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생태계, 녹조 비상
서초구 반포천교 아래에서 찰랑거리는 한강의 수면에는 짙은 녹조가 둥둥 떠 있었다. 그 물에 떠다니는 풀과 나뭇가지는 녹조 범벅이었다. 물은 녹조가 두껍게 뒤덮여서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 투명한 통으로 퍼낸 물은 녹색 그 자체였다. 알갱이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농도가 짙다. 손가락으로 만져본 녹조는 질고 부드러웠다. 땅에 붓자 축축한 녹색덩어리가 걸쭉하게 들러붙었다. 동작대교 남단에서 한강과 합쳐지는 반포천은 느리게 흘러서 녹조가 고이듯 모여들고 있었다. 낚싯대 뻗을 곳을 찾으며 강물을 바라보던 중년 남성은 “녹조가 이 정도면 심한 편이라 낚시에 지장을 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잠실대교∼행주대교를 시작으로 양화대교∼동작대교 구간 등에 조류 경보를 발령한 지 1주일이 다 되어간다. 한강의 서울 구간에서 조류 경보가 발령되기는 2000년에 제도를 시행한 이후 처음이다. 이런 조류가 크게 늘어 물빛이 녹색으로 변하는 녹조는 물의 흐름을 막고 수중의 산소를 갉아먹는다. 이 때문에 악취가 나고 물고기가 떼죽음 당한다. 남조류에는 독성이 있어 사람에게도 해롭다. 양화대교 남단 양화한강공원 쪽에서 바라본 한강은 한눈에도 녹색을 띠었다. 투명한 컵으로 떠낸 물 속에는 녹색 가루가 물고기 밥처럼 떠다녔다. 양화선착장에서 모터보트를 타고 하류인 행주대교 방향으로 달렸다. 차례로 지난 성산대교와 가양대교 사이도 양화대교 쪽과 사정이 비슷했다.
한강 나들이객은 지난주부터 확연히 줄었다. 한 시민은 양화한강공원 잔디를 가리키며 “보통 텐트가 바늘 꽂을 틈도 없이 꽉 찼는데 지금은 절반 정도다. 손님이 6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녹조 이전에는 일요일 오후면 이곳 주차장이 가득 차서 차가 못 들어올 정도였다고 한다. 자신을 ‘한강토박이’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1주일에 4∼5번 한강에 낚시를 하러 오는데 지난주 녹조 이후로 물고기가 안 잡혀 오늘은 아예 낚시 도구도 안 가져왔다”고 했다.
서울시 최진석 물관리정책과장은 “기상청 예보를 보면 특별히 비 소식이 없어 당분간은 현재처럼 조류 경보 체제가 유지될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전망했다. 환경부도 “지속된 가뭄과 여름철 기온 상승으로 이달에 녹조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국무조정실 환경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로 구성된 녹조대응 태스크포스(TF) 활동을 강화키로 했다.
녹조대응 TF는 유속을 높이기 위해 물을 일시·반복적으로 흘려보내는 ‘펄스 방류’를 9월까지 시행한다. 먼저 6일 낙동강 강정고령보∼창녕함안보 구간에 700만t의 물을 방류한다. 효과가 입증되면 녹조 방지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질소·인 등 영양염류가 하천에 유입되지 않도록 하·폐수처리시설 등 오염 배출원 관리도 강화한다. 특히 영양염류가 많이 함유된 가축분뇨가 하천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가축분뇨 배출시설 360곳을 지정해 지방자치단체와 합동 단속에 나선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