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가축,어패류, 과수등 농작물 피해 극심
불볕더위가 연일 이어지면서 가축과 어패류가 집단 폐사하고 농작물 병해충이 번지는 등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는 등 폭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6일 오후 강원도 영동지방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 또는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찜통더위가 계속되면서 경북에서만 지난달 31일 이후 5일까지 46농가의 닭과 돼지 10만3천172마리가 폐사했다. 닭의 경우 이 지역에서만 하루 평균 1만마리씩 폐사하다가 5일에는 3만6천여마리로 급증했다.
충북에서도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7개 농가의 닭 2만2천600마리가 무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죽었다. 지난 4일까지 폐사한 닭이 1만4천마리였으나, 이후 이틀 새 61.4%(8천600마리)나 늘었다. 전북도에 신고된 농가의 가축 폭염 피해도 184건 50만여마리에 달한다. 이 가운데 폭염으로 인한 피해로 확인된 것이 1만3천400여마리이고, 나머지 폐사 가축에 대해서는 폭염 피해 여부를 확인 중이다. 충남 홍성에서도 지난달 31일 4개 농장에서 닭 1만6천400마리가 죽었다.
사과와 포도 등 전국 곳곳 과수 농가에서는 강한 직사광선으로 과일 표면이 타들어가는 '일소(日燒)현상'이 나타났다. 경북에서는 경산 포도 농장 30㏊에서 일소현상이 발생하는 등 포항, 경산, 영천 사과와 포도 주산지를 중심으로 이같은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경북도는 피해 면적 조사에 나섰다. 일소 피해를 받은 과일은 상품성이 떨어지고 2차로 탄저병에 걸려 정상 과일까지 피해를 준다.
영천시농업기술센터 이중종 기술지원과장은 "강한 직사광에 오랫동안 노출되지 않도록 과일이 많이 달린 가지는 늘어지지 않게 버팀목을 받치거나 끈으로 묶어 줘야 한다"며 "나무에 물이 부족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물을 공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병해충이 확산, 농민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충북 음성·진천·괴산의 사과·배·복숭아 등 주요 과수에 외래 해충인 '미국선녀벌레'가 대거 출현했다. 충북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이들 지역의 미국선녀벌레 밀도는 나뭇가지 30㎝당 평균 20.8마리다. 지난해 평균 10마리보다 배이상 증가했다. 미국선녀벌레를 제때 방제하지 못하면 과일의 생장 저하와 품질 하락 등 피해가 불가피하다.
충북에서는 마늘밭에 해충인 '혹응애'도 급속히 퍼져 비상이 걸렸다. 혹응애는 작은 해충으로 마늘 잎을 기형으로 만들고, 수확 이후에는 마늘을 갉아먹어 상품성을 떨어뜨린다. 현재 이 지역 마늘 재배농가의 72.7%에서 이 해충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줄기마다 검은 반점을 퍼뜨리며 고사하게 만드는 '토마토 반점 위조 바이러스'와 유사한 증상도 괴산 등 일부 고추 재배 농가에서 발견됐다. 충북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유전자 검사를 해 봐야 바이러스인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북 부안군 위도면 치도리의 한 바지락 양식장에서는 지난 4∼5일 바지락 40t(1억1천만원 상당)이 폐사했다. 갯벌 온도 상승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전북도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더위에 의한 폐사로 보이지만 질병과도 관련 있을 수 있어 시료를 채취해 검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충청 주민의 식수원인 대청호 녹조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청호에는 지난달 29일 이후 녹조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영산강 곳곳에서도 녹조가 나타나고 있으며, 경남 통영과 남해 주변 해역에는 지난 5일 적조주의보가 발령됐다. 6일에는 전남 고흥 외나로도에서 여수해역 사이에 올해 들어 처음으로 적조 출현주의보가 내려졌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분야별 대책을 만들어 폭염 피해 최소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충북도는 축산시설 현대화, 가축 생균제 보급 등 93억3천만원의 축산 관련 예산을 적기에 집행하도록 각 시·군에 당부했다. 경북도도 폭염에 대비한 가축관리 지도·홍보를 강화하고 예비비 4억원을 신속히 집행하기로 했다. 부산시는 '고온스트레스 해소제' 2천500만원 어치를 구매해 200여개 축산 농가에 나눠줬다.
지자체들은 이와 함께 각 축산 농가에 가축의 체온을 낮출 수 있는 차광막 설치또는 송풍기를 활용한 축사 내부 공기 순환, 신선한 물 공급 등을 당부했다. 각 지자체는 농작물 피해 최소화를 위한 사양관리 지도 및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어패류 피해 예방을 위해 양식장에 차광막을 설치하거나 산소결핍으로 인한 폐사를 막기 위해 액화산소를 준비하도록 어민들에게 안내하기도 했다.
최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