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절박함 호소 구체적 플랜이 안보여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선 것은 국민 여러분의 협조와 협력이 절실하기 때문”이라며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구상을 설명하는 대국민 담화를 읽어 내려갔다. 담화에는 4대 구조개혁을 비롯한 국정과제 성공의 열쇠인 민심의 지지를 얻기 위해 간곡하게 호소하는 표현들이 곳곳에 등장했다. 뜻대로 따라 주지 않는 여야 정치인과 관료들을 매섭게 질타하는 것으로 국정의 동력을 키우려 했던 이전과 다른 모습이었다.
박 대통령은 새로운 국정과제나 구체적 해법들은 거의 내놓지 않은 채 그간 정부 부처들이 발표한 정책 방향들을 다시 한 번 설명했다. 4대 구조개혁ㆍ서비스산업 육성ㆍ창조경제와 문화융성 등 경제 재도약의 ‘정답’은 이미 나와 있는 만큼, 여야 정치권과 재계를 비롯한 국민이 힘을 모아 줄 일만 남았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인식인 듯하다. 그러나 대통령이 “경제 주체들이 서로 양보하고 도와 달라”고 간청하는 것만으로 개혁과제 추진과 경제 살리기를 위한 실질적 동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절박한 표현들이었지만 ‘민심동력’에만 기대 속도가 날 것인가?
박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의 동의”, “함께 손 잡고 동참”, “하나된 노력”, “우리 모두가 한 배를 타고 있는 운명공동체” 같은 표현들을 썼다. 담화 마지막 부분에서는 “경제 재도약의 노력은 정부와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해낼 수 없다”며 “혁신과 개혁의 동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므로 조금씩 양보하고 협력하며 힘찬 행진을 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 드린다”고도 했다. 취임 이후 박 대통령이 그간 세 차례 내놓은 대국민 담화와는 사뭇 다른 어조였다.
박 대통령의 새로운 화법은 여론의 지지를 얻어 4대 개혁과제의 고삐를 바짝 당기겠다는 전략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연금 개혁 과정에서처럼 여야 정치권과 이해집단들이 싸우느라 허비할 시간이 없다는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인 것 같다. 20대 총선 공천정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내년초가 지나면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력이 떨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도 박 대통령의 마음을 바쁘게 한 요인일 것이다. 또 수출과 내수동반 부진에 따른 경기침체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고령화와 경제체질 개선미비에 따른 저성장 고착화가 우려되는 구조를 탈출하기 위한 처방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다소 공허한 호소…경제도약 효과 의문
박 대통령이 제시한대로 4대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체질을 개선시키고 신성장 동력을 마련해 경제 재도약을 성취하는 것은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4대 구조개혁 추진 과정에서 이익집단들의 반발과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고 조정할지, 개혁 과제들이 가져 올 사회적 비용은 어떻게 처리할지 등 실질적 구체적 문제에 대해선 답을 내놓지 않았다.
각계에서 “박 대통령의 절박한 마음은 알겠지만, 4대 과제를 과연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모호하다”는 쓴 소리가 나온 이유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현장을 찾아 이해 관계자들을 만나 직접 설득하는 등 추진력을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안다”이라며 “국민연금 개혁 문제를 여야 정치권에 맡겨 두었을 때와는 다른 행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