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UN사무총장, 국회 정의화 국회의장 등 방문
정의화 국회의장은 20일 국회 접견실에서 방한 중인 반기문 UN 사무총장 일행을 만나 "반총장의 개성 방문이 남북한의 화해와 협력의 계기가 되길 두손 모아 빌었는데 결과가 무산된 것에 대하여 안타깝다"며 말했다. 반 총장도 이에 "어제까지 개성공단 방문이 확정돼서 발표까지 되었는데 그 결정이 번복된 것은 유감스럽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한반도 긴장완화나 민족화해를 도모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허용 결정을 갑작스럽게 철회한 데 대해 정의화 국회의장은 "북한이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무산시킨 것은 유엔에 대단한 결례"라며 "북한 지도자들이 (이런 결례에 대해) 사과하는 뜻으로 빠른 시일 내에 유엔 사무총장을 평양에 초청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한반도 긴장완화나 화해노력을 위한 결심은 변함없고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한이 당사자로서 일을 풀어가고 유엔은 도와주는 기능을 하자는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환담에 참석한 여야 정치인들도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무산에 유감을 표시하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다시 반 총장의 방북이 성사되기를 촉구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유엔 가입국인 북한이 유엔 사무총장의 남북경협 현장인 개성방문을 취소한 것에 대해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또 "6자회담을 포함해서 다양한 외교적 채널을 가동시켜야 되고, 돌파구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반총장의 개성공단 방문계획은 그런 노력의 시작"이라며 "앞으로 유엔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더 적극적인 역할을 많이 해달라"고 요청했다.
나경원 외교통일위원장(새누리당)은 "개성공단 방문 무산은 아쉽지만 한번 두드려서 안되면 2~3번 두드려서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고, 반 총장이 "북한 인권 문제를 유엔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줘서 감사하다"고도 했다.
이석현 국회부의장도 "북한이 미국과 만나는 것을 원하면서 유엔 사무총장을 막아버린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이래서는 안된다"며 "20년 전에 갈리 유엔 사무총장이 북한에 가서 김일성 주석을 만난 일이 있었는데, 다음에 북한 외교 채널을 통해 날을 잡으셔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평화에 크게 기여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 역시 "북한이 개성공단 방문을 거부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오래두지 말고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총장의 뜻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큰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정 의장은 이날 "올해 한반도는 남북 분단 70주년이 되었고 국내에서도 빈부격차 양극화 등 많은 문제를 겪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도 테러 분쟁 전쟁 기아 질병 군비확산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과학과 경제는 발전한다는데 왜 이렇게 잘못되어가고 있는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엔의 역할이 보다 증대되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정 의장은 "유엔이 이런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총장 재임기간 동안 획기적 변화가 일어나도록 대한민국 국회가 돕겠다"고 덧붙였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어제 반총장의 95세 노모께서 생신인데도 고향에도 다녀오지 못했다고 들었다"며 "대한민국의 영광과 세계평화를 위해 반 총장이 더욱 노력할 수 있도록 국회가 돕겠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이와 함께 의장단과 참석 의원들에게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굉장히 높다"며 "국민들도 모르시는 분이 많은데 최저 개발도상국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국가는 지난 70년 동안 한국뿐이다.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은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국가로서 국민총소득(GNI)의 0.7%를 국제개발공여기금으로 기여하게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올해 0.25%밖에 안되고 있기 때문에 국회의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반 총장은 "국회의장께서 큰 문제를 지적했는데 유엔 창설 70년이 되고 과학기술이 발전한 21세기가 되었는데 세계 주민들의 삶은 가난하고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며 "세계적인 분쟁지역을 살펴보면 리더십의 실패로 인한 불평등 부정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다만 "대한민국처럼 별다른 문제가 없는 나라도 많지 않다. 제가 처리하고 있는 문제에 비하면 거의 문제가 안된다고 솔직히 말씀드린다"며 "한국은 많은 나라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존경을 받고 있다. 물론 국내에서는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국회 내에서 잘 수렴해가시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정 의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대한민국 국회도 유엔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면담에는 우리 측에서 정의화 국회의장과 정갑윤 국회부의장, 이석현 부의장.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 나경원 외통위원장, 김정훈 위원장, 이종훈 의원, 류지영 전 여성위원장, 김성동 비서실장, 권은희 의원, 김정훈, 류지영, 이종훈 의원, 오준 주 유엔 대사, 김성도 국회의장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고 유엔 측에서는 반기문 사무총장과 제프리 삭스 특별자문관, 김원수 사무차장보, 미로슬라브 젠카 사무차장보, 스테판 두자릭 사무총장 대변인, 정래권 기후변화팀장 등이 함께 했다.
최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