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메르스 치료비 전액 지원, 수원 모 대학병원서 메르스 환자 인수거부 논란
정부가 메르스 환자 또는 의심자에 대한 치료비용 전액을 지원한다. 9일 메르스 확진자는 8명이 추가돼 총 확진자는 9일 오전 기준 95명으로 늘었다. 이 중 사망자도 1명이 포함돼 총 7명으로 확대됐다. 9일 보건당국은 메르스 관련 브리핑을 통해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인터페론 등 항바이러스제 치료와 격리실 입원료, 일반입원실을 활용한 1인 격리 등 치료 전반에 대해 건강보험을 확대 적용하고 정부가 지원키로 했다"고 밝혔다. 국가적으로 전염병 확산 사태가 불거지면서 마련한 정부의 총체적 대응의 일환이다. 아울러 치료비용이 없어 메르스 치료 부담을 느껴 자발적 증상의심 신고를 하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중도 포함돼 있다. 치료를 포함한 메르스로 인한 진료비용도 환자가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
아울러 보건당국은 현재 전국 총 535개 응급실 중 236개 기관(44.1%)이 메르스 의심환자 선별진료소를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응급실 외부나 의료기관 내 별도 분리시설이다. 오는 주말 전까지 최대한 더 많은 선별진료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오전 기준 격리자는 2892명으로 전일보다 384명 늘었다. 7일에서 8일 증가 규모인 147명보다 대폭 확대됐다. 전체 격리자 중 자택격리자는 2729명이고 시설격리자는 163명이다. 격리 해제자는 607명으로 집계됐으며 감염의심자는 1969명으로 전일보다 269명이 증가했다. 18번째 환자(여·77세)는 9일 퇴원해 세 번째 퇴원자가 된다. 18번째 환자는 평택성모병원에서 첫 번째 환자와 접촉해 5월 31일 확진판정을 받았었다. 6월 5일부터 증상이 호전돼 2차례 검사결과 음성으로 판정됐다.
사망자 1명·확진자 8명 추가
이날 추가 발생한 사망자 1명은 판막질환 병력을 가졌던 47번째 환자(여·68)로 삼성서울병원에서 14번째 환자와 접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환자는 호흡곤란으로 5월 27일부터 28일 사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입원, 지난 6일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치료 중 상태가 악화돼 8일 사망했다. 아울러 이날 추가 확진자 8명 중 3명도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같은 기간 14번째 환자에 노출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발열 등 증상이 있어 실시한 메르스 유전자 검사에서 최종 양성으로 확인됐다. 각각 89번째 환자(남·59세), 90번째 환자(남·62세), 91번째 환자(남·49세)이다.
나머지 5명의 환자들은 다른 의료기관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했다. 이 중 2명은 6번째 환자가 거쳤던 서울아산병원과 여의도성모병원에서 6번째 환자와 각각 5월 26일과 28일 동일 병실에서 접촉했다. 여의도성모병원 같은 병실에 체류했던 사람은 88번째 환자(남·47세)로 6번째 환자의 사위다. 92번째 환자(남·27세)는 6번째 환자와 서울아산병원 같은 응급실에서 체류했다. 또 다른 2명의 경우 5월 27일부터 29일 사이 15번째 환자가 있었던 한림대동탄성심병원 동일 병실에서 접촉했다. 각각 93번째 환자(여·64세)와 94번째 환자(남·71세)이다. 나머지 1명 95번째 환자(남·76세)는 16번째 환자가 입원했었던 대전 건양대병원에서 접촉한 경우다. 16번째 환자로부터 3차 감염된 대전대청병원과 건양대병원 확진자는 각각 7명, 8명이 됐다.
보건당국은 확진자들 중 삼성서울병원에서 노출된 89번째 확진자가 격리 전 김제 우석병원(6.3), 김제 미래방사선과의원(6.5), 김제 한솔내과의원(6.5)을 경우했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이 3개 병원에 대해 아직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감염위험이 있을 수 있어 해당 기간 내 병원 내원 및 방문자들 모두 자택 및 병원 격리조치했다. 모두 300여명 규모다. 90번째 확진자의 경우 6월 1일부터 자택 격리 중 3일 발열이 나 옥천제일의원 진료를 받고 6일 호흡곤란으로 옥천성모병원을 방문한데 이어 을지대병원 응급실을 경유해 중환자실로 입원했던 사실도 파악됐다. 보건당국은 옥천제일의원과 을지대병원 응급실 체류 환자에 대해 추적 조사를 실시하고 을지대 중환자실에 대해서는 현재 코호트 격리를 시행 중이다. 코호트 격리는 감염환자 발생 시 발생 병동을 의료진과 함께 폐쇄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당국, 메르스 포털사이트 발병 3주째 이제사 오픈
또 정부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발병 3주 만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신설한다. 따라서 병원 공개 등에 이어 또다시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9일 메르스 관련 정보를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포털 사이트를 10일 개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포털 사이트 주소는 www.mers.go.kr 또는 www.메르스.go.kr이다. 사이트에는 메르스에 대한 설명부터 증상, 대응지침, 주의사항, 자주 묻는 질문, 메르스 핫라인 번호(043-719-7777) 등이 담긴다.
하지만 3주간 100명에 가까운 확진환자가 발생하고 격리자도 3,000명에 육박할 정도로 확산된 상황에서 너무 늦은 움직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많은 정보들이 공유되기도 했고 집단지성 형식으로 메르스가 발생한 지역과 병원을 공개한 '메르스 확산 지도' 인터넷 사이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공신력있는 정부의 조치라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수원 대학병원서 메르스 관련병원 내원환자 인수거부 '논란'
경기 수원의 한 대학병원이 메르스 사망자가 발생한 병원에 들렀다가 온 환자라는 이유로 응급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경기도재난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1시 26분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에서 A(49·여)씨가 신변을 비관,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쓰러져 있던 것을 지인 신고로 출동한 119구급대원이 구조해 인근 B병원으로 옮겼다. A씨는 구조 당시 의식이 명료했지만 20여분 뒤 구급차 안에서 의식이 저하되는 등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구급대는 오전 1시 58분 인근 B병원 응급실 바깥에 도착했으나, 병원에서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망자가 나온 뒤 응급실이 폐쇄된 상태"라고 안내했다. B병원에서 5분도 채 머물지 않은 구급대는 차를 돌려 수원으로 향하면서 C대학병원에 전화를 걸어 응급환자를 옮겨가고 있다고 전달했다. 하지만 C병원에선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것을 권유했다. 구급대원은 "환자가 의식이 저하되는 등 상태가 좋지 않다고 설명했지만 병원에선 'B병원 응급실 내원환자는 받을 수 없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구급대는 신고출동 1시간 만인 오전 2시 25분 수원의 다른 대형 병원 응급실로 A씨를 옮긴 후 복귀했다. 다행히 A씨는 이날 오전 퇴원했다.
이에 대해 C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에 확인한 결과 'B병원을 내원한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구급대가 환자를 싣고 오면 당연히 거부하지 않고 환자를 받지만, (우리)응급실에 워낙 위중한 환자가 많이 몰리기 때문에 전화로 상황을 전달받을 때는 위독한 환자가 아닌 경우 다른 병원으로 안내하는 것은 일반적인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또 "최근 메르스 사태 때문에 오해가 빚어진 듯한데, (우리는)응급실 밖에 메르스 전담 옥외진료소를 설치하고, 최근 1개 병동 전체를 메르스 환자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등 메르스 환자 치료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만약, 정말 병원이 환자인수를 거부했다면 천인공노할 처사며 정부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며 분노하고 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