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 원내대표 사퇴
오전 9시15분. 국회 본관에서는 새누리당의 긴급 의원총회가 열렸다. 당 소속 의원 12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무성 대표는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는 오늘 꼭 결론을 내려야 한다“면서 ”국민은 우리 당의 분열을 바라지 않는다”고 첫 발언을 했다.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는 의총이 시작 1시간여 만에 사퇴 기류로 가닥이 잡혔다.
애초 표결 여부도 불투명했지만,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자 표결 없이 사퇴를 권고하는 방향으로 중론이 모아졌다. 오전 10시30분. 친박계(친박근혜계) 이장우 의원은 의총 중 기자들에게 ‘사퇴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가’라는 질의에 “80퍼센트”라고 답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부분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분위기”라며 “전체적으로 그렇다”고 전했다.
김태흠 의원도 “지금 유 원내대표가 사퇴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대세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표결 얘기는 딱 한 명 한 것 같다”며 “(표결까지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신의진 의원도 “표결하지 말자는 쪽이 더 많았다”고 전했다. 다만 표결 여부를 놓고서는 고성이 오갔다. 강석훈 의원은 “표결을 주장한 의원은 5명 이내였던 것 같다”며 “표결하자는 부분에서 잠깐 (고성이) 있었다”고 했다.
한편,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8일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나 아쉬움이 있다”며 소속 당의 원내대표직 사퇴 권고를 받아들였다.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에 관한 논의의 건’으로 열린 긴급 의총부터 사퇴 수용까지 4시간30분 만이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집무실이 있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입장 발표문을 정리하는 등 생각을 다듬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12시50분. 3시간가량 열린 의총이 끝났다. 김 대표가 이번 사퇴 권고에 동의하느냐고 하자, 의원들 다수가 “네”라고 했고, 일부 의원들은 박수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은 “결의안으로 박수를 쳐서 끝내는 것은 이번 케이스에서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는 의견이 제기돼 김 대표가 그 의견을 수용해 중의를 모아 사퇴를 권고하는 것으로 했다”고 말했다. 김성태 의원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 결정만 남아있고, 오늘 김 대표와 조해진 원내수석이 유 원내대표에게 의총 결과를 전달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후 1시10분. 유 원내대표는 의총 결과를 받아 들였다.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 집무실 방문 직후 기자들을 만나 “지금 조해진 원내수석과 김희국 의원이 배석한 자리에서 그런 뜻(사퇴 권고)을 유 원내대표에게 전했고, 유 원내대표는 그 뜻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유 원내대표는 “의원님들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오후 1시25분. 유 원내대표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 회견을 통해 “저는 오늘 새누리당 의원총회의 뜻을 받들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납니다”라며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나면서 아쉬움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특별히 할말 없다"
청와대는 8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이날 열린 의원총회 직후 사퇴한 것과 관련해 "특별히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모언론을 통해 유 원내대표 사퇴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묻는 질문에 "(새누리당) 의원들의 총의로 결정된 일이다"며 "청와대로선 특별히 할 얘기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유 원내대표 사퇴 이후 당청관계 전망을 묻는 질문에 "당청관계가 잘 되기를 희망한다"고 짧게 답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유 원내대표를 직접 비판, 사실상 사퇴를 요구한 이후 2주간 '침묵모드'를 유지해왔다. 이날도 청와대는 유 원내대표 사퇴와는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여당 의원들의 결정'임을 강조하는 '신중 모드'를 보였다. 이는 유 원내대표 사퇴를 둘러싸고 비박(非박근혜)계의 반발과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후임 지도부 조직과정에서 친박계와 비박계간 갈등 등 여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청와대가 자칫 '정쟁'에 단초를 제공했다는 부정적인 여론을 사전 차단하려는 뜻으로 분석된다.
한편 청와대 안팎에서는 유 원내대표의 퇴진이 결정되고 나면 지난 5월15일 공무원연금개혁안과 관련해 심야 고위급 당정청 회의를 가진 이후 2개월 가까이 열리지 않고 있는 당정청간 협의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제 당정청이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며 "당청이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선 새누리당 지도부부터 구성돼야 한다"면서 "당분간 당정이 주도로, 청와대가 도와서 주요 현안을 처리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