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박대통령과 통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2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에 따른 위로의 뜻을 보냄과 동시에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또 박 대통령에게 양측에 편리한 가능한 빠른 시기 방문을 위한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동맹에 대해 “한·미 관계는 미국에 가장 높은 우선순위(top priority)”라며 “북한 위협에 대한 대처, 기후변화, 사이버안보 등 새로운 분야에서의 한·미 간 파트너십 강화는 양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정상 간 통화는 오바마 대통령이 오전 10시20분 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와 20분간 이어졌다. 지난 10일 박 대통령의 방미 연기 결정 이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에게 전화해 양해를 구하는 등 양국이 입장을 조율한 연장선상이다. 이 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먼저 박 대통령과 통화하고 싶다는 의사를 우리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먼저 박 대통령에게 “이번 메르스 발발에 따른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한 뒤 미국은 한국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사의를 표하면서 “우리로선 국가역량을 총동원해 대처하는 만큼 메르스가 조기에 종식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새로운 질병 정보 공유 및 연구를 위한 논의 역시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의 방미 시기와 관련해선 “양측에 편리한 가능한 빠른 시기에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앨리스터 배스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의 “서로 편리한 시기”보다 한층 전향적인 표현이다. 우리 정부는 메르스 사태 종식 이후 박 대통령이 가급적 이른 시일 내 미국을 방문,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일단 ‘가장 빠른 시기’라면 9∼10월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두 정상의 빠듯한 일정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올해 내에 회담을 갖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미국이 사드 배치를 요구할 경우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그것(사드)이 우리 국가 안보이익에 부합하는지를 포함해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면서 이것에 대해 미국과 함께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보에 관한 한 가장 첫 번째 우선순위는 우리가 우리 국민을 어떻게 잘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라며 원론적 입장을 거듭 밝혔다. 박 대통령이 공식 인터뷰에서 사드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에 대해선 ‘마지막 단계’라고 평가하면서도 일본에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할 일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의 역사학자들이 일본 지도자들에게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를 분명히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현재 52명의 피해자만 살아 계신다. 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그들의 명예를 회복시킬 의무가 일본에 있다”고 강조했다. WP 인터뷰는 11일 청와대에서 이뤄졌다.
박 대통령은 오후에는 경기도 메르스종합관리대책본부 등을 방문해 중앙정부와 지자체, 민관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수원 장안구 보건소에선 메르스 확산 조사차 방한 중인 후쿠다 게이지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차장을 만났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9월 한국에서 글로벌 보건안보구상회의를 하는데 메르스 관련 토의와 대책 마련이 있었으면 한다”고 언급했고, 후쿠다 사무차장은 “보건안보구상은 모든 국가들의 감염병 퇴치를 위해 중요한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도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