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정부당국 대처, '구멍' 점점 드러나
정부당국, 이제사 메르스 진원지 ‘평택성모병원’ 공개
정부가 5일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발생 의료기관인 경기도 평택의 평택성모병원 방문자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곳이 국내 메르스의 '진원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 메르스 환자가 지난달 15∼17일 입원했던 이 병원에서는 지금까지 모두 30명의 2차·3차 감염자가 발생했다. 국내 전체 확진환자의 73.2%가 이곳에서 나온 셈이다. 이 때문에 복지부는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의 고리를 끊어내면 추가 확산을 빠르게 차단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그간 고수하던 의료기관명 비공개 원칙도 버리고 위험기간 방문자들의 자진 신고를 요청한 것이다.
최대 잠복기 끝나는 12일이 고비
복지부는 지난달 20일 국내 메르스 환자가 처음 확인되고 이튿날 평택성모병원에 첫 환자와 함께 입원했던 70대 환자가 연이어 메르스 확진을 받자 이들과 밀접하게 접촉해온 병원 의료진과 가족 64명을 격리조치했다. 그러나 정부의 격리망 바깥에서 평택성모병원발 환자는 끊임없이 나왔고 결국 격리대상이 확대되자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병원은 지난 29일 자진 폐쇄했다. 결국 첫 환자가 이 병원을 찾은 지난 15일부터 자진 폐쇄한 29일까지가 메르스 감염 위험기간이 된다.
정부는 지난 4일까지는 평택성모병원의 의료진이나 환자, 간병자 사이에서 감염자가 확인될 경우 모두 첫 환자의 2차 감염자로 분류해왔다. 첫 환자가 병원을 떠난 지난달 17일로부터 최대 잠복기인 14일째인 31일 이후에도 평택성모병원발 환자가 확인됐음에도 복지부는 증상이 잠복기 내에 발현됐으나 우선순위에 밀려 진단이 늦어진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2차 감염자로 규정했다. 그러나 5일 확진을 받은 평택성모병원발 환자 3명은 첫 환자로부터 감염됐다고 보기에는 증상 발현이 지나치게 늦다는 점 때문에 3차 감염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
사실상 그 이전에도 평택성모병원에서 3차 감염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첫 감염자가 강력한 '슈퍼 전파자'라는 설명보다는 평택성모병원이라는 공간의 특성이 감염에 취약할 수 있다는 설명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정부와 함께 평택성모병원 역학조사를 실시했던 최보율 한양대 교수는 "병실마다 환기구와 배기구가 있어야 하는데 첫 환자가 입원했던 병원엔 에어컨만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비말이 상당히 오래 축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설명대로라면 평택성모병원이 다른 의료기관보다 감염을 용이하게 있는 여러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고, 따라서 이 병원을 통한 감염만 조속히 진단해 대처하면 확산 추세를 저지할 가능성도 커진다.
평택성모병원에 환자나 의료진이 마지막으로 있었던 시점이 지난달 29일이므로, 만약 이때 감염돼서 최대 잠복기간을 거쳤다고 해도 오는 12일이면 평택성모병원발 환자는 논리적으로 더이상 나오지 않게 된다. 따라서 12일 전후로 환자 발생 추이가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가 향후 확산 추세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3차 감염 이뤄진 의료기관 3곳 더 있다…또다른 진원지?
문제는 평택성모병원 외 다른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3차 감염 사례다. 현재까지 추가 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은 평택성모병원을 다녀간 16번째 환자가 입원했던 ⓔ병원과 ⓕ병원, 그리고 역시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던 14번 환자가 입원한 삼성서울병원이다. ⓔ병원에서 3명, ⓕ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 각각 2명의 환자가 3차 감염자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3차 감염은 2차 감염에 비해 전파력이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음에도 이미 2∼3명에게 전파됐다는 점에서 이들의 또다른 진앙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이들 의료기관은 메르스 확진 환자가 다녀간 '감염 위험기간'도 평택성모병원에 비해 늦기 때문에 추가 환자 가능성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복지부는 일단 이들 병원은 평택성모병원에 비해 감염력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료기관 공개나 전수 조사 방침은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이들 3곳 의료기관은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던 평택성모병원과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며 "환자 발생 후 격리조치와 소독 등이 적절히 이뤄졌고 환자가 바이러스를 내뿜으며 돌아다닌 기간도 거의 없기 때문에 이들 병원에서 평택성모병원처럼 다수의 환자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공군 원사 등 5명 메르스 확진—사망자 1명 추가
공군 원사 등 5명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추가 확진됐다. 기존 확진 환자 가운데 70대 환자 1명은 치료 도중 사망했다. 이로써 국내 메르스 확진 환자는 모두 41명, 사망자는 4명으로 늘었으며 치명률도 9.8% 수준으로 높아졌다.
5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메르스 검사에서 5명이 추가로 양성으로 확인돼 환자가 총 41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추가 환자 모두 기존 확진 환자들이 거쳐 간 병원에 입원했거나 다녀간 환자들로, 모두 병원 내 감염이다.
전북 순창, 70대 메르스 '양성'…자가격리 실패
보건당국의 안일한 대처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이 전북으로까지 전파됐다.이번에도 자가격리에 실패한 것으로 감염의심자에 대한 보건당국의 허술한 대응이 메르스 확산을 부추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전북 보건당국에 따르면 순창에 사는 A(72·여)씨가 지난 4일 발열 등의 증상을 보여 순창의 한 병원(의원)에 방문했다. 이후 A씨의 며느리가 보건소로 신고를 했고, 국가지정격리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에서 A씨에 대해 1차 유전자 검사를 벌인 결과 메르스 '양성' 판정이 나왔다. 지난달 14일부터 약 8일간 경기도 평택의 한 병원에 입원한 A씨는 메르스 최초 확진자와 같은 병동을 사용했다. 평택보건소로부터 자가격리 지시를 받았지만 A씨는 퇴원(5월22일)한 후 무단으로 순창으로 내려와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병문안을 온 A씨의 아들도 지난달 30일 메르스 확진 판정(열다섯번째 확진자)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A씨를 격리 병상으로 옮긴 뒤, 관찰하고 있으며 A씨와 그동안 접촉했던 의료진과 병원 환자 등 63명(밀접접촉자 30명·일상접촉자 33명)과 마을주민 105명을 대상으로 자가 격리를 통보한 상태다. 보건당국은 A씨의 가검물을 재채취해 질병관리본부에 정밀검사를 요청한 상태이며, 이날 메르스 확진여부가 최종결정 될 예정이다.
"해군 여군 하사 메르스 의심···83명 격리"
메르스 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해군에서도 메르스 감염 의심자가 발생해 군 당국이 격리조치에 들어갔다. 국방부 관계자는 5일 “해군 여군 하사 1명이 메르스 감염이 의심돼 격리 조치했다”며 “여군 하사와 접촉 가능성이 있는 83명도 격리했다”고 밝혔다. 해군에서 의심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 하사의 조부는 지난 2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A 하사는 지난달 29일 대전 지역 병원에 입원한 조부를 문병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A 하사는 어제 오후 모친과 통화하면서 조부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을 알고 부대에 바로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군 당국은 A 하사와 접촉빈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14명은 부대 내 별도 시설에, 나머지 69명은 생활관에 각각 격리했다. 군 관계자는 “A 하사가 조만간 메르스 검사를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군에서도 메르스 의심자가 나옴에 따라 군이 메르스 의심자로 격리 조치한 인원은 모두 170명으로 늘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