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중진,평당원,전직당간부들, “문재인 사퇴하고 책임져라!”
4·29 재·보궐선거 패배 책임론으로 촉발된 새정치민주연합내 내홍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비노(非盧·비노무현)계를 중심으로 문재인 대표를 향한 사퇴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가 하면 중진 의원들은 집단적으로 문 대표의 의사결정 방식을 비판하고 나섰다. 주승용 최고위원을 향해 '공갈' 발언을 했던 정청래 최고위원에겐 징계안이 제출되는 등 당 전체가 벌집 쑤신듯한 모습이다.
비주류 수장인 김한길 전 대표를 제외한 새정치민주연합 4선 이상 중진 의원 9명은 12일 긴급 조찬모임을 갖고 당 지도부에 '질서있는 수습'을 촉구하면서도 문 대표의 의사결정이 불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부분을 지적했다. 모임에 참석한 이종걸 원내대표는 최근 문 대표를 둘러싼 '비선논란'과 관련해 "공정성이 위협받는다는 느낌이 퍼져 있다"고 말했고 일부는 문 대표 자진사퇴론 또는 문 대표 재신임까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목만목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두 개의 눈으로 보지만 세상 사람들은 만개의 눈으로 본다는 뜻"이라며 "다름을 서로 이해해줘야 한다"고 당내 분열상을 꼬집었다.
지도부 밖에선 문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가 급격히 번지고 있다. 조경태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다면) 총선 전 이합집산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분당 내지 신당 시나리오에 방점을 찍었고 문병호 의원도 또 다른 인터뷰에서 "선거 패배보다 문 대표의 수습과정이 더 문제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평당원들을 중심으로 임시 전당대회 얘기까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경태 의원
문 대표 리더십도 부쩍 힘이 빠진 상태다. 문 대표는 이날 재·보선 후 처음으로 경제특강을 열고 '유능한 경제정당' 행보를 재개하면서 전열 정비를 시도했지만 평소 10여명의 의원들이 참석하던 것과 달리 이날은 4명만 참석해 맥이 풀렸다. 김 전 대표가 문 대표를 향해 야당 대표냐 친노(親盧·친노무현) 좌장이냐를 선택하라고 한 데 대해 문 대표는 "누가 우리 당의 대표가 되든 (유능한 경제정당은) 가야할 방향"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에선 지도부 분열의 신호탄이 됐던 정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안이 제출돼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주 최고위원도 최고위원직 복귀에 여전히 응하지 않고 있다. 주 최고위원은 정 최고위원의 사과는 수용했으나 최고위원직 복귀는 별개 문제라며 사실상 문 대표를 겨냥한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주 최고위원은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 최고위원 발언으로 사퇴한 게 아니라 재·보선 참패 책임을 져야한다는 차원에서 사퇴한 것이었다"며 "문 대표가 (친노)패권주의 청산에 대한 방법과 의지를 진정성 있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새정치 김동철의원 ,"정청래 출당 안하면 내가 결단"
새정치민주연합 김동철 의원이 12일 ‘막말’ 파문을 일으킨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해 출당(黜黨) 조치할 것을 지도부에 공식 요청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공개 발언에서 “정 최고위원의 막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 당의 체질과 문화의식을 뼛속까지 바꾼다는 의미에서 정 최고위원의 출당조치를 문재인 대표께 요구한다”고 말했다.
김동철 의원
김 의원은 “문 대표는 전당대회 후 계속 뼈를 깎는 변화와 혁신을 말했고, 광주에 내려가서도 이를 약속했다. 문제는 구체적으로 뭘 혁신하겠다는 것인지 말이 없어 진정성이 없다고 받아들여지는 것”이라며 “국민께 당이 변화하고 혁신하는 것을 보여주는 첫 조치로 (출당조치를) 해달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만약 그런 일(정 최고위원의 출당 조치)이 일어나지 않으면, 제가 결단하겠다”면서 “저를 비롯해 뜻있는 의원들이 함께 결단하겠다. 대표께 엄포를 놓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상황이 엄중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 최고위원은 지난해 안철수 전 공동대표를 겨냥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기 팔을 잘라 당을 살렸고, 안 대표는 남의 팔다리를 잘라 당을 죽인다’고 했는데, 이제 문 대표가 팔을 자를 때”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결단’이 탈당까지 고려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정 최고위원과 같이 당을 할 수 없다는 뜻”이라며 “(탈당은) 다음 문제이며, 그 정도의 각오로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 4·29 재·보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일각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문 대표 등 지도부 사퇴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전략공천을 한 것도 아니고, 출범한 지 두 달 밖에 안된 지도부를 사퇴하라는 것은 잘못”이라고 의총에서 밝혔다. 김 의원의 이어 “그러나 주승용 최고위원은 (지도부 사퇴) 주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당 안에는 다양한 생각이 있기 때문”이라며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규정하는 것 때문에 이 당이 안된다”라고 정 최고위원에 대한 날을 세웠다.
새정치연합 평당원들, 정청래 당 윤리심판원에 제소
새정치민주연합 일부 당원들이 '공갈’ 발언으로 주승용 최고위원의 사퇴를 촉발시킨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해 당 윤리심판원에 제소했다. 새정치연합내 비노 성향 평당원 10여명은 지난 11일 저녁 공동서명한 징계요구서를 윤리심판원에 제출했다. 당 윤리심판원은 15일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강창일 원장을 중심으로 한 심판원이 징계요구서를 검토해 조사명령을 내릴 경우 정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위가 이날 회의에서 결정될 수도 있다.
정 최고위원의 ‘공갈’ 발언에 대해서는 친노와 비노, 강경파와 온건파 모두 비판론이 거센 상황이다. 강 원장은 “제소는 지도부가 하는게 가장 바람직하다”면서도 “윤리심판원장으로서 정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어떤 가치 판단을 내릴 수는 없지만 ‘공갈’ 발언이 국회의원의 품위 혹은 품격의 차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건 사실이며 어찌됐든 제소가 들어왔으니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4선 이상 중진 9명 “의사결정 공개적으로 결정을”
김현중 전사무부총장4명 “지도부 사퇴” 촉구 기자회견
이런 가운데 임시전당대회 요구까지 등장하고 있다. 문 대표는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면서 다양한 계파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사퇴압력이 약화되는 조짐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이 주승용 최고위원에게 사과를 한 것을 계기로 사태를 수습하면서 현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구상이 현재로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새정치연합 한 중진 의원은 12일 “문 대표가 사퇴를 안 하고 버티면 어떤 주장이 계속 터져 나올지 예상할 수 없다”며 “사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봄날이 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가을 바람에 오동잎이 떨어지고 있다”며 당이 위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중 전 사무부총장
또 김현중 전 사무부총장 등 전직 사무부총장 4명은 현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이날 오후에 국회 정론관에서 열었다. 김현중 새정치민주연합 전 사무부총장의를 비롯한 친노패권주의 현 지도부에 대해 사퇴하라며 다음과 같은 이유를 밝혔다.. "아직도 민주 vs 반민주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야당", "책임정치의 실종", "재보선 이후 주승용 최고 사퇴는 책임 정치 실현", "DJ와 노무현 정신을 넘어선 지도자의 부재", "정치리더십 부재로 한계 노출", "당원들 조차 '함량 미달'이라 비판", "국민 생각 읽지 못하는 서민정당", "'여당 2중대'라는 오명 쓴 야당", "국민은 섣부른 복지보다 제대로 된 일자리 원해" 등이다.
게다가 전직 의원을 포함한 당직자 출신 600여명은 임시전당대회 개최를 추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당헌·당규에 따라 대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전당대회를 소집해야 한다. 문희상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4선 이상 중진 의원 9명은 이날 오전 회동을 하고 당 지도부는 모든 의사결정을 공식기구에서 공개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문 대표 사퇴론과는 선을 그으면서도 ‘비선 라인’ 의존을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동의한 것이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민주정책연구원 경제정책심화과정과 당 주최 연금개혁 토론회에 참석하며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전날 저녁 초·재선 그룹인 ‘더 좋은 미래’ 소속 의원들과 만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접촉을 확대하고 있다. 13일에는 당내 중도 모임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과 만날 예정이고, 상임고문단 회동도 검토하고 있다.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 주 최고위원은 시간을 두고 계속 설득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문 대표는 이날 김 전 대표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