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1130조 돌파, 정부 부실화 대책 세워야
가계빚이 1130조원을 넘어서 우리경제의 뇌관이 되었다. 올 2분기(4∼6월) 가계대출 증가폭은 역대 최고치다.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 부양정책 영향으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빚 증가세를 주도했으나 최근에는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저신용자들의 신용대출 등도 크게 늘었다. 당장 가계빚은 기업처럼 중국발 위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는다고 해도 대내외 악재가 만나면 상승작용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특히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가계부채 증가세는 1년이 지나도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반면 가계 소득이나 경제성장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제 가계부채의 총량이나 증가 속도보다 부실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 2분기 중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130조5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130조원을 넘었다. 지난해 2분기 말 잔액 1035조9000억원에서 1년 새 100조원 가까이 폭증한 셈이다. 특히 올 2분기에만 32조2000억원 늘어 직전 역대 분기별 증가폭 최대치였던 지난해 4분기 28조8000억원을 넘어섰다. 가계신용은 가계 빚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통계로, 금융권 가계대출은 물론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 보험사·대부업체·공적금융기관 등의 대출을 포괄한다.
가계신용 중 가계대출은 2분기 말 현재 1071조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31조7000억원(3.0%) 늘어 가계신용 증가액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2분기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시중은행들이 주택금융공사에 양도한 안심전환대출 채권을 포함하면 20조7000억원 늘었다.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가폭(전분기 대비)도 1분기 1조5000억원에서 2분기 5조원으로 3배 넘게 늘었다. 특히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경우 은행과 달리 주담대는 정체 상태인 반면 신용대출 등의 기타대출은 2분기에 5조원이나 늘어 잔액이 138조1000억원에 이른다.
저금리의 영향으로 은행권 이용이 어려운 저신용자들이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서 신용대출 등을 많이 받고, 저축은행들의 영업도 활발해진 영향으로 보인다. 은행에서 돈 빌리기 어려운 사람들이 은행권에 비해 높은 금리를 감내하고서 비금융권에서 신용대출을 늘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힘든 상황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가뭄 등의 여파로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은 0.3%로 떨어지며 올해 전체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끌어내렸다. 명목GDP와 가계소득의 증가 속도도 3%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가계대출 증가 속도만 7∼8%를 넘어서고 있다.
그동안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와 총량에만 관심을 가졌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급증하는 가계부채 안에 늘지 말았어야 할 계층의 부채가 부실화될 가능성, 연체율과 부실채권에 주목해야 한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에 비해 가계소득 증가 속도가 느려 여건이 좋지 않아도 정부의 부동산 부양정책에 맞물려 버티고 있지만 지금의 부동산 상승세는 인위적 부양에 따른 것일 뿐 기조화되기 어려운 상황이라서 부동산 경기가 꺼지면 가계부채는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일본식 장기불황이 현실화되는 경로가 될 수도 있다. 지금은 외풍에 대한 우리 경제의 면역력을 키우는 고민도 필요하지만, 먼저 내부 취약점(가계부채)을 해소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 더 긴급해 보인다.
유규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