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조희팔 재수사는 하고있나? 시민단체가 수사 하는 듯-해경은 밀항 조력 의혹
수조원대 유사수신 사기 행각을 벌인 조희팔(58)의 최측근들이 하나둘씩 체포됨에 따라, 위장 사망, 정관계 로비, 재산 은닉 등 각종 의혹 규명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7년 간 조희팔의 뒤를 추적해온 피해자들은 ‘필리핀 재산은닉설’, ‘내연녀 로비장부 보유설’ 등의 의혹과 관련한 상당량의 제보를 모아놓고 검ㆍ경 수사를 촉구하고 있어 향후 ‘조희팔 미스터리’를 풀 열쇠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29일 수사당국과 조희팔 피해자 지원단체 ‘바른 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 등에 따르면 조씨는 검ㆍ경의 눈을 피해 중국이나 필리핀, 라오스,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에 돈을 빼돌렸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조씨는 2008년 12월 중국으로 도주하기 직전 수개월 간 사업 진출을 위한 답사라면서 필리핀을 여러차례 방문한 것으로 전해져 이 같은 의혹을 더하고 있다. 당시 필리핀에는 유사수신 업체 리브의 관리이사였던 김모(51)씨와 인천지역 센터장 김모(45)씨가 동행했다. 이들은 경인지역의 자금총책으로, 현금이 오가는 것을 가장 잘 아는 인물 중 하나로 알려졌다.
조희팔의 측근으로 구속 수감 중인 최천식(58)이 6년 전 중국 도피생활 기간에 대구에서 수십억대 부동산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이들이 해외에서 부동산 등으로 조씨의 은닉 재산을 관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향후 수사에 따라 지금까지 수면 위에 드러난 1200억원 외에 수천억원에 이르는 은닉 자산 및 도피 자금을 발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검찰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2인자’ 강태용(54)은 2008년 도주 직전 4개월 간 100억원 넘는 도피 자금을 마련했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조씨와 강씨는 중국 도피생활 중에도 고급 유흥업소를 드나들었고, 조씨의 ‘뒷심부름’을 맡아 했던 부산 폭력조직과 연계된 현지 조직원의 비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생활을 이어가려면 해외에서 끌어쓸 수 있는 거액의 자금줄이 있어야 한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바실련 관계자는 “조씨가 최근까지 중국 광저우(廣州)에 있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조씨 측근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전직 경찰관이 광저우를 자주 드나들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다른 곳으로 이동했겠지만 인근 대도시가 유력하다”고 말했다.
로비장부의 존재 여부도 주목된다. 조씨는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검ㆍ경뿐 아니라 정관계 유력 인사들에게 전방위 로비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씨는 로비를 할 때 그 대상과 액수는 물론, 어떤 차명계좌를 이용했는지까지 꼼꼼하게 기록했다고 한다. 이 같은 로비장부의 실체가 드러나면 조희팔 사건은 단숨에 ‘조희팔 게이트’로 비화될 수 있다. 현재 로비장부를 갖고 있는 인물은 조씨의 내연녀다. 조씨는 중국으로 밀항하기 전 내연녀에게 “목숨이나 마찬가지니 잘 가지고 있어라”고 당부하며 장부를 맡겼다고 한다. 이 내연녀는 동생의 신분증을 들고 다니며 수사망을 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팔 밀항당시 해경 경비정 철수 ‘밀항조력’ 의혹
조희팔이 중국으로 밀항할 때 해경이 이를 알고도 봐준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JTBC는 2008년 12월9일 조희팔이 충남 태안에서 중국으로 밀항할 때 이를 경찰에 제보한 양식업자 박모씨와 해경 실무자 간 당시 통화 내용을 28일 보도했다. 녹취록 내용을 보면, 해경 관계자는 박씨에게 “경비정 몇 마일 떨어져서 계속 감시하는 걸로. 그래서 공해상에서 일망타진하는 걸로 검거 계획서를 그렇게 짰다고. 접선할 때 중국 어선까지 다 일망타진하는 걸로 해버렸거든”이라고 말했다. 해경이 조희팔을 태운 배가 지나가는 곳에 잠복하고 있다 모두 체포하기로 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경 관계자는 이어 “계획서를 무시해버린 게 서장이야. … 한 시간 있다 부르더니 경비정 다 빼래”라고 말했다. ㄱ 당시 해경 서장이 조희팔을 체포하기 위해 잠복하고 있던 경비정을 철수시키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ㄱ서장은 조희팔 검거 실패의 책임을 지고 직위해제됐지만 넉 달 뒤 복귀해 현재 강원지역에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녹취록에는 검찰과 경찰 간부의 실명도 등장한다고 JTBC는 보도했다. 밀항건 제보자 박씨는 금어기에 키조개를 불법 채취한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데, 수사기관의 유착 의혹이 드러날까봐 자신을 구속시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JTBC는 전했다.
스포츠닷컴 특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