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메모기재 인사들, 하나같이 부인
김기춘, 전 실장 "그날 독일에 있었다"..당시 기사에도 23일 출국한 걸로 나와
해외 자원외교 비리 관련 검찰 수사를 받다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김기춘·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수억원의 금품을 건넸다는 주장과 관련,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성 전 회장의 바지 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지에는 돈을 건넨 것으로 추정되는 정계 유력인사 8명의 이름과 액수 등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전 실장 이름 옆에는 10만달러란 금액과 함께 ‘2006년 9월 26일 독일’이라는 메모도 같이 적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한언론과의 전화 통화에서 “2006년 9월 26일엔 독일에 있었다”면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그야말로 황당무계한 악의적인 허위사실”이라며 “개인적으로 매우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인이 되셨으니까 그분의 명복을 빌어야겠지만, 이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메모지에 ‘2006년 9월 26일 독일’이라고 매우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저는 9월 23일 독일로 출국했다가 10월 2일에 돌아왔다”며 “9월 26일엔 서울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당시 박근혜 의원의 독일·벨기에 방문을 수행해 9월 23일 출국했다.
김 전 실장은 성 전 회장이 경향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 양반(김 전 실장) 그때는 야인으로 놀고 계셨죠. 그 양반이 (박근혜 당시 의원을) 모시고 가게 돼서 그 양반한테 내가 10만불 달러로 바꿔서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내가 전달해 주었고, 수행비서도 따라왔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김 전 실장은 “롯데호텔 헬스클럽 회원인 것은 맞지만 헬스에 수행비서를 대동한 일이 없다”며 “당시 수행비서도 없었고, 헬스를 가는데 무슨 수행비서를 데리고 가느냐”고 말했다. 또 “야인이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김 전 실장은 “그때는 야당 의원이었다. 그분이 거금을 제게 주면서 교제해야 할 권력 핵심에 있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전 실장은 당시 17대 국회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이었다.
김 전 실장은 “성 전 회장이 메모에 김 전 실장을 거론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엔 “내 나름대로 추측하는 바는 있지만 고인이 되셨기 때문에 얘기를 못한다”며 “아마 청와대 비서실장 하면서 도와드리지 못해서 그런 거 아닌가. 내가 불통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바깥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또 “이 분(성 전 회장)이 생존해 계신다면 제가 만나서 당당히 따지고 바로잡겠는데 고인이 되셨으니까 그럴 방법이 없어서 매우 안타깝다”며 “살아있는 사람의 명예도 중요한 것 아닌가. 공정한 보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허태열 전실장, “그런 금품 거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10일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7억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그런 금품 거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허 전 실장은 이날 오후 이메일 성명을 통해 “금일 보도에 의하면 성완종 전 회장이 인터뷰에서 2007년 경선 당시 본인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님을 밝힌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허 전 실장은 “경선 당시 박근혜후보 자신이 클린경선 원칙하에 돈에 대해서는 결백할 정도로 엄격하셨고, 이를 기회있을 때마다 캠프요원들에게도 강조해 왔기 때문에 그런 금품거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참여 의원들을 비롯한 캠프요원들은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가면서 어렵게 하루하루 캠프를 운영했다”고 했다. 또 “이는 박근혜후보 선거캠프를 매일같이 출입하셨던 언론인들께서도 잘 아시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허 전 실장은 “경위를 떠나서 망인(亡人)의 이야기를 놓고 가타부타 하는 사실 자체를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이번 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참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유정복 인천시장 : “황당한 소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바지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엔 김기춘·허태열 전 비서실장 외에도 유정복 인천시장(3억원), 홍문종 의원(2억원), (서병수) 부산시장(2억원), 홍준표 경남지사(1억원)의 이름이 금액과 함께 적혀 있었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간 이들의 측근들은 이구동성으로 “황당한 소설”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유정복 인천시장 측은 “(유 시장은) 성 전 회장과 별다른 인연도 없는데, 이름이 나와 황당하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홍문종 의원 ; "0.0000001%도 사실이 아니다“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10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금품을 건넨 정황이 담긴 메모인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것과 관련, "0.0000001%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홍 의원은 이날 오후 뉴시스와 통화에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성 전 회장하고 나하고 그럴 관계가 아니다. 음모 아니냐. 뭔가 잘못돼도 보통 잘못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황당무계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도대체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다"며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홍 의원은 성 전 회장과의 친분에 대해 "이 사건이 나기 한참 전에 (성 전 회장이) 국회 1층에 한 번 와서 지나가면서 만난 적이 있다"며 "마른 하늘에 번개를 친다고 19대 국회 이전에는 본 적도 없고, 국회에 들어와서 만난 사람인데 돈을 받을 그럴 인간관계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분이 자신이 '친박(친박근혜)'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2007년 경선 때도 본적이 없고, 그 전에도 본 적이 없다. 일은 열심히 했는지 모르겠는데 어디서 무슨 일을 한 지는 잘 몰랐다"고 선을 그었다.
'성 전 회장이 억울함을 호소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적은 없었다. 그럴 만큼 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홍문종 의원 측도 “성 전 회장이 김기춘 전 실장에게 돈을 건넸다고 하는 2006년 9월 26일엔 김 전 실장이 국내에 없었던 걸로 드러나지 않았느냐”라며 “성 전 회장의 주장은 신빙성이 전혀없는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서병수 부산시장 : 얼토당토않은 이야기
서병수 부산시장은 10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메모에 자신이 거론된 것에 대해 “성 전 회장과는 이명박 자원외교 수사 이후 연락한 적 없다”면서 “전혀 얼토당토않은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서 시장은 “(성 전 회장은) 선진통일당과의 합당 협상 파트너일뿐 (돈을 받은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서병수 시장의 한 측근도 “서 시장과 성 전 회장은 2012년 새누리당과 통일선진당의 합당 당시, 각 당의 사무총장과 원내대표였기 때문에 협상 파트너이긴 했지만 친분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이 측근은 “서 시장은 지금까지 정치를 해오며 돈 문제를 일으킨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성 전 회장의 주장은 신빙성이 전혀 없는 얘기”라고 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 : 황당하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전 전 경남기업 회장의 메모에 자신의 이름이 등장한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만난 일이 없다. 황당하다”고 했다. 홍 지사는 10일 TV조선 인터뷰에서 “성 전 회장을 개인적으로 만난 일이 없다. 안부 전화나 한두번 정도 받은 적이 있을 뿐”이라며 “최근에는 통화한 일도 없다”고 했다.
홍 지사는 자신의 이름이 메모에 적혀있는 것에 대해 “황당하다. 어리둥절한 게 정치판이다. 정치판에 있어보면 직접 관계를 갖지 않더라도 교제하기 위해 주변 사람에게 금품을 전달하는 사례는 많다”며 “그런데 성 전 회장이 나한테 금품을 줄만한 이유가 없다”고 했다. 홍 지사는 “당 대표 시절이라면 공천 때문에 그럴지 모르지만 경남에 내려와있는 지금은 아무 이유가 없다”며
“게다가 이 정부에 영향력 있는 친박도 아니지 않느냐”고 해다. 홍 지사는 2007년 경선과 관련해 “당시 나는 대선 후보 경선에 나갔다”며 “그때 저한테 돈 줄 사람이 있었냐”고 웃으며 말했다. 홍 지사는 “대표를 빙자해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성 전 회장이)그 사람들한테 로비를 했을 수도 있다”며 “측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돈을 전달했을 수도 있는데 그 사람이 사기꾼일 수 있다”고도 했다.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 "인간적으로 섭섭했던 것 같다“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10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금품 메모' 명단에 자신이 포함됐다고 거론되는 데 대해 "인간적으로 섭섭했던 것 같다"며 의혹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실장은 이날 오후 뉴시스와 가진 통화에서 성 전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기 얼마 전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와 통화를 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실장은 "(성 전 회장이)결백하다고 하니 '그러면 이 사람아 가서 조사를 제대로 받아. 뭐 자꾸 나한테 전화를 하나. 내가 그렇다고 검찰에 그만두라고 하겠느냐'고 했다"며 "(성 전 회장으로서는)상당히 기대를 걸고 전화했는데, 자기가 느끼기에 인간적으로 섭섭했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또 "그러고서도 또 전화가 오기에 '전화 이제 그만해라. 내가 더 이상 해줄 말이 없다. 내가 내 힘으로 스톱을 시키겠나 어쩌겠느냐'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 실장은 성 전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그 정도 위치이면)모르는 대한민국 사람이 어디 있겠나. 여의도에 밤낮으로 왔다갔다 하는 친구인데"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성 전 회장이)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이미 고인이 된 분한테)뭐라고 할 수도 없고"라고 심경을 밝혔다.
국무총리실 "李총리, 성완종과 친밀한 관계 아니었다"
국무총리실은 10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이완구 국무총리의 관계에 대해 "19대 국회 당시 1년 동안 함께 의정활동을 한 것 외에는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총리실은 이날 '성완종 리스트'에 이완구 국무총리의 이름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지자 입장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힌 뒤 "이 총리는 성 회장이 주도한 충청포럼에 가입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총리실은 또 "이 총리는 성 회장이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와 총리의 담화가 관련있는 것 아니냐고 오해를 하고 있다는 주변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으나 '검찰 수사가 총리 취임 이전부터 진행돼 온 것'이라고 주변에 답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총리실은 '성완종 리스트'의 진실성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총리실 관계자는 "해명자료 외에는 더 밝힐 것이 없다"며 "리스트에 이름이 적혀있다는 것 만으로 (성 회장과 이총리를) 연관시키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적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성역없는 수사는 철저해야 한다"고 국민들은 말하고 있다.
권맑은샘 기자