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황당 중대장들, 진흙탕 점입가경
김한길, 문 맹공
새정치민주연합 내분에 문재인 대표와 김한길 전 대표가 20일 직접 나서면서 친노(親盧)·비노(非盧), 전·현직 당 대표 간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김 전 대표가 "우리 당에 문 대표나 친노만 한 기득권이 없다"고 하자, 문 대표가 곧바로 "기득권에 안주하는 낡은 정치와 단호히 결별하겠다"고 맞받았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점심 무렵 '당원 동지들께 드리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문 대표가 지난 14일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란 성명문으로 비노 진영을 비판한 것과 형식 면에서 유사했다. 김 전 대표는 곧이어 작년 7월 당 대표 사퇴 이후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그는 문 대표의 성명문을 언급하면서 "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이들을 싸잡아 '기득권·과거 세력'이라며 '공천 지분을 요구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편 가르기와 갈라치기로 우리 당의 상당수 동지들을 '타협할 수 없는 대상'으로 규정했다"며 "이는 '나만 옳다'는 계파주의의 독선, 자만심, 적개심, 공격성을 극명하게 보여줬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문 대표가 성명에서 "나는 정치를 잘 모른다"고 한 것에 대해 "정치를 잘 모른다는 것이 자랑일 수 없다"고 했다. 문 대표가 '친노(親盧)는 없다'고 해 온 것에 대해서는 "우리 당에는 '친노'로 불리는 세력과 '친노가 아닌 사람들'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유세차 무대에 우리 당 국회의원들을 오르지 못하게 한 (친노의) 패권적이고 배타적인 선거운동이 당시 패인 중 하나였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문 대표는 친노 좌장으로 있기에 아깝다. 결단을 고대한다"고 말했다.
맞받아치는 문재인
그러자 문 대표는 오후에 당 청년위원회 출범식에서 축사를 통해 "기득권에 안주하는 낡은 정치와 단호히 결별하겠다. 오직 국민만 바라보는 새 정치의 길로 가겠다"며 "국민이 바라는 혁신, 기필코 이뤄내겠다"고 했다. 청년 당원들을 향해 "여러분이 나서서 기득권을 내려놓으라고 (그들에게) 큰 소리로 말해 달라"고도 말했다. 비노 측은 "노사모를 모아놓고 연설하던 노무현 대통령 방식 같다"고 했다.
친노 측은 지난 14일 문 대표 성명 이후 비노 진영을 향해 '기득권' '지분 나눠 먹기' 등의 표현을 쓰며 반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날도 우원식·김상희·김현 등 새정치연합 친노계 초·재선 의원 12명은 공동성명을 내고 "문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는 (당내 갈등) 상황을 우선 수습한 후에 국민과 당원들께 석고대죄의 자세로 사과하고 지도부로서 마지막 기회라는 위기의식으로 달라진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비노계를 향해 "서로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은 이제 자제하라"고 했다.
‘김상곤 카드’ 급부상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분을 수습할 혁신기구의 위원장으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김전교육감은 좌파인물로 유명했다. 김비노(비노무현) 진영인 이종걸 원내대표가 ‘김상곤 카드’를 제시했다. 안철수 의원이 위원장직을 고사한 뒤 대안으로 떠올랐던 좌파성 폴리페서 조국 서울대 교수에 대해 “친노(친노무현) 색깔이 강하다”란 비판 여론이 일었기 때문이다. 친노와 비노가 각각 “혁신기구의 수장 자리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김상곤 카드’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김 전 교육감도 아직 수락을 할지 확답하지 않아 영입 성사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이번 주 내에 혁신기구 출범이 쉽지 않아 보인다.
좌파성 폴리페서 교수 조국 반대 여론에 또 좌파교육감 김상곤 급부상
21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 다수가 이 원내대표가 제안한 ‘김상곤 카드’에 공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 원내대표는 “(혁신기구 위원장은) 당의 사정을 두루 아는 내부 인사가 좋겠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김 전 교육감은 안 의원이 지난해 초 독자 세력화를 추진할 당시 경기도교육감 후보로 영입을 꾀했던 인물이었다. 당 지도부는 김 전 교육감이 안 의원과 우호적 관계이고 광주 출신이라는 점에서 비노와 호남 인사들을 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고위원들은 이날 문 대표와 이 원내대표에게 김 전 교육감 영입을 비롯한 혁신기구 구성의 최종 결정을 위임했다. 문 대표는 김 전 교육감과 조 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거나 각각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맡는 방식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당 지도부는 우선 김 전 교육감을 접촉해 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교육감은 “생각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당 지도부는 추가 접촉을 통해 김 전 교육감을 설득할 계획이다. 그러나 김 전 교육감이 끝까지 위원장직을 수락하지 않을 경우 이번 주에 출범시키려 한 혁신기구 구성에 난항을 겪으며 당 내홍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문재인 대신 박원순?’
안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초청해 ‘공정 성장을 위한 남북 경제협력’을 주제로 한 좌담회를 열었다. 안 의원은 전날 문 대표의 혁신기구 위원장직 제안을 고사한 뒤 하루 만에 또 다른 대선 후보인 박 시장과 연대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좌담회에서 박 시장은 “내가 항상 안 의원에게 빚을 많이 지고 있어 안 의원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온다”며 돈독함을 과시했다. 이어 “안 의원이 주장하면 서울시가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도 “제일 존경하고 좋아하는 박 시장과의 자리가 만들어져 설렜다”고 화답했다.
김한길 전 대표도 축사에서 “아마도 오늘 두 분이 함께 나라를 걱정하는 모습만으로도 많은 국민께 희망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날에 이어 이날도 문 대표를 향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4·29 재·보궐선거 참패 후 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분들을 (문 대표가) 과거 정치 세력, 종북몰이식 정치 공세, 공천 지분 요구라고 주장하는 건 분열의 프레임”이라고 꼬집었다. 이에대해 국민들은 "전현직 황당 중대장들의 잔결투가 점입가경이다" 라고 혀를 차고 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