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이낸셜타임즈, 일본 닛케이에 매각
127년 역사를 가져 영국 언론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사에 매각되면서 전 세계 미디어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그동안 FT 매각설은 끊임없이 나왔지만 일본 경제지에 낙찰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 측은 인수를 통해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강력한 경제 미디어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영국 교육·미디어그룹 피어슨은 23일(현지시간) FT그룹을 현금 8억4,400만파운드(약 1조5,000억원)에 니혼게이자이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일본 미디어 기업의 외국 기업 인수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그동안 FT는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과 세계 최대 통신사인 블룸버그를 운영하는 마이클 블룸버그 등이 눈독을 들여왔다. 이번 인수전에서는 독일 미디어 그룹 악셀슈피링거의 승리가 예상됐지만 최종 협상 마지막 10분에 니혼게이자이 측이 악셀슈피링거가 제시한 금액을 뛰어넘는 액수를 전액 현금으로 지불하겠다고 제안하면서 판세가 역전됐다.
런던 소재 컨설팅사인 클라우디오 이스페시의 샌포드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FT 대주주였던 피어슨의 관점에서 절대 거절할 수 없는 가격이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가장 최근에 매각된 주요 글로벌 언론사인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013년 2억 5000만 달러에 팔렸고, 같은 해 보스턴글로브도 7000만 달러에 매각된 바 있다.
하지만 인수를 통해 동서양 시장을 모두 공략할 것이라는 니혼게이자이의 야심과 달리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선 인수가격이 너무 높았다는 지적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지난해 FT 영업이익(2,400만파운드)의 35배에 달하는 금액을 인수에 쏟아부었다. 이는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가 지난 2013년 워싱턴포스트(WP)를 인수한 금액보다 5배 많다. 게다가 런던 템스강변에 있는 FT 본사 사옥과 주간 이코노미스트 지분 50%는 매각에서 제외됐다.
FT 편집 독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지는 일본 매체 특유의 폐쇄성을 언급하며 FT가 매각 후에도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도시바 부정회계 사건을 언급하며 "닛케이는 직접적인 피해자가 없었다고 봤지만 서방에서는 회사가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아 주주가 희생됐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올림푸스의 손실 은폐 스캔들에 대해서도 "닛케이는 보도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FT의 한 기자는 "이번 사태에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매우 갑작스럽게 발표된 것으로 (기자들의) 여론을 수렴할 만한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닛케이 오사카 본사
전문가들은 닛케이가 이번 결정으로 글로벌 경제 매체로서 본격적인 영향력 강화를 시작할 것이라 전망했다. FT는 영미권을 넘어 글로벌화에 성공한 미디어다. FT는 지난 4월말 현재 온, 오프라인을 합쳐 전체 가입자가 72만2000명이다. 지난 5년 동안 30%가 늘어난 수치다. 이중 온라인 FT.com 가입자는 52만2000명이다. 반대로 닛케이는 영향력이 자국에 한했다. 닛케이는 2013년에야 ‘아시안리뷰’라는 영문판을 출범했다. 뉴욕타임스는 언론계를 인용해 “닛케이가 FT를 통해 손쉽게 글로벌화와 디지털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왜 닛케이가 거의 세계가 깜짝 놀랄 도박수준의 행동을 했을까? 어느 언론 정보 전문가는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시각으로 정보를 쏟아내지만 FT는 참으로 품위있고 유용한 국제정보를 객관적 시각으로 보도했던 국제공용 언론이었다. 지식 문화 경제적으로 닛케이가 FT를 가졌다는 것을 우리는 지식정보 전쟁에서 매우 심각한 시장판도전략임을 주시해야 한다. 중국,일본,한국,홍콩, 대만 아시아 전역을 일본어로는 점령할 수 없으니 니케이가 공용어인 '영어'로 지식 정보 문화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보아야 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