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비상, 세 번째 전투 저지선이 뚫렸다
<삼성서울병원, 파악관리 실패 드러나, 방문산술추산 1만여명 이상 잠재위험>
삼성서울병원, 확진자 절반 '격리명단'에 없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것은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됐던 사람들을 제대로 파악해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11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밖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가 처음으로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외래 진료를 받은 77세 여성이 메르스 115번 환자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환자는 정형외과 외래 진료를 받으며 삼성서울병원 '수퍼 전파자'인 14번 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구체적 경로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만 아니라 병원 내부 곳곳에 메르스가 확산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환자는 그동안 보건 당국이 관리해온 격리 대상자가 아니었으나, 전날부터 실시된 폐렴 전수조사에서 감염자임이 밝혀졌다.
중앙메르스대책본부 관계자는 "11일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나온 확진 환자 58명 중 30명(51.7%)이 관리 리스트 밖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날 확진자 명단을 추가 발표하면서 5명의 감염 경로를 밝히지 못한 채 역학조사 중이라고 했다. 이는 메르스 확진자 5명이 격리 리스트 밖에 있었다는 뜻으로, 이 중 3명이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금까지 삼성서울병원 감염자 가운데 절반이 관리 리스트 밖에서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격리 리스트 밖에서 확진 환자가 계속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의 하루 응급실 환자 수는 200명, 외래 환자 수는 8000명에 이르는 데다 보호자, 문병인을 합치면 문제가 되는 지난 5월 27~29일 3일 동안 접촉·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까지 격리 명단 밖에서 얼마나 많은 확진자가 나왔는지를 밝히고, 이 기간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한 모든 사람은 스스로 검사를 받도록 호소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편 이날 14명이 추가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122명으로 늘어났고, 말기 폐암을 앓던 83번 환자(65)가 열 번째로 사망했다. 이날 3명이 퇴원해 퇴원자는 모두 7명으로 늘었다. 확진자들이 감염됐거나 거쳐 간 병원도 이날 경남 창원 SK병원, 서울 강서구 미즈메디병원, 전북 전주예수병원, 강원 속초 진영의원 등 네 곳이 추가됐다.
삼성서울병원이 낸 명단 893명에 응급실 방문객은 대부분 빠져있었다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중앙메르스대책본부 관계자는 11일 "삼성서울병원에서 나온 확진 환자 58명 중 30명(51.7%)이 관리 리스트 밖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감염자 가운데 절반가량이 관리 리스트 밖에서 발생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관리 명단에서 제외된 환자나 방문객들이 지방에 내려가 전국에 메르스 환자를 양산하는 온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삼성서울병원은 초기에 2m 이내의 밀접 접촉자만 관찰·격리 대상으로 삼는 안일한 판단을 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 측은 메르스 환자를 접촉한 사람으로 의료진·환자를 중심으로 893명을 추렸지만, 보호자·문병객 등을 대부분 빠뜨린 부실한 명단을 정부에 제공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문병객·방문객은 애초 격리 대상서 빠져
보건 당국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CC(폐쇄회로)TV 화면을 분석한 결과 수퍼 전파자인 14번 환자는 지난달 27~29일 응급실에 입원해 있을 때 첫날인 27일은 수액을 매단 채 응급실 곳곳을 돌아다녔고 28~29일은 활동이 뜸했다. 이 때문에 병원 측은 초기에 접촉자를 27일 응급실 환자로만 한정하고, 28~29일 환자들은 제외시키는 우(愚)를 범했다. 실제로는 28~29일 환자들도 적지 않았다. 실제 전북 김제 환자(59)의 경우 지난달 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 중인 매형 병문안을 다녀왔다. 지난 3일 발열이 시작되자 김제시 보건소는 질병관리본부 역학 조사 담당자에게 문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담당자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27일 노출된 사람만 대상자이고, 28일 입원자는 개연성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노출 기간이 지난 27~29일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간 뒤, 김제보건소는 그의 가검물(가래)을 채취했고, 이튿날 메르스 환자로 확진됐다.
또 큰 체구의 14번 환자는 응급실에 있으면서 폐렴 증상 때문에 잦은 기침과 함께 가래도 자주 뱉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그의 주변에서 좀 떨어진 환자·문병자·간병자들까지도 메르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방역 당국은 14번 환자의 보호자로 보이는 젊은 남성의 신원조차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 원주에서 메르스로 확진된 방문객(46)은 지난달 27일 동네 지인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하자 병문안을 다녀왔다. 그러나 그는 지난 5일 미열이 발생하자 원주의 병원으로 가서 진찰을 받았고, 다시 기침이 심해져 7일 병원에 가서야 삼성서울병원에 다녀온 사실을 밝혔다. 응급실에 있던 입원 환자는 메르스 환자로 확진받았으나 그는 애초 병원 측이 제공한 접촉자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응급실 입원 환자 중에서도 격리 대상 명단에서 빠진 경우도 있다. 지난 10일 대전의 사망자(62)가 대표적인 경우다.
삼성서울병원 방문자 전수 조사해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까지 격리 리스트 밖에서 얼마나 많은 확진자가 나왔는지를 정확히 밝히고,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한 사람들은 스스로 검사를 받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측이 자체적으로 지난달 27~29일 응급실에서 14번을 접촉한 사람으로 의료진 218명과 환자 675명 등 모두 893명의 명단을 작성해 방역 당국에 보고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이 부실한 명단조차 다시 '밀접 접촉' '단순 접촉'으로 나눠 시·도에 명단을 보냈다. 전문가들은 "병원 측과 방역 당국이 처음부터 관찰·격리 대상을 '밀접 접촉'으로 너무 협소하게 잡는 바람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정운영 질병예방센터장은 "응급 환자들을 찾아온 보호자나 방문객에 대한 명단은 파악하기 어려웠다"며 "콜센터와 지역 보건소를 통해 추가로 보호자나 방문객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