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내홍지속
당윤리심판원, '공갈'발언 정청래, 4가지 '혐의’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 발언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윤리심판원이 정 의원의 징계를 결정할 경우 어떤 사유를 적용할 지 주목을 끌고 있다. 새정치연합 당규 14조에 따르면 당원 징계사유는 8가지 정도다. 당헌·당규, 당론 등을 위반했거나 기밀 누설, 선거부정 및 경선불복 등이 주요 대상이다. 윤리심판원은 정 최고위원에게 3호 '윤리규범에 규정된 규율을 위반하는 경우' 등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규 하위개념인 윤리규범은 새정치연합 자체 윤리기준으로 올해 2월8일 공포됐다. 적용될 내용은 윤리규범의 '품위유지' 부분이 유력하다. 윤리규범 5조 1항에는 '사회상규에 어긋난 행동을 함으로써 당의 명예를 실추시켜선 안된다'는 포괄적 내용이 명시돼 있다.
윤리심판원은 14조 4, 6, 7호를 위반 여부도 따져볼 예정이다. 해당 내용은 △허위사실유포로 당원을 모해하거나 당원간의 단합을 해하는 경우 △당무에 중대한 방해 행위를 행하는 경우 △당의 품위를 훼손하는 경우 등이다. 광주지역 당원 27명이 13일 이를 근거로 윤리심판원에 제소장을 제출했다. 윤리심판원은 심의가 끝나면 징계처분·기각·각하·무혐의 중 하나를 결정하게 된다. 징계처분의 경우 △제명 △당원·당직자격정지(1개월 이상 2년 이하) △당직 직위해제 △경고 등이 있다. 이와 관련해 강창일 윤리심판원장을 포함한 9명의 윤리심판위원(원내 4인, 원외 5인)은 오늘(14일) 오후 3시 첫 회의를 열고 정 최고위원의 '공갈' 발언에 대한 심의에 착수한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정 최고위원의 발언 문제를 오늘 안건으로 올리고 정 최고위원의 소명기회를 부여하는 일정 등을 조율할 계획"이라며 "이번 사안에 관심이 큰 만큼 빠른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정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승용 최고위원을 겨냥, "사퇴 안할 거면서 사퇴한다고 공갈치는 게 나쁘다"고 말해 주 최고위원의 사퇴를 부추긴 바 있다. 이에 13일 기준 새정치연합 광주지역 당원 등 약 70여명은 정 최고위원을 윤리심판원에 제소한 상태다.
문재인과 친노가 버티는 이유는?
4·29 재보궐선거 전패 영향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비노 진영은 친노 진영의 2선 후퇴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친노 진영이 앞서 재보궐 선거에 패배한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를 흔들어 결국 물러나게 한 장본인들인데 왜 이번엔 책임 정치 구현의 노력이 예외가 되어야 하는지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그러나 친노 진영은 일단 통합과 화합이 중요하다고 이들의 주장을 일축하는 모양새다. 당장 문 대표는 선출직 지도부의 의무와 당의 단합을 강조하면서 사퇴 불가 입장을 표명했고 공갈 발언으로 당내 혼란을 가중시킨 정청래 최고위원의 거취 문제도 정리하면서 수습 수순으로 들어갔다. 다른 친노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주요 당직에서도 배제돼 있는데 무슨 책임을 지라는 것이냐고 오히려 발끈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재보선에서 패한 비노진영 지도부가 한번에 칼자루를 내려놓은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물론 지도부가 구성된 지 이제 불과 3개월이고 여러 어려움 속에 치른 선거인만큼 문 대표와 친노에게만 책임의 화살을 돌리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4전4패의 참혹한 성적표를 받아쥔 지도부가 일정부분 기득권을 내려놓는 식의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은 정치도의상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여기엔 친노의 정치적 기반의 불안정성이 작용하고 있다.
사실 친노는 딱히 지역적 기반을 두고 있지 않다. 새누리당이 영남권, 구 민주당계가 호남권을 텃밭으로 한다면 친노는 수도권, 충청, 경남 일부로 산재해 있다. 기본적으로 얻고가는 프리미엄이 별로 없는 편이다. 더구나 친노에 대한 비우호적인 호남민심을 감안하면 이젠 야당 후보라고 해서 호남 유권자의 표를 싹쓸이한다는 보장도 없다. 때문에 야당 바람이나 새로운 노풍(盧風)이 불지 않는다면 순전히 자신의 평소 개인기로 당선을 따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만일 당내 주도권을 비노와 양분하거나 공천작업 과정에서 자신들이 배제된다면 그건 친노에게는 결정적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호남 민심 이반을 토대로 적잖은 친노 인사들이 아예 장외로 밀려날 수도 있다. 이는 지난 대선 이후 근 2년만에 어렵게 야당의 안방을 차지한 친노 입장에서는 또다시 정치권의 최말단으로 밀려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시중에서는 당내 계파 갈등의 여파로 친노 진영에 대해 실망감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실제 문재인 대표도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1위를 유지하다 재보선 이후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뒤지는 조사가 몇번 나오기도 했다. 친노 입장에서는 야당의 끈을 잡고 있어도 모자란판에, 공천 작업에서 밀리면 여의도에 입성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진다는 불안감이 짙게 깔려 있는 것이다.
비노 진영도 크게 다를 게 없다. 당안팎으로 대대적인 물갈이론이 제기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공천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 자신의 계파가 이른바 '공천 학살'을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가득하다. 때문에 문 대표를 향해 "사퇴하지 않을 거면 공천권이라도 내려놓으라"고 윽박지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에서 새정치연합의 내분이 쉽게 봉합될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친노 진영은 김-안 전 대표와 박 전 원내대표를 물러나게 했지만 자신들은 버티고 앉아 있는, 정치도의적으로 다소 납득이 안되는 상황을 계속 연출할 것이 분명하다. 비노 진영도 이번 기회에 공천권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위해 계속 지도부를 흔들 것으로 보여진다. 새정치연합 내홍의 끝이 잘 보이지 않는다.
민주헌정포럼, 정대철 “새정치민주연합 환골탈퇴론”
정대철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은 14일 "이대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앞으로 있을 대소 선거에서 승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정 상임고문은 이날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열린 야권 전직 의원 모임 '민주헌정포럼' 회동에서 인사말을 통해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도부를 포함해서 크게 각성하고 환골탈대해서 새롭게 태어나지 않으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4.29 재보궐 참패와 관련해선 "이길 수 있는 선거, 이겨야만 하는 선거에서 다 졌다"며 "어떤 의미에서는 새정처민주연합에 대한 거부요, 지도부에 대한 경종이자 거부로 보인다"고 문재인 대표를 비난했다.
그는 정청래 최고위원의 '사퇴 공갈' 발언에 대한 지도부의 대응에 대해서도 "막말소동보다 더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이에 대한 자정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그 장관이 벌어지면 지도부가 즉각 처치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유야무야 넘어가다 며칠후에 징계를 해 우리가 몸담았던 정당에 대해 실망하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최소한 중도 우파까지 포용할 수 있는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은 정당, 장년층-노년층을 중점에 두는 정당, 운동권적 강경론이 지배하지 않는 정당으로 변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집권도 어렵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도 어렵다. 이런게 중장기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정당이 돼야 희망이 있다"고 주장했다.
동교동계 인사인 김방림 전 의원도 "정청래 최고위원의 망언은 개인의 해프닝이 아니라 친노패권세력의 청산을 막고 친노세력을 보호하려는 공격의 일환"이라고 주장하면서 "당의 혁신에 저항하는 친노 패권세력 청산을 위한 구체적 청사진을 내놓고 행동으로 옮겼을때만 당이 수습이 된다"고 가세했다.
박명서 전 의원은 "국민들은 책임정치를 위한 일환으로 당대표가 사퇴해달라는 얘기들을 한다"며 "그렇게 되면 다시 각계를 대표해서 대표를 선발해갖고 거기서 야당이 어떻게 나가야 한다는 지침을 세울 수 있다"고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영권 전 의원도 "우리 정당 내부를 보면 강력한 리더가 부재하다고 생각한다"며 "계파정치를 뛰어넘기 위해선 집단지도체제로 일단 과도기적으로라도 나가서 모든 민주세력을 규합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봉구 전 의원은 "공천과정에서 약간의 문제는 있었지만 이번 선거의 표를 분석해보면 야당과 여당의 싸움에서 야당이 진 것은 아니다"며 "너무 낙담하거나 지도부에게 채찍질하지 말고 자기역할 수 있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헌정포럼' 오찬에는 정대철 공동대표를 비롯해 김봉호, 김상현, 이훈평, 박양수, 최종원, 천용택, 이철, 정한용 등 20여명의 전 의원들이 참석했다.
권맑은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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