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안전처 "위기경보, 탄력 운영 강구"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로 재난 위기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국민안전처가 위기경보 단계 격상 방안 등의 후속조치를 내놨다. 국민안전처는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메르스 대처 정책 설명회'를 통해 "위기경보 단계의 탄력적 운영에 필요한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감염병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에 따르면 위기경보 단계는 관심(Blue)→주의(Yellow)→경계(Orange)→심각(Red) 등 4단계로 구분된다. 정부는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던 지난 5월 20일부터 현재까지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 단계로 유지하고 있다. 메르스는 지역사회가 아닌 병원 내 감염이라는 주관 기관인 보건복지부의 입장 때문이다.
'경계' 단계는 감염병이 지역사회로 확산됐을 때 발령된다. 이때부터 범정부적 협조 체계가 구축되고 대응 수위가 강화된다. 최근 메르스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그 동안 33명이 목숨을 잃었고, 현재까지 48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정부는 현재 위기경보 수준이 '주의' 단계지만 실제 대응 수준은 '심각' 단계에 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중앙대책본부는 최고 위기경보 수준인 '심각' 단계에 이르렀을 때 구성된다.
현재 정부는 '범정부 메르스 대책지원본부(국민안전처 장관)'와 '중앙 메르스 관리대책본부(보건복지부 장관)'를 꾸려 대응하고 있다. 국무총리는 대응정책을 조정한다. 그러나 정부는 메르스 발생 초기부터 보건복지부와 국민안전처 간 정보 공유 미흡, 위기경보 단계의 경직적 해석, 지자체 안전관리 조직의 역할 미흡 등을 지적받았다. 이에 국민안전처 김용균 재난관리총괄과장은 "향후 중앙대책본부 가동 전부터 국민안전처가 여러 부처를 총괄해 주관기관의 재난수습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범정부 대책지원본부에 대한 법적 근거 강화 ▲위기경보 단계의 탄력적 운영에 필요한 기준 마련 ▲지자체 안전관리 조직의 역할 강화 등 개선방안 조기 이행을 약속했다. 특히 위기경보 단계의 탄력적 운영 방안에 대해 "감염인 숫자 등 개량적으로 돼 있는 경보단계 발령 기준을 사회적 영향 등 여러가지를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각' 단계 발령은 주관부처에서 결정하기로 돼 있다"며 "주관부처가 안하면 안전처가 위기경보 단계를 격상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전했다.
삼성서울병원, 왜 환자 계속 나오나?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또다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강력한 방역 대책 속에서도 의료진 감염이 잇따르면서 이 병원의 감염 관리망에 여전히 큰 구멍이 뚫려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2일 183번째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삼성서울병원 간호사(24·여)를 밝히면서 이 병원의 또다른 간호사가 1차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 의심환자에 대해서는 유전자 확진 검사가 시행될 예정이다. 이들은 모두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환자 치료에 투입됐던 간호사로, 감염 경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검사가 진행 중인 의심 환자까지 확진 판정을 받으면 삼성서울병원의 의료진 메르스 환자는 총 14명으로 늘어난다. 대책본부는 "삼성서울병원에 역학조사관을 대거 투입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감염 경로를 밝히기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만 설명했다. 183번 환자는 메르스 환자의 진료에 직접 참여한 경험이 있다. 개인보호장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가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달 17일이 돼서야 의료진에게 레벨D 보호장구를 지급했다. 이전까지는 병원 자체 규정에 따른 보호구를 사용했다. 183번 환자는 지난달 30일 오후 5시께 처음 고열 증상을 나타냈다.
미흡한 보호구를 마지막으로 착용한 지난달 16일에 바이러스에 노출됐다고 가정하면 최장 잠복기 14일의 끄트머리에 증상이 발현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환자가 메르스 환자를 직접 진료한 날짜는 같은 달 25일로, 당시는 이미 삼성서울병원에 레벨D 보호구가 지급되던 때였다. 대책본부가 메르스 확진 검사를 진행 중인 또 다른 간호사도 단순히 보호구가 미흡해 메르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 의심환자는 2일 오전에 처음으로 메르스 증상이 발현했다.
보호장구가 미흡했던 지난달 16일 이전에 바이러스에 노출됐다면 최대 잠복기 14일보다 이틀이 더 지나서야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봐야 한다. 보호장구 문제가 아닌 다른 경로로 감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해당 병원의 의료진이 보호구 착용법을 제대로 숙지 못했거나 기초적인 감염병 예방 수칙을 지키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대책본부의 정은경 질병예방센터장은 "개인보호구를 어떻게 입고 관리했는지, 확진환자와는 어떻게 접촉했는지, 아니면 또다른 감염원이 있는지 이런 모든 가능성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