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빨간불, 석달째 ‘마이너스 행진’
올들어 3월까지 석달 연속 월간 수출 실적이 전년 대비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런 수출 부진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석유제품 수출 단가가 떨어지고, 우리 수출시장의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중국 제품과의 경쟁도 심해지고 있는 까닭이다. 21일 관세청 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1~3월) 수출액은 1336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375억달러)보다 2.9% 감소했다. 월별 수출액 증감 추이도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1월 -1%, 2월 -3.3%, 3월 -4.3%로 석달 연속 마이너스였다. 수입액은 지난해 1분기 1324억달러에서 1122억달러로 15.2% 줄어들어, 전체적인 무역수지는 215억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이런 수출 부진에는 무엇보다 유가하락 탓에 석유제품의 단가가 크게 떨어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 석유제품은 지난해 1분기에 134억달러가 수출됐으나 올해 수출액은 82억달러로 38.7%나 감소했다. 단가 하락에 견줘 수출 물량은 충분히 늘지 않고 있어, 지난해 9월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추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지난해 3월 배럴당 104.4달러에서 올해 3월 54.7달러로 47.6% 하락했다. 석유제품에 석유화학까지 포함하면 전체 수출에서 유가 영향을 받는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17%에 이른다. 이밖에 화공품과 철강제품이 각각 -11.5%, -3.2%로 줄었고 무선통신기기와 가전제품의 수출액도 각각 -27.8%, -19.1%로 줄어든 점이 수출 부진의 폭을 키웠다.
‘나홀로 경기 회복세’인 미국을 빼고는 수출 주요 대상국 다수에서 부진한 실적을 낸 점도 크게 작용했다. 우리 수출 성장에 견인차 구실을 했던 중국 수출은 올해 1분기 33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44억달러)보다 1.5% 감소했다. 홍콩·싱가포르 등 동남아 지역 수출액도 283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25억달러)보다 13.2% 줄었다. 미국 수출이 153억달러에서 174억달러로 13.4% 늘었지만, 일본 수출은 22% 줄고, 유럽연합(EU) 수출은 21.1%, 중동 수출은 3.3% 감소했다.
세계 교역의 전반적 침체 등이 수출 부진의 원인으로 꼽히지만, 중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가격 경쟁력 강화가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일단 중국은 중간재를 주로 수입해 완제품을 만드는 가공무역에서 탈피해 소비재 수입을 늘리고 있어 중간재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에 어려움을 안기고 있다. 또 한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이며 중간재 자급률을 높이고 있는 점도 악영향을 더한다. 여기에 중국 열연강판은 지난해 2월 기준 톤당 543달러였던 게 지난 2월 400달러로 내려가는 등 가격 경쟁은 나날이 심화하고 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