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문재인 참패 책임져라”
새정치민주연합이 10·28 재보선에서 이번에도 '참패', '연패'의 사슬을 끊는데 실패하면서 내부 분위기가 초상집이다. 국회의원 선거가 포함되지 않은 '미니 선거'라는 점에서 지도부와 주류측은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며 선을 그었지만, 비주류 유력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문재인 대표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후폭풍도 가시화됐다. 새정치연합은 총 24곳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광역의원 2곳을 건지는데 그쳤다. 특히 텃밭인 호남 3곳에서 함평 1곳만 당선자를 냈다. 그렇지 않아도 신당 움직임으로 원심력이 만만치 않은 심장부의 붕괴 위기를 다시 한번 절감한 것이다.
이를 두고 신당을 추진 중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트위터 글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 여론 속에서도 어제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했다"며 "지금 야당으로는 안 된다는 민심이 또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새정치연합은 수도권 강세 지역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열세지역이긴 하지만 선전 여부에 기대가 모아졌던 고성군수 선거에서도 득표율 20%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나마 현재 여당 지역구인 인천 서구2 광역의원 선거에서 15% 포인트 이상으로 이긴 게 위안거리다.
이번 선거 결과와 관련, 비주류의 박 전 원내대표는 29일 트위터 글을 통해 "이번 참패는 또한번의 충격"이라며 문 대표를 향해 "작은 선거라고 변명하지 말고 큰 책임을 져야 한다. 이 기회를 놓지면 정권교체도 물건너 간다. 문 대표님! 결단을 하십시요"라고 사실상 퇴진을 요구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행사장에서도 "이대로 적당하게 넘어가면 내년 총선도 적당하게 패배할 것이고 정권교체도 안된다"며 "패배의 의미를 분석하고 반성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거듭 압박했다.
김한길 전 대표는 기자들에게 재보선 패배와 관련, "우리 당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걱정이 더 깊다"고 말했다. '문 대표 책임론'에 대한 질문에는 대답을 피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기자들에게 "더 강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들을 느끼게 해준 결과"라면서 "지금 이 상태로 총선 공천작업만 한다면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먼저 우리 당이 바뀌고 거기에 따라 국민 신뢰를 회복한 다음에 공천작업을 진행해도 늦지 않다"고 쓴소리를 했다.
일각에서는 교과서 정국의 한가운데서 치러진 이번 선거 결과를 계기로 대여투쟁의 출구를 마련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문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교과서 문제를 논의할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을 제안하는 등 정면돌파 의지를 표명했다. 재보선 결과에 대해선 "저희가 많이 부족했고, 더 겸허하게 노력할 일"이라면서도 "국정교과서 문제는 별개"라고 말했다. 최재성 총무본부장도 기자들과 만나 "결과는 겸허히 받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교과서 반대와 총선 승리에만 집중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시민들의 목소리는 판이하다. “문재인 모가지 참 신기하다”는 말을 하는 반응이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