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총선룰' 4대쟁점 전쟁 본격화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하는 등 내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각 당에서는 선거제도와 선거구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도 선거구 획정 기준과 의원 정수,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 여부 등에 대한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어 '선거 룰' 문제가 당분간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27일 국회 정개특위에 따르면 이날과 28일 양일간 공직선거법소위 회의를 열고 선거구 획정 기준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 선관위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정개특위에 다음달 13일까지 선거구 획정기준을 확정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야당에서는 의원 정수와 획정 기준 등을 동시에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은 획정 기준을 우선 정하고 의원 정수와 선거제도 개편 문제를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의원 정수 조정 이슈가 워낙 민감해 현재로선 획정 기준을 먼저 정하고, 다른 문제들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오픈프라이머리: 새누리 "적극 찬성" 새정치 "새누리 안, 반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공천제)도 주요 의제 중 하나다. 새누리당은 이미 오픈프라이머리를 당론으로 확정해 몰아붙이고 있지만 새정치연합 등 야당은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형태의 오픈프라이머리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정개특위 관계자는 "권역별 비례대표, 오픈프라이머리 등 큰 변화들은 논의가 되겠지만 여야 합의로 채택되기가 쉽지 않다"면서 "결국 의원 정수를 늘리느냐 마느냐, 비례대표와 지역구수를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의원 정수: 새누리 "비례 줄이더라도 유지" 새정치 "정수 확대 용인"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의원 정수 논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선관위가 이 제도를 제안하면서 지역구와 비례 의석수를 2대 1로 할 것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현행 지역구수 246석을 유지하게 되면 비례대표가 56명에서 123명으로 대거 늘어나 의원정수가 369석이 되고, 현 의원 정수 300명을 유지하려면 지역구 의원수는 200명으로 46석이 줄고, 비례 대표는 100명으로 44석 늘어난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정수 문제는 논쟁이 불가피하다. 헌재가 제시한 지역구별 인구 편차 '2대 1'을 적용해 선거구를 획정하게 되면 현실적으로 작게는 한자릿수, 많게는 20개 가까이 지역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정수를 유지하면 무리해서라도 지역구를 현 246개를 맞추든지, 아니면 비례대표를 줄여야 한다. 비례대표를 줄이지 않고 가려면 의원 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
의원 정수 확대에 부정적인 새누리당은 선거구 획정위의 안으로 늘어나는 지역구 만큼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여 정수를 유지하는 방식을, 새정치연합은 비례대표를 줄이지 않고 늘어나는 지역구 만큼 의원수를 늘리는 것으로 선호하는 편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새누리 "반대", 새정치 혁신위 "당론 채택"
제도 개편과 관련해서는 중앙선관위가 지난 2월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메인 이슈로 오를 전망이다. 김상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장은 전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8월 중에 당론으로 채택해 달라고 당에 요구했다. 선관위가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6개 권역(서울권, 경기·인천·강원권, 경남·부산·울산권, 대구·경북권, 충청권, 전라·제주권)으로 나누고 전체 의원 정수를 권역별 인구비례에 따라 나누되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은 2 대 1 범위에서 정하도록 했다.
각 정당은 권역별로 얻은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받고 지역구 당선인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을 비례대표 명부 순위에 따라 권역별 당선인을 결정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지역기반의 거대 양당 독과점체제가 해소되려면 각 정당이 자신이 얻은 득표율에 비례하는 만큼의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이 제도가 기존의 선거 제도 틀을 완전히 바꾸는 것은 물론, 지역 등에 기반한 군소 정당의 난립을 부추기는 등 우리 대통령제와는 적합하지 않다는 논리로 반대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 방안에 대해 당론을 명확히 밝힌 적이 없지만 이번 혁신위의 요구로 내부 토론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워낙이 변화가 큰 사안이라 당론 채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당운을 걸고 지지하고 있는 이 제도를 정의당 등 다른 야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감안하면 간단히 내칠수도 없는 입장이다.
선거구 획정 기준: 새누리 "변화 최소화" ,새정치 "변화 감수해야"
선거구 획정 기준도 여야간 견해차가 작지 않다. 새누리당은 현행 지역구의 틀을 최대한 유지하는 방안을, 야당은 변화가 큰 방안을 선호하는 셈인데 새누리당은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지역구별 인구편차 기준 '2대 1'을 지키되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 자치구, 시·군의 행정 분할을 일부 허용해 선거구 조정을 최소화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선거구의 연쇄적 재편을 감수하더라도 인구 기준을 충족시키는 행정구역상의 자치구·시·군·구는 단일 지역구로 하고, 인구 하한선을 미달하는 지역은 인근 지역과 묶되 그 수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선거구 획정 기준이 확정되면 의원 정수와 선거제도 관련 논의도 본격적으로 다뤄지게 된다. 정개특위의 활동시한은 8월 말까지지만 전례로 미뤄볼 때 의원 정수 등 민감 사안들은 활동기한을 연장해가면서 후보자 등록 임박시점까지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