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蔘鷄湯)”으로 중복에 원기회복을
하지 후 제4경일을 말하는 중복이다. 복 또는 경은 더운 시기를 나타내는 말이다. 이에 대하여 하지 후 제3경일을 초복, 입추 후 제1경일을 말복이라고 한다. 중복과 말복 사이는 대개 10일 간격이지만, 20일을 격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를 월복(越伏)이라 한다. 복(伏) 또는 경(庚)은 더운 시기를 나타내는 말이다. 오전에 취재차 뛰어다니느라고 땀을 쫘악 흘린 기자는 동료들과 사무실을 나온 점심시간에 그야말로 푹푹찌는 폭염을 경험했다. 무엇을 먹을까? 기자도 역시 발걸음이 삼계(蔘鷄)탕 집으로 향했다.
『삼국지(三國志)』와 『수서(隋書)』에 한(韓)에는 꼬리 길이가 5자[尺] 되는 세미계(細尾鷄)가 있고, 백제에는 닭이 있다 하였다. 백제시대에는 인삼도 있었으나, 적어도 초기 철기시대 이후 식용으로 해오던 닭이 백제시대에 들어와 인삼을 부재료로 하여 닭과 함께 조리한 삼계탕류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정창원(正倉院) 문서에는 일본의 나라(奈良)시대인 756년 시약원(施藥院)에 인삼 50근을 올렸다는 기록이 있으므로 당시 인삼을 일본에까지 수출한 점으로 보아 강장약으로서의 인삼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알 수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황색의 암탉은 성평(性平)하고 소갈을 다스리며, 오장을 보익하고 정(精)을 보할 뿐만 아니라 양기를 돕고 소장을 따뜻하게 한다.”, “인삼, 성온(性溫)하고 오장의 부족을 주치하며 정신과 혼백을 안정시키고 허손(虛損)을 보한다.”라고 하였다. 삼복 더위에 보신을 위하여 알 낳기 전의 어린 암탉인 연계(軟鷄, 생후 6개월까지의 닭) 뱃속에 찹쌀, 밤, 대추, 마늘을 넣고 푹 끓여 먹는 것이 연계백숙(軟鷄白熟)이고, 연계백숙에 인삼을 더하면 계삼탕이 된다.
<서울잡학사전>에는 “……여름철 개장국보다 더 여유 있는 집안의 시식이다. 계삼탕이 삼계탕이 된 것은 인삼이 대중화되고 외국인들이 인삼의 가치를 인정하게 되자, 삼을 위로 놓아 명칭을 다시 붙인 것이다.”라고 계삼탕이 삼계탕이 된 이유를 소개했다. 한편, 『음식지미방(飮食知味方)』, 『산림경제(山林經濟)』, 『규합총서(閨閤叢書)』, 『시의전서(是議全書)』, 『주방문(酒方文)』, 『부인필지(婦人必知)』 같은 고조리서에는 삼계탕이나 계삼탕과 같은 찬품에 대한 기록은 없고,
다만 연계탕, 연계찜은 기록되어 있다. 19세기 말에 쓰여진 것으로 알려진 『시의전서』에서 연계탕 조리방법을 “좋은 연계를 백숙하여 건져서 뼈를 다 바르고 살은 뜯어 육개장 하듯 하되……”라고 한 것을 보면, 19세기 말의 연계탕은 육개장과 같이 끓인 탕임을 알 수 있다.
연계탕 역시 육개장과 마찬가지로 구장(狗醬)이 식성에 맞지 않는 사람을 위하여 20세기에 들어 복날의 대체식품이 된 것이며, 이후 인삼이 대중화되면서 연계탕이 삼계탕으로 된 것이다. 닭이 가진 평(平)한 성질에 인삼이 가진 온성을 결합시켜 이것을 상극설에 적용시켰는데, 삼계(蔘鷄)인 화(火)가 복(伏)인 금(金)을 극살한다는 음양오행설의 상극(相剋) 법칙인 화극금(火剋金)설에 따라 복날의 시식이 되었다. 독자들께서도 땀이 죽죽 흘러 힘없고 입맛이 없으시면 복날 여름 보양식 한 그릇씩 동료나 가족들과 함께 하시기를 바란다.
최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