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사태-신동빈 승(承), 여론은 악화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핵심 지배고리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지지했다. 17일 오전 9시 30분께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의 데이코쿠(帝國)호텔에서 시작된 롯데홀딩스 임시 주총은 불과 30분 만에 끝나 버렸다.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이 상정한 사외이사 선임 건과 '법과 원칙에 의거하는 경영에 관한 방침의 확인' 건은 원안대로 통과되었다. 사외이사로는 사사키 도모코씨가 선임됐다.
롯데홀딩스는 주총직후 알림문을 내고 "법과 원칙에 의거하는 경영 및 컴플라이어스(규범 준수) 경영을 보다 강화하고 경영기반을 강화하려는 차원에서 사사키 도모코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고 전했다. 롯데홀딩스는 "주총은 신동빈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현재의 경영진이 안정적인 경영체제를 확립하고 법과 원칙에 의거하는 경영을 보다 향상시키는 것과 동시에 보다 투명성이 높은 규범 경영을 계속해 철저히 추진하는 것을 희망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고위관계자는 "두가지 안건이 과반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됐다"면서 "이는 '가족과 기업은 분리돼야 한다'는 신동빈 회장의 경영방침을 지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동빈 회장은 주총직후 발표문을 통해 "경영과 가족의 문제를 혼동해선 안 된다. 회사경영은 법과 원칙에 의거해 운영해야 한다"면서 "오늘 개최된 임시 주총에선 사외이사 선임과 규범준수를 강화하기로 의결했는데 이는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사태의 조기해결과 재발방지를 도모하려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주총은 지난달 28일 롯데홀딩스 긴급이사회를 통해 신동빈 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이후 처음 열린 것으로, 신 회장 지지를 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특히 주총에서 통과된 두 가지 안건은 신 회장이 지난 11일 대(對) 국민 사과 때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것과 연관된 것으로, 이번 주총지지를 바탕으로 관련 개혁 작업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신 회장이 공언한 대로 호텔롯데 상장과 순환출자 고리 연내80% 해소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이미 손에 넣은 데 이어 주총에서도 우위가 확인됨에 따라 지난달 말부터 20일 이상 끌어온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잠복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두 가지 안건의 통과는 한국과 일본을 장악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제 대세는 신 회장 쪽으로 기울었다"고 평가했다.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 최대주주(72.65%)인 L투자회사 지분을 100% 소유한 한일 롯데의 지배구조의 최정점이다.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고쥰샤(光潤社)와 종업원지주회, 이사진 및 계열사가 30%씩, 그리고 신동주·동빈 형제가 각각 2%가량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주총에서도 신 회장에 대한 우위가 확인되면서 한일롯데의 '원톱 체제'가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주총에도 불구하고 형제간 갈등은 봉합되지 않은 만큼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이 반격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일본 도쿄 신주쿠에 있는 일본 롯데 본사
신동주 전 부회장은 그동안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의 영향력이 큰 고쥰샤와 종업원지주회를 우호 지분으로 간주하며 주총 승리를 장담해왔다는 점에서 향후 현 임원진 교체를 안건으로 상정한 주총 개최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차남을 용서할 수 없다"고 방송에서 공언했던 신격호 총괄회장이 그 뜻을 철회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 총괄회장이 직접 나설 경우 언제든 여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신동빈 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을 배제한 채 L투자회사 대표로 취임·등기한 것 등에 대해 신동주 전 부회장이 법적 소송을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주총을 계기로 롯데그룹에 대한 '일본 기업' 논란과 함께 '반(反) 롯데 정서'가 다시 확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주총이 신동빈 회장의 개혁에 힘을 실어줬다고는 하지만, 한일 롯데의 지배권을 사실상 일본 주주들로부터 '승인' 받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또 일본 롯데홀딩스가 한국 롯데그룹의 거듭된 요청에도 거부하고 주총을 철저히 비공개에 부치면서 도쿄 주재 특파원 등 한국 취재진에 장소·시간까지 알려주지 않은 점 역시 일본롯데가 한국롯데를 지배하고 있는 위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