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도대체 뭐하고 계시나?
박근혜 대통령의 후임 국무총리 인선이 늦어지고, 북한의 무력 위협 고조와 미일 신(新) 밀월외교 전개 등 요동치는 한반도 안보 정세속에서 균형추를 찾기 위한 우리 정부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오르면서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주목되고 있다. 개혁과제 1호인 공무원 연금 개혁 논의도 여전히 여야 대립각속에 처리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향후 여야 협상 진척도에 따라 박 대통령의 개혁 드라이브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감을 낳고 있다.
총리 인선 장고속 인물난?
17일 여권에 따르면 후임 총리 인선작업이 장고를 거듭하면서 박 대통령의 낙점 시기와 타이밍에 관심이 집중된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이완구 전 총리의 사표가 수리된 지 3주 정도 지났지만 국정 컨트롤타워인 후임 총리의 면면이 아직도 안갯속이다. 중남미 순방직전인 지난달 16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순방 이후 거취 결정을 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사실상 '식물총리'로 전락, 국정 2인자로서 '영'이 서지 않았던 만큼 총리 공백은 한달이 넘은 상태다.
여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정치·사회개혁의 완성도를 끌어올릴 적임자로서 높아진 '국민 눈높이'인 인사청문회를 무리없이 통과할 도덕성과 개혁적 상징성 등을 두루 감안해 후보군을 지속적으로 리스트 업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본격적인 국정성과를 내야할 집권 3년차에서 근혜노믹스에 개혁드라이브를 진두지휘할 새롭고 참신한 총리 후보자를 찾기가 어려운 데다 일부 인사는 높아질대로 높아진 현미경 검증 등을 이유로 총리직 제의 요청을 고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현 정부의 국정성과를 집중 도출해야할 집권 3년차를 맞아 거의 모든 개인적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명예직 비슷하게 되어 버린 총리 자리를 선뜻 수용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방증한다.
여권 내부에선 이완구 전 총리에 대한 비위 의혹이 이미 지난달 초부터 제기된 만큼 후보자 물색이 어느정도 진행돼왔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최종 낙점만 남았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로선 이명재 청와대 민정특보, 최경환 총리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한덕수 전 무역협회 회장,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등이 후보군에 올라있다. 참신성과 개혁의 상징성 등을 감안해 제3의 인물이 깜짝 등장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있다.
외교-안보심각, 이 분야 리더십도 시험대
개혁과제 1호인 공무원연금개혁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간 조율도 결과를 낙관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인데다 당정청이 지난 15일 심야 회동을 통해 공무원 연금개혁 처리를 위한 공동연대를 강조했지만 국민연금 연계와 관련된 당정청간 갈등요소는 여전히 내재된 상태다. 기존 여야간 공무원 연금 개혁안에 대한 합의를 존중해 5월국회에서 우선 이 문제를 해결한 후 이후 국민적 동의를 얻어 사회적 기구에서 국민연금 연계문제 해법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도 협상력의 유연성이 적어진 여권으로선 고민인 대목이다.
한반도 주변정세 요동치고 있다.
북한 내부의 공포정치가 도를 더해가면서 정부의 평화통일 구현을 비롯해 개성공단 임금 문제, 한반도신뢰프로세스, 통일대박론 정책 등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남북간 대화 재개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점도 정부의 대북정책 구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과거사 반성 부재에도 불구, 미일간 신 밀월외교 전개나 중일간 전략적 타협 모색 움직임 등도 박 대통령의 외교력을 다시한번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이번주 방한하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각각의 면담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특히 여권 내부에선 총리의 장기간 부재가 공무원 연금 개혁을 비롯한 내치와 북한 무력 도발, 한반도 안보 정세 등 각종 외교적 현안에 대처하는 '디테일'하고 '기민한' 컨트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원인으로 꼽는 시각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사태에 대해 국민들은 “빨리 제대로된 야당이 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무총리 없는 국정공백사태에 대해서도 박대통령, 도대체 뭐하시나?”는 우려의 목소리도 점점 커져가고 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