근 정비소에서 리콜 조치를 받고 난 뒤 이날 처음으로 운전을 하던 중 갑자기 엔진룸에서 불이 났다고 주장했다. 또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도 BMW 측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며 서울 서초구에 있는 BMW 판매 대리점 앞에서 불에 탄 차를 세워놓고 항의 시위를 했다. 앞서 지난 9월 국토교통부는 BMW 520d 모델 2만3천여대에 대해 주행 중 시동이 꺼질 가능성이 발견됐다며 리콜을 명령했다. BMW 측은 자체 조사를 마치고 난 뒤 4일 오전 중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운전자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현대차, “제네시스 통해 새 가능성 열겠다” 명차경영 시동
우리 자동차 업계에는 기회가 찾아왔다.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제품명이던 제네시스를 별도의 브랜드로 구축해 전 세계 고급 자동차 시장에 진출한다. ‘가격 대비 좋은 차’라는 기존 이미지를 깨고 수익성이 높은 럭셔리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포석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4일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대중 브랜드를 뛰어넘기 위해 2008년 내놓은 제네시스는 최고의 상품성을 인정받았다”며 “상품에서 시작한 제네시스는 이제 별도의 새로운 브랜드로 탄생한다”고 선언했다. 도요타의 렉서스처럼 별도의 고급 브랜드를 구축해 전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미다.
현대 제네시스
현대차는 이날 2020년까지 모두 6종의 제네시스 라인업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다음 달에 기존 에쿠스를 완전히 바꾼 대형 럭셔리 세단을 공개한다. 기존의 2세대 제네시스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 첫발을 내딛는 셈이다. 이후 2017년 하반기(7∼12월) 중에 후륜구동(뒷바퀴 굴림) 기반의 중형 럭셔리 세단을 내놓는 등 5년간 모두 4종의 신규 모델을 추가할 계획이다. 새롭게 개발하는 모델은 중형 세단 외에도 대형 럭셔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고급 스포츠형 쿠페, 중형 럭셔리 SUV가 포함된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차종마다 이름이 다른 현대차와 달리 제네시스를 상징하는 알파벳 ‘G’와 차급 등을 고려한 숫자가 조합돼 이름을 결정한다. 대형 럭셔리 세단은 제네시스 ‘G90’, 기존의 2세대 제네시스는 ‘G80’, 2017년 하반기에 나오는 중형 럭셔리 세단은 ‘G70’으로 정해진다. 앞으로 나올 중·대형 럭셔리 SUV와 고급 스포츠형 쿠페도 G와 숫자를 조합할 계획이다. 다만 에쿠스의 후속으로 다음 달 출시하는 모델은 국내에 한정해서만 ‘EQ900’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이날 현대차는 벤틀리의 수석디자이너를 지낸 벨기에 태생의 루크 동커볼케(50)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동커볼케는 내년 상반기부터 현대디자인센터 소장(전무급)으로 일하면서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사장과 함께 제네시스와 현대차 브랜드의 디자인 개발을 맡는다.
현대차가 10여 년의 준비 끝에 별도 브랜드를 만든 것은 그만큼 고급 차 이미지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가 단기간에 전 세계에서 판매량 기준 5위에 오를 만큼 성장했지만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는 여전히 ‘가격 대비 좋은 차’라는 수준의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에 중국의 토종 자동차업체들이 최근 현대차의 절반 가격에, 겉으로 드러난 성능에서 큰 차이가 없는 차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현대차의 기존 전략은 크게 흔들렸다. 최근 5년간 전 세계 고급차의 연평균 판매 증가율(10.5%)이 대중차 시장 증가율(6.0%)을 크게 웃도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
정 부회장은 “고급차 시장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10% 정도지만 고객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완성차 시장을 견인하고 있어 제네시스 브랜드로 기회를 살려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측은 이날 향후 시장점유율 목표나 가격 정책은 밝히지 않았으나 경쟁 모델 대비 합리적인 수준에서 가격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조원홍 현대차 부사장은 “(새로운 고급 차 수요층인) 뉴럭셔리 고객들은 기존 럭셔리 차량 고객과 달리 세계 최초의 기술을 적용했다고 많은 돈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며 “본인에게 필요한 기술과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디자인, 서비스를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대차의 발표에 증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현대차 주가는 장중 전날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가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소식이 알려진 뒤 전날보다 1.85% 오른 16만5500원에 장을 마쳤다. 한국투자증권 서성문 연구원은 “현대차에 가장 필요한 것은 프리미엄과 친환경차 이미지”라며 “이번 브랜드 구축으로 프리미엄 시장 진출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