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광복절 특사 공식화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제70주년 광복절 특별사면 방침을 공식화했다. 취임 후 두 번째가 될 이번 사면을 위해 박 대통령은 ‘국가발전과 국민통합’이라는 두 가지 명분을 내세웠다. 이것은 악화된 대내외 경제 여건과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정국’으로 촉발된 다소 매끄럽지 못한 정치적 상황을 모두 고려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내달 임기 반환점을 앞둔 박 대통령은 내우외환으로 국정운영의 추동력을 좀처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집권 후반기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 하루빨리 민심을 하나로 묶고 갈라진 정치권도 보듬어 안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이번 사면을 공식화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설 명절 특사 단행에 앞서 “부정부패와 사회지도층 범죄를 제외하고 순수 서민생계형 범죄에 대한 특별 사면을 고려하고 있다”며 기준과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사면에는 지난번처럼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나름의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사면의 의미를 부여하며 “여러 어려움에 처한 대한민국의 재도약 원년으로 만들어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상과 범위가 광범위한 사면을 단행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운전면허 행정제재 특별감면을 포함해 100만명 이상 대규모 사면이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광복절 특사에 포함될 주요 기업인으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 구본상 LIG넥스원 전 부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등이 꼽힌다. 집행유예 상태로 대표이사직을 수행할 수 없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정치인으론 이명박·노무현 정부 인사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이 거론된다. 16일 상고심이 열리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도 형이 확정되면 사면에 포함될 요건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실제 부정부패나 비리 연루 정·재계 인사들에 대한 사면을 단행할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은 사면권 행사에 엄격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수차례 천명했다. 지난 4월28일 ‘성완종 리스트’ 파문 당시 역대 정부의 특사 관행을 강하게 비판하며 경제인 사면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강조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말씀 자체는 원칙적이고 중립적”이라고 밝혔다. 검토 단계인 만큼 벌써부터 대상을 미리 예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주요 기업인과 정치인이 포함될지는 향후 여론 흐름에 좌우될 공산이 크다. 박 대통령이 국민적 합의를 강조한 만큼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하다면 이번 사면에서 정·재계 인사들이 제외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사면 대상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