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회담 타결 계기, 이산가족 상봉·DMZ평화공원 제의
대일 메시지 '절제'…과거 상처치유 위한 일본 리더십 촉구
하반기 국정 키워드로 경제활성화ㆍ일자리 창출 제시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취임후 첫 광복절 경축사에서 해빙무드를 맞은 남북관계에서는 평화와 상생을, 경색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에서는 과거 직시를 통한 한일 공영의 미래를 키워드로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극적 타결된데 맞춰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로 추석을 전후로 한 이산가족상봉과 DMZ(비무장지대) 세계평화공원 조성을 공식제의했다.
7차례에 걸친 개성공단 재개협상을 거치면서 양측의 '탐색전'이 끝났다고 보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평화와 상생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신뢰구축방안을 제시한 셈이다. 북한의 화답 여부에 따라선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는 제안이다.
또 북한이 핵포기 등 변화의 모습을 보이면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다시 한번 상기하면서, 새로운 남북관계를 위해선 북한이 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장 주목을 받았던 대일 메시지와 관련, 박 대통령은 자극적인 용어나 표현을 자제한 채 일본의 과거 직시, 과거 상처치유를 위한 일본의 용기있는 리더십을 주문했다. 일본의 양식과 올바른 역사인식을 절제된 방식으로 '압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광복 이후 68년간의 역사를 성공과 발전, 기적의 역사로 평가한 뒤 하반기 국정운영의 핵심 키워드로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제시하며 정치권의 협조를 당부했다.
◇"적극 도울 준비돼 있다"…北 끌어안기 = 박 대통령은 북한에는 상당히 유연하게 접근했다.
"우리는 한반도 한쪽에서 굶주림과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새 정부는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인도적 지원을 계속해 나갈 것", "열린 마음으로 북한을 적극 도울 준비가 돼 있다" 등 북한이 변하면 언제든 응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새 정부 출범 직후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강력한 안보태세를 강조하며 '도발에 대한 강력한 응징'을 거론하거나 주민의 민생을 외면하는 북한 지도부의 변화를 촉구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대목이다.
이러한 변화는 전날 개성공단 사태와 관련한 남북 당국간 7차 실무회담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공단 정상화가 가시화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 대통령은 "어제 개성공단 사태가 발생한 지 133일 만에 재발방지와 국제화에 합의했다"며 "저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과거 남북관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상생의 새로운 남북관계가 시작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남북한 화해와 협력 및 공동발전을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단기적 방안으로 추석 전후의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제안했고, 장기적 방안으로는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을 제의했다. 박 대통령이 북한에 이를 공식적, 직접적으로 제안한 것은 처음이다.
대북정책에 있어 상당한 신중함을 보이는 스타일상 박 대통령은 일단 이산가족 상봉 제안의 경우 실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시기에 합의된 7ㆍ4 공동성명을 공동으로 기념하자고 제안한 것이나, 박 대통령이 2002년 방북했을 때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과 합의한대로 지난달 북측 댐 방류계획을 남측에 사전 통보하는 등 최근들어 박 대통령을 염두에 둔 유화적 제스처를 보낸 것을 고려해 나온 '화답성 제안'이라는 해석도 있다.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제안의 경우 북한과 상호 신뢰가 충분히 쌓여야 가능한 프로젝트이지만 최근 북한에서 대남 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과의 면담에서 "개성공단이 잘 되야 DMZ 공원도 잘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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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축사하는 박근혜 대통령
-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 6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13.8.15 saba@yna.co.kr
◇한일관계 일관 원칙 견지…과거사 직시ㆍ피해자 배려 촉구 = 박 대통령이 이날 경축사에서 거론한 일본 문제는 당선 이후 견지해 온 한일관계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최근 상황이 한일 양국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과거를 직시하려는 용기와 상대방의 아픔을 배려하는 자세가 없으면 미래로 가는 신뢰를 쌓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또 "이제 양국 국민 모두의 바람처럼 진정한 협력동반자로 발전될 수 있도록 일본의 정치인들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용기있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과거 역사에서 비롯된 고통과 상처를 지금도 안고 살아가고 계신 분에 대해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책임있고 성의있는 조치를 기대한다"며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등 피해자들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보상을 촉구했다.
특히 "고려 말의 대학자 이암 선생은 '나라는 인간에 있어 몸과 같고, 역사는 혼과 같다'고 하셨다"며 "만약 영혼에 상처를 주고 신체의 일부를 떼어가려고 한다면 어떤 나라, 어떤 국민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비유를 놓고 '영혼에 상처'는 일본의 그릇된 역사인식을 지적한 것이며, '신체'는 독도를 의미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박 대통령의 언급은 우경화로 치닫고 있는 일본 정부가 역사문제를 비롯해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책임있는 조치를 하지 않으면, 경색된 한일관계가 정상화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박 대통령은 과거 직시 및 아픔 배려의 대상을 '일본의 정치인'으로 국한한 채 "일본은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함께 열어갈 중요한 이웃", "저는 대다수 일본 국민들은 한일 양국이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만들어가기를 염원하고 있다고 믿는다"라는 언급을 함으로써 일본과의 관계개선 의지도 감추지 않았다.
앞서 박 대통령은 3ㆍ1절 기념사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이번 경축사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강도높은 어조로 일본의 맹성을 촉구한 바 있다.
◇법치 아래 경제활성화ㆍ일자리 창출…국정 드라이브 예고 = 박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기간을 "국정운영의 틀을 설계하고 만드는 과정"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제 구체적인 실행과 성과를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의 모습을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자신이 꾸준히 강조해왔던 '비정상의 정상화'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정부는 헌법적 가치와 법질서가 존중되는 사회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과거부터 지속돼 온 잘못된 관행과 부정부패를 바로잡아 더 이상 그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고, 깨끗하고 투명한 정부, 올바른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하반기 국정운영의 핵심 키워드로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제시했다. 그동안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등 법ㆍ제도의 정비로 경기 회복을 위한 기반을 만들었다면 이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본격적인 작업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정부는 그동안 경제활성화를 위해 법과 제도를 개선하면서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의 틀을 구축해왔다. 앞으로는 경제활력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정책 역량을 더욱 집중해나갈 것"이라며 경제 정책에 있어서 강력한 국정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광복 이후 우리 역사를 성공과 발전, 기적의 역사로 평가한 박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 대한민국은 수차례의 위기와 도전을 국민이 힘을 모아 기회로 바꾸어 왔다"며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우리 모두 다시 한번 힘을 모아 가자"고 호소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15 18:1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